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철원에 사는 유 모(여)씨는 3년 전 구매한 캐리어에어컨에서 최근 냉매가 누설돼 찬바람이 나오지 않아 지역 수리센터에 맡겼다. 그러나 며칠만에 냉매가 또 새어나와 재충전했으나 다시 누설되길 한 달 이상 반복했다. 유 씨는 “기사가 올 때마다 출장비가 나가고 너무 더워 집안에서 생활도 힘들다“며 “제품의 문제인지 설치 문제인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냉매만 반복적으로 충전하는 것은 제품 하자 아닌가”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 경기도 파주에 거주하는 이 모(여)씨는 지난 2022년 7월에 삼성전자 에어컨을 구매했다. 그 다음해 여름에 첫 가동을 했는데 한 송풍구에서 선풍기 정도 바람만 나왔다. 참고 지내다 올해 수리를 청했는데 방문한 기사는 ‘냉매량이 부족하다’면서 냉매를 충전했다. 하지만 한 달도 안 돼 같은 증상이 발생했다. 다음에 방문한 기사가 본체를 뜯어 확인해보니 처음에는 메인보드에서 냉매가 새고 있다면서 교체했으나 아예 또다른 송풍구에선 바람이 나오질 않았다. 이 씨는 “제품의 여러 부품 고장으로 냉매가 계속 새고 있어서 기기 결함을 이유로 제품 교체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하소연했다.
#.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고 모(여)씨는 지난 2017년 LG에어컨을 구매해 사용하던 중 2018년부터 냉매가 누설돼 찬바람이 나오지 않는 문제를 겪고 있다. 냉매를 충전해도 누설은 지속해서 발생했다. 배관 교체는 물론 에어컨 재설치까지 해봤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고 씨는 “여름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냉매 누설로 수리비만 나가고 있다”고 한탄했다.
매년 반복적인 에어컨 냉매 누설로 금전적 피해는 물론 무더위 속에 고통 받고 있다는 소비자 불만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설치한 지 얼마 안 된 에어컨임에도 냉매가 누설되거나 원인 파악도 하지 못한 채 냉매만 충전해 매년 누설이 반복된다는 호소도 적지 않다. 누설 재충전 비용도 많게는 10만 원 이상으로 저렴하지 않아 금전적 피해를 키우고 있는 모습이다.
12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에어컨 냉매가 누설돼 찬바람이 나오지 않는다는 불만이 매년 들끓고 있다. 냉매 누설에 대한 불만은 삼성전자와 LG전자, 캐리어에어컨 등 제조사별로 동일하게 제기되고 있다.
제조사들에 따르면 냉매는 순환형 가스로 길게는 10년 넘게 사용할 수 있어 재충전하는 경우가 흔치 않다. 큰 이상이 없을 경우 반영구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제품 초기 설치부터 잘못돼 누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실외기를 잇는 나사와 배관이 느슨해져 생긴 틈 ▲실외기 부품 불량 ▲배관 노후 및 훼손 ▲실외기 근처가 막혀있어 열 배출이 되지 않는 경우 등으로 인해서도 누수가 발생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냉매 충전 가격이 만만치 않아 적잖은 부담을 져야 한다. 우선 누설 부위를 찾아 수리하는 비용과 충전 비용은 별도다. 냉매 누설은 고장 부위에 따라 수리비 편차가 큰데 배관 길이나 부품이 추가 될 경우 수리비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여기에 출장비까지 더해지면 매년 동일한 문제가 반복될 경우 누적된 비용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에어컨은 제품을 설치해서 사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점검 부위가 많고 사용 환경에 따라 누설될 수 있는 부위가 다양하다"면서 "설치 부위가 시간이 오래 지나 헐거워지거나 부품이 고장나 누설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어컨 실내기, 실외기를 임의로 움직이는 경우 배관이 이탈되거나 연결부에서 미세한 냉매 누설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LG전자 관계자는 "냉매 누수 충전 후에도 반복적인 누설은 대부분 배관이 마모되거나 사용하면서 축적된 외부 충격으로 미세한 틈이 생겨 생기기도 한다"면서 "에어컨을 본격적으로 사용하는 여름철 이전에 제조사에서 실시하는 무상 사전점검기간에 미리 수리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