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 렌탈 이용자 껴안고 비렌탈 가입자 홀대?

수익성 떨어지는 소유 고객 반기지 않아...이용 약관도 불리

2014-01-07     김건우 기자

# 계약 끝났는데 2년 넘게 렌탈료 인출 = 서울 종로구 필운동에 사는 장 모(여)씨는 5년 전부터 A사의 세정기와 정수기를 함께 사용중이다. 계약을 체결한 지 2년이 지나 렌탈 계약이 종료되자 업체 측은 새 제품으로 다시 렌탈할 것을 제안했지만 굳이 렌탈료를 내고 싶지 않아 거절했다. 이후 세정기와 정수기 소유권을 넘겨받은 장 씨는 매 월 점검비 명목의 관리비만 내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남편의 통장을 확인하던 중 지금까지 매 달 2만 원 가량의 렌탈료가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확인 결과 업체 전산망에는 2년 전 새로운 세정기로 교체된 것으로 등록돼 있었다. 업체 측은 "업무상 잘못 처리돼 추가 요금이 징수된 것 같다"면서 "악의적으로 무단 징수한 것은 아니며 조만간 환불처리 하도록 하겠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 정수기 소유고객은 해지 시 '월할 계산'? = 충북 청주시 분평동에 사는 송 모(남)씨는 7년 정도 사용한 B사의 정수기를 타 사 제품으로 바꾸기로 결심하고 12월 3일에 해지 신청을 했다. 12월 분 관리비는 3일치만 내면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업체 측은 송 씨처럼 기기 소유고객(멤버십 회원)에겐 '월할 납부'가 적용돼 12월 한 달 관리비를 내야 한다고 안내했다. 반면에 '렌탈 회원'은 일할 납부가 가능하다고 제조사 약관에 기재되어 있었다. 불공정한 약관이라는 송 씨의 주장에 업체 관계자는 "멤버십 요금 대부분은 개 당 10만 원 이상의 필터 교체비용인데 결국 필터 값을 매 달 점검비 명목으로 선납하는 개념이어서 오히려 제조사가 손해보고 있어 월할 계산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정수기, 비데, 연수기 등 주로 렌탈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품군에서 장기 가입자들이 혜택은 커녕 오히려 푸대접을 받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수 년간 렌탈료를 지불하다가 계약 종료로 제품 소유권을 넘겨 받거나  애초부터 제품 자체를 구입해 매 월 점검비 명목의 관리요금만 내고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일반 렌탈 고객과 다른 약관을 적용받거나 타 제품으로의 렌탈을 강요받는 피해가 많다는  것.

특히 렌탈 계약을 갱신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담당 점검원이 임의대로 새로운 계약을 체결해 고객도 모르는 사이 렌탈 요금을 수 년간 무단으로 인출하는 편법 영업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도 지난해 '임의 계약' 관련 민원 건수가 20여 건 넘게 접수되는 등 피해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관련 업체들은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하지만 장기 가입자에게 불리한 현 규정을 무조건 업체 편의주의적인 약관으로 해석하기에는 현실적인 문제도 따른다"며 난색을 표했다.

◆ 수익성 낮은 장기가입자에 소홀


현재 국내 주요 정수기 업체(코웨이, 청호나이스, 교원, 쿠쿠 등)의 렌탈 가입자 비율은 전체 고객 대비 평균 70%로 알려져 있다.

평균 2~3년 정도 렌탈계약을 맺은 뒤 계약 종료 후 소유권을 가져와 그대로 사용하는 고객이 대부분.

렌탈 종료 후  가입자들을 계속 붙잡아두려는 업체들의 노력은 필사적이다. 제품 소유권을 업체가 가지고 있으면서 매 달 일정 금액의 렌탈 요금을 받을 수 있어 안정적인 수입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들 업체에 대한 투자 평가 등 가치 판단 시 가장 많이 고려하는 부분이 렌탈 가입자 수라는 점도  업체들이 렌탈 가입자 유치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하지만 렌탈 종료 이후 소유권을 넘겨 받은 기존 가입자들에 대한 배려는 많지 않다. 렌탈 가입자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소유권을 넘겨 받은 소비자들은 렌탈로 바꾸라는 권유 전화에 시달리거나 제대로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한 때 장기 가입자들을 홀대했던 이통 3사도 여론의 뭇매가 쏟아지자 장기 가입자 혜택을 하나둘 늘리고 있는 추세"라며 "포화상태인 렌탈 시장 역시 장기 가입자 관리가 장기적인 측면에서 중요하다는 점을 업체들이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