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카드 불량, 외부 충격 등으로 기계 내 부품이 영향을 받아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일이 흔히 발생하는데 그 원인을 제품 불량으로 볼 건인지, 피해 보상의 범위를 어디까지 한정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경기도에 사는 이 모(여)씨는 올해 홈쇼핑에서 차량용 블랙박스와 보조배터리를 함께 구매해 장착했다. 그러나 최근 몇 달간 주차장에 둔 차에서 접촉사고가 3번이나 발생했는데 블랙박스에는 관련 영상이 녹화되지 않았다.
업체 담당자는 본체 내부 센서 감지 불량을 인정하며 환불 혹은 타 제품 교환을 약속했지만 사고로 인해 발생한 수리비까지 책임질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씨는 “사고를 잡으려고 블랙박스를 설치하는 건데 사고 순간을 담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서 “제품 하자를 인정해도 사고 책임은 못 진다는데 고객이 수 백만 원의 사고 비용을 다 책임지라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동안 접수된 차량용 블랙박스 피해 신청 가운데 약 60%가 '제품 불량' 피해였다.
기본적으로 제품 하자가 아닌 단순 외부 충격 등으로 인해 블랙박스 영상이 미녹화됐을 경우에는 제조사가 법적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 아이나비, 파인드라이브 등 블랙박스 제조사들은 블랙박스 설명서에 사고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고 메모리 기능, 포맷 시기, 배터리 수명 사용법 등도 사전에 고지하는 만큼 사고 부분까지 책임지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블랙박스 보증기간은 1~2년, 메모리카드 보증기간은 6개월 정도다. 무상보증기간 내 하자에 대한 무상수리는 가능하지만 블랙박스가 사고 피해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면 제조사의 보상이 어렵다는 얘기다.
다만 업체마다 사안에 따라 대승적 차원에서 보상을 진행하기도 한다.
블랙박스를 출시중인 파인디지털 관계자는 “제조사가 법적 책임을 질 필요는 없지만 환경에 따라 영상 녹화가 안 될 가능성도 인지하고 있다. 차량 보호를 위해 블랙박스를 장착하는 만큼 프리미엄 제품에 관해서는 영상 누락이 확인되거나 기기 불량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현금 100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