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 미친넘의 사랑(27)… 검지에 '물기' 마를 시간이 없어

2007-02-21     홍순도

문호는 더욱 신이 났다. 최근 읽은 각종 책들의 내용까지 거론하면서 입에 침을 튀기고 있었다. 황 기자는 그가 들려줄 얘기가 예상 외로 흥미진진할 것 같아 바짝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1930년대의 상하이는 전 세계에서도 내로라 하는 유명한 환락가로 유명했다. 특히 오늘날에도 상하이 최대 번화가로 군림하고 있는 황푸(黃浦) 강변의 난징루(南京路)는 당시에도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각국과 일본 등 조차국(租借國)들의 젊은 한량들이 풀어도 풀어도 끓어 넘치는 육체적 욕망을 해결하는 명소로 이름이 높았다. 크고 작은 비밀 사창가가 골목 곳곳에 숨겨져 있었다는 소문이 지금까지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오고 있을 정도이다.

바로 그 유명한 난징루에 들어선 3층 규모의 대형 무도장인 바이러먼(百樂門). 말이 무도장이지 당시에는 상하이 최고의 환락을 즐길 수 있는 명소로 인근 도시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저 멀리 베이징(北京)에까지 소문이 무성했던 곳이다. 바이러먼이라는 업소 이름이 세계 최고를 의미하는 파라마운트(Paramount)의 음역이라는 사실만 봐도 어느 정도의 자존심을 가진 곳인지는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33년 7월의 어느 날이었다. 20대 중반의 모인풍(毛麟楓)은 10여 명의 동생들에게 이끌려 바이러먼의 2층으로 곧바로 올라가고 있었다. 동생들은 비교적 젊잖아 보이는 외국 신사, 숙녀들이 재즈 바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한담을 즐기는 1층의 분위기를 그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유, 어서 오세요!"

모인풍 일행이 2층의 무도장에 얼굴을 나타내자 묘령의 젊은 여자가 재빨리 달려와 고개를 깊숙하게 숙였다. 2층을 책임지고 있는 마담인 듯한 여자는 바로 눈 앞에 나타난 사나이들이 누구인지 너무나 잘 아는 듯한 자세를 보이고 있었다.

모인풍은 여자의 얼굴을 힐끔 본 후 굳이 그러려 하지 않아도 눈에 훤히 들어오는 여자의 가슴을 쳐다봤다. 앞이 심하게 파여 있는 탕좡(唐裝), 즉 당나라 복식의 옷을 입은 그녀의 가슴은 여전히 풍만하고 아름다웠다. 그는 지분거린지 무려 1개월이 가까워오는데도 굳세게 마음과 몸의 문을 열지 않고 있는 그녀의 풍만한 가슴에 잠시 아찔한 기분이 드는 것을 느꼈으나 곧 마음을 가라앉혔다.

모인풍 일행은 여자의 뒤를 따랐다. 그의 눈에 옆이 훤히 터져 더욱 섹시해 보이는 그녀의 중국 치마 치파오(旗袍)와 허리 위로 바짝 올라간 터질 듯한 둔부가 들어오고 있었다. 그는 다시금 욱!하는 성욕을 느꼈으나 겨우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일단 참자! 오늘은 내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기필코 요절을 내고 말 테니까, 그는 아까부터 계속 솟구치는 그 마음을 다지고 또 다졌다.

모인풍은 여자가 안내해준 대로 무도장 중앙 메인 홀에서 약 10여 미터 떨어진 거리의 좋은 자리에 앉았다. 거의 전라에 가까운 무희들이 춤을 추는 무대와 약 20여 쌍의 남녀들이 어지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의 홀이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허, 기가 막히네 이거!"

모인풍이 자리에 앉으면서 가만히 투덜거렸다. 아슬아슬한 차림의 무희들이 보여주는 육감적인 춤은 그렇다 치더라도 춤을 추는지 옷을 입은 채 스탠딩 섹스를 하는 것인지 모를 무도장 홀의 모습이 한번 솟구친 그의 성욕을 더욱 강하게 자극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기야 그 점에서는 그의 동생들도 크게 다를 것은 없었다. 아예 바지를 슬며시 내린 채 남성을 여자들의 하복부에 계속 짓궂게 접촉하는 남자들의 모습을 목도하고는 서서히 이성들을 잃어가고 있었다.

"빌어먹을! 완전 목불인견이구만. 도저히 눈 뜨고는 못 보겠는걸."


모인풍 바로 옆에 앉아 있던 소년 티를 갓 벗은 청년도 조용히 중얼거렸다. 옆에 여자가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워한다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몇 명 불러봐."

모인풍이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청년에게 말했다. 청년을 비롯한 모인풍 동생들의 얼굴이 바로 화사해졌다. 약 10여 명의 여자들은 청년이 마담을 불러 몇 마디 건넨지 겨우 5분 만에 모습을 나타냈다. 대부분 큰 키에 미모를 갖춘 여자들이었다. 하나같이 반라의 차림을 하고 있었다.

좌석의 분위기는 바로 농염하게 변했다. 모인풍도 파트너가 된 러시아계인 듯한 풍만한 가슴이 특징인 여자의 허리 아랫부분을 쉴새 없이 더듬었을 정도였다. 한마디로 검지와 가운뎃손가락에 물기 마를 시간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