보험사 측은 보험금을 신청했다고 무조건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심사 및 의료자문 등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소비자들은 고액의 수술비 등 갑작스런 지출 부담을 덜기 위해 보험을 드는 것인데 보험금 지급이 지연될수록 피해가 커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16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24개 생명보험사의 평균 보험금 지급일수는 2.1일이었다. 보험금을 신청하고 별다른 일이 없다면 이틀 안에 보험금을 탈 수 있다는 의미다.
24개 생보사의 지급지연건수는 총 2126건으로 지급지연율은 6.9%에 달했다. 또한 평균 지급지연 일수는 7영업일이었다.
DB생명, KB생명 등의 지연일수가 늘어났지만 계약건수가 많은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이 모두 지연일수를 줄이면서 전체 지연일수는 줄었다.
평균 지연일수가 가장 긴 곳은 DB생명이었다. DB생명은 보험금 신청 건 가운데 712건이 지연됐으며 평균 지연일수는 17.4일에 달했다. 2018년 하반기 5.4일에서 3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DB생명 관계자는 “17일로 표시된 것은 공시 담당자가 지급 지연 일수가 아닌 전체 지급일수로 잘못 계산해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며 "다시 계산한 평균 지연일수는 7.37일이며 생명보험협회에 정정공시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KB생명 역시 6.7일에서 17.3일로 늘었다. KB생명 관계자는 "DB생명과 마찬가지로 전체 지급일수를 잘못 계산한 것"이라며 "다시 계산하면 7.33일로 협회 공시를 수정했다"고 밝혔다. NH농협생명(10.2일), 라이나생명(10일)도 평균 지연일수가 10일을 넘어섰다.
BNP파리바 카디프생명도 17일로 길었으나 하나생명,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을 포함해 3곳은 비율 산출의 모수가 되는 보험금 청구건수 및 청구 계약건수가 10건 미만으로 적어 유의미한 수치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지연건수는 라이나생명이 1만1306건으로 가장 많았다. 라이나생명은 보험금 신청 건수가 워낙 많다보니 지급지연 건수 역시 많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라이나생명의 지급지연율은 4.8%에 불과했다.
이어 삼성생명이 1만311건으로 2위, 한화생명이 9262건으로 상위에 랭크됐다. 보험금 신청건수가 많은 교보생명은 지급지연건수가 3700여 건에 불과해 지급지연율이 4.3%였다.
지급지연율은 카디프생명이 27.6%로 가장 높았으며, AIA생명 19.6%, 한화생명 15.4%, 흥국생명 14.4%로 10%를 넘어섰다.
최근 라이나생명은 보험금 늑장 지급으로 인해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으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기도 했다. 라이나생명은 보험약관에 신청 후 30영업일 이내에 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무배당 더(THE) 간편한 정기보험’ 등 2건의 보험계약에 대해 17~28영업일 늦게 지급했다.
금감원은 라이나생명이 별다른 이유 없이 늑장 지급한 것으로 보고 과태료 1200만 원과 자율처리 필요사항 등을 통보했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보험금 지급에 대한 심사가 길어져 지체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보험금 지급기간 등 보험계약자 보호의무를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