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김종욱 찾기’
(운명의 백마탄 왕자)님은 먼 곳에
턱선의 각도가 외로우며 콧날에 날카로운 지성이 흐르는 운명의 남자를 찾아 22살의 여대생 주리는 인도로 훌쩍 배낭여행을 떠난다.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어이없게도 정말 그곳엔 주리의 운명의 상대 ‘김종욱’이 있었다. 최근 영화로도 제작돼 임수정, 공유의 캐스팅으로 화제가 된 바 있는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운명의 상대를 기다리는 철없는 여자와 그녀의 첫사랑을 찾아주기 위해 긴 여정에 동행하게 된 정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누구에게나 간직된 첫사랑의 추억, 라일락 꽃잎의 쌉싸래한 맛처럼 주리는 ‘김종욱’이라는 운명의 상대에 매여 여전히 과거진행형이다. 운명은 가까운 곳에 있다는 넘버의 가사처럼, 등잔 밑이 어둡다는 옛 속담처럼 운명의 상대는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한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주리는 과연 그것을 알까?
- 커플끼리 손잡고 공연관람
여여, 남남커플에겐 좋지 않다. 공연 보러 왔다 괜히 기분만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커플들에게 제격이다.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기분 좋은 주말 저녁을 보내고 싶다면 이 작품을 추천한다. 2시간 동안 ‘운명은 가까운 곳에 있다!’고 대놓고 외쳐대니 무릎과 무릎 사이 틈을 허락하지 않는 좁은 소극장에선 커플들에게 이보다 좋은 사인은 없을 듯하다. 내 바로 옆자리에 당신이 있지 않은가! 뿐만 아니다. 공연장인 대학로예술마당 지하 2층엔 새롭게 리모델링한 로비가 자리했다. 공연 시간에 다소 일찍 도착한 관객들을 위해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 작품과 연관성 있는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 사무실, 인도의 타지마할이 그려진 배경, 오만석 ‧ 엄기준 ‧ 김무열 등 역대 김종욱들의 사진 전시 등 지루한 시간을 달래줄 복합공간으로 탈바꿈했다.
- 멀티맨의 좋은예
배우 원종환에게는 1인 22역이 가뿐하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를 관람하는 묘미 중 하나는 멀티맨의 변신을 지켜보는 일이다. 멀티맨 원종환은 군인, 할머니, 인도 숙박집 주인, 로커, 게이, 바텐더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이 캐릭터에서 저 캐릭터로의 변신이 숨 가쁘게 진행되지만 몰입도는 최상이다. 캐릭터가 많다고 거기서 거기, 어디서 본 듯한 인물을 연기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매번 나올 때마다 ‘같은 사람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자유자재의 변신이 새롭다. 덕분에 관객들은 10초 당 한 번씩 터지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 아직도 기다리고 있습니까?
나이를 먹도록 아직까지 연애 한 번 못해본 당신은 1. 눈이 아주 높거나 2. 자신감이 없거나 3. ‘백마탄 왕자님’을 기다리는 이상주의자거나 4. 운명을 믿는 바보이거나. 뮤지컬 ‘김종욱 찾기’의 여주인공 주리는 3번과 4번 사이, 쩜오의 위치를 아슬아슬하게 지키고 있다. 22살 젊은 혈기로 운명을 찾아 떠났던 인도 여행에서 그녀는 평생을 사로잡힐 남자 김종욱을 만난다. 백마탄 김종욱 왕자님을 기다리는 외로운 운명론자 최주리! “우리가 운명이라면 또 다시 만나겠지”하며 서로를 떠나보낸 게 두 번. 한국으로 돌아가는 공항에서 세 번째 만남을 기약하지만 둘의 만남은 엇갈림으로 불발된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주리는 여전히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새로운 사랑 앞에도 소극적인데. 김종욱을 찾기 위해 찾아간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에서 주리는 정민이란 남자를 알게 된다. 이상하게 그와는 호흡이 잘 맞는다. 운명은 머나먼 인도에만 있는 것일까?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대학로예술마당 1관에서 오픈런으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최나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