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방에서 평생 살다 숨진 108세 할머니

2007-02-08     연합뉴스
도시의 생활은 이사가 불가피하지만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에서는 태어난 집에서 한 번도 이사를 하지 않고 108년 동안이나 살다 숨을 거둔 할머니가 있어 화제다.

뉴질랜드 언론들은 8일 지난 1898년 6월 10일 웰링턴의 한 주택에서 태어난 이렌 에메니 할머니가 지난 5일 자신이 태어난 방 침대 옆에 놓여 있는 의자에 앉은 채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고 전했다.

평생 결혼도 한 번 한 적이 없이 혼자 살아온 에메니 할머니는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정정해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는 102세의 나이로 뉴질랜드 성화 봉송 주자 가운데 한 명으로 뛰었고, 105세 때 비로소 '나도 이제 늙어가는 모양'이라고 말해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었다.

할머니의 오랜 친구였던 테이 윌슨 할아버지는 지난 5일 할머니 집에 가봤더니 건강도 안 좋고 식욕도 없는 것 같아 앰뷸런스를 불러 병원으로 가려고 했는데 앰뷸런스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호흡이 정지됐고 맥박만 조금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윌슨 할아버지는 앰뷸런스 요원들에게 할머니를 소생시키려 하지 말라고 했다면서 "그녀의 소원이 자택에서 조용히 숨을 거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할머니가 자신이 태어났던 침대 곁에 놓여 있는 의자에 앉은 채 숨을 거두었다"고 말했다.

에메니 할머니는 19세기, 20세기, 21세기 등 3세기에 걸쳐 살았을 뿐 아니라 그 동안 살아오면서 두 차례의 2차 대전을 목격했고, 자동차의 탄생과 인간이 달에 착륙하는 역사적 순간도 지켜보았다.

그러나 에메니 할머니가 가장 자신을 감동시켰던 역사적 순간으로 꼽는 것은 지난 1928년 페니실린의 발견이었다.

역시 독신으로 살다 먼저 세상을 떠난 두 명의 자매와 함께 자신이 태어난 집에서 평생 살아온 에메니 할머니는 지난 해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두 명의 남자 친구를 사귀었으나 모두 자신이 먼저 '차버렸다'고 밝혔었다.

매일 정원 가꾸기와 걷기로 건강을 유지했던 할머니는 일정한 양의 진 토닉도 즐겨 마셨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할머니의 장례식은 9일 열릴 예정이며 관은 할머니가 평생 동안 그토록 아름답다며 좋아했던 분홍색 장미로 장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