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박상진號, 2차전지·태양전지 양 날개로 훨훨?
"이번 인사는 위기의식, 변화의지, 성장 열망이 포함된 인사다. 삼성의 미래를 이끌어 갈 젊고 혁신적인 인물을 중용했다"
지난해 12월, 이인용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이 밝힌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의 배경이다. 그리고 삼성의 미래를 이끌어갈 혁신적인 인물의 중심엔 삼성SDI 박상진 사장이 있었다.
취임 후 박 사장은 디지털 디스플레이 선두주자였던 삼성SDI를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변환, 그룹 전체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지기 위한 장기 플랜을 꾸리고 있어 '박상진號'의 현재와 미래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박상진식 창조경영, 먹히고 있다
"창조경영을 통해 미래를 앞서가는 제품으로 시장을 창출해 나가자"
지난해 말 박상진 삼성SDI 사장의 취임식 일성이었다. 이날 박 사장은 ▲소형전지 사업, ▲친환경 에너지, ▲젊고 활기찬 조직이라는 세 가지 단어에 방점을 찍으며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대비하자고 강조했다.
으레 추상적인 표현으로 대략의 청사진만을 제시하는 신임 CEO들과는 달리 취임사에서부터 삼성SDI가 나아가야 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박상진 사장은 업계에서 손꼽히는 '전략 전문가' 및 '마케팅통'으로 평가받는다. 박 사장은 그동안 삼성테크윈에서 분사된 삼성디지털이미징을 맡아 디지털카메라와 캠코더 사업을 총괄하면서 철저한 시장조사에 기반한 제품기획 및 마케팅 전략을 시행해 왔다.
박 사장이 취임사를 통해 강조한 '소형전지 사업'은 삼성SDI의 현재를, '친환경 에너지'는 미래를 각각 의미한다. 기업의 현재와 미래 둘 다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에서 나온 양면 전략이다.
수년간 매출 4~5조 사이로 정체돼 있던 삼성 SDI의 실적이 올해 상반기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는 것과 이번에 태양전지 사업을 삼성전자로부터 넘겨받으며 결과적으로 그룹의 5대 신수종사업 중 두 가지나 떠맡게 된 것도 박 사장의 양면 전략이 먹혀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잘 나가는 2차전지로 실적 선방
대형 IT업체들이 크게 힘들었던 올 2분기에도 삼성SDI는 850억원 내외(다수 증권업계 추정치)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보인다. 1분기에 9% 내외였던 영업이익률도 2분기에는 10%대로 진입할 전망이다.
IT업체 중 거의 유일하게 삼성SDI가 선방할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 소형 2차전지가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모바일 기기가 보편현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삼성SDI의 폴리머 전지(소형 2차전지 중 리튬이온전지에 전해질만 폴리머로 바꾼 형태)부문 성장은 눈부셨다.
모바일 기기들의 하드웨어 사양이 높아지며 필연적으로 많은 전력을 소모하게 됐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더욱 얇고 가벼운 제품을 요구해 높은 기술력을 가진 삼성SDI의 역할이 대두되게 된 것. 모바일 기기 제조업체의 대표격인 애플-삼성전자가 모두 삼성SDI를 배터리공급업체로 선정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여기에 그동안 2차전지계의 강자로 군림해왔던 일본이 엔화강세 지속과 지진피해 등으로 경쟁력이 약화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박상진 사장은 이런 호기를 놓치지 않고 폴리머 전지 분야를 확실한 캐시카우로 만들기 위해 계속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공시를 통해 2차전지 분야에 3천905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 사장의 이런 뚝심으로 삼성SDI는 하반기에도 관련 분야 점유율 1위를 지속해갈 전망이다.
◆태양전지로 미래 먹거리 개척
박 사장은 2차전지를 통한 현재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미래성장동력에 집중하고 있다.
그룹이 신수종사업으로 계획하는 분야 중 하나인 태양전지 사업이 삼성SDI의 기존 사업과 결합하면 상당한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판단, 그룹 경영진들을 설득해 삼성전자로부터 태양전지 사업을 가져온 일화는 유명하다.
박 사장의 이러한 노력으로 삼성SDI는 이달 1일 자로 삼성전자로부터 태양전지 사업을 1천608억원의 양수가격으로 넘겨받았다.
태양전지 사업은 자동차용 전지, LED,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등과 함께 삼성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추진하는 신수종사업 중 하나. 향후 2~3년간은 실적에 대한 기여 없이 막대한 적자부담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사업이다. 그럼에도 박 사장은 장기적으로 볼 때 태양전지 사업이 삼성SDI의 핵심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 믿고, 향후 2015년까지 약 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SDI가 그동안 디스플레이 사업, 2차전지 사업 등으로 축적해온 기술력이 태양전지 사업을 무리 없이 수행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히 삼성 SDI의 ESS(대용량 에너지저장시스템) 기술과 연동하면 유럽 등 선발주자를 금방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전략과 뚝심의 박 사장이 이끄는 삼성 SDI가 그룹의 현재와 앞날을 어떻게 그려나갈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마이경제뉴스팀/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