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체들이 페이퍼리스, 종이로 된 사용 설명서 축소 등 친환경 정책을 확대하는 가운데 디지털화에 취약한 노년층 등 취약층 소비자 편의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전업계는 약 5년 전부터 종이에는 최소한의 매뉴얼만 담고 자세한 안내는 유튜브 링크나 QR 코드를 통해 안내 중이다. 상세 설명서는 제조사 사이트에서 다운로드도 가능하다. 종이로 제작하는 사용 설명서조차 환경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김 씨의 경우처럼 휴대전화, PC 등에 익숙하지 못한 어르신이나 장애인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들 기기의 사용이 익숙하지 않다 보니 원하는 정보를 확인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거나 이용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 제공에도 신경 쓰고 있지만 종이 설명서를 원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영상이나 모바일을 통한 안내를 더 선호한다는 주장이다.
한 관계자는 “사용 설명서를 꼼꼼히 읽는 소비자도 적을 뿐더러 수요도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면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책이나 청각장애인을 위한 영상 등은 업체마다 제공하고 있지만 따로 사용 설명서를 제작하는 것은 비용이 투입돼야 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주요 가전사들은 종이 설명서 비중을 줄여가는 추세다.
삼성전자와 LG전자, SK매직, 바디프랜드, 코웨이 등은 구성품, 사용법 등 최소한의 정보가 담긴 요약 버전으로 종이 설명서를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종이 사용을 최소화하자는 방침 하에 최근 출시한 모든 제품의 사용 설명서는 최소한의 매뉴얼만 담고 있고 자세한 내용은 인터넷을 통한 다운로드로 확인할 수 있게끔 돕고 있다”면서 “원할 경우 종이로 유상 판매하는 것 또한 친환경 정책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관련 링크나 영상으로 대체하고 있으며 소비자가 원하면 출력본으로 상세 설명서도 제공하고 있지만 원하는 분을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SK매직 측은 “기능 설명을 안내서 한 장에 요약해 제공하고 상내 내용은 카카오톡 전송, 홈페이지 다운로드 등을 통해 이용하도록 한다"고 전했다.
다만 삼성전자를 제외한 다른 가전업계는 설명서 유상 제공은 비용이나 수요, 서비스 등 여러 이유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삼성전자도 비용을 주고 설명서를 구매하는 사례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