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가 여행상품 '비지떡' 많아...곳곳 '함정'수두룩

환불 불가는 기본, 여행 일정 변경도 소비자가 감수해야

2015-06-02     안형일 기자

# 동행 사고로 인한 여행취소, 환불은 안돼~ 경기도 시흥에 사는 김 모(남)씨는 지난 2월 4박5일 보라카이 여행을 계획했다. 온라인으로 저렴한 상품을 찾아보던 중 인당 34만 원짜리 최저가 상품을 발견했고 친구와 함께 얼른 구매했다. 출발일까지는 2주 가량이 남아있었고 부랴부랴 여행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출발 5일 전 같이 가기로 한 친구가 다리에 골절상을 입어 여행을 취소해야 했다. 여행사에 문의하자 취소는 물론 일정 변경 역시 불가능했다. 김 씨가 취소 수수료를 내면 되는데 환불을 전면 차단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며 따졌지만 '구매전 안내된 상황'이라며 잘랐다. 김 씨는 "단순변심이 아닌 불가피한 상황인데 너무하다"며 씁쓸해했다.

# 모객 부족으로 취소한 상품, 웃돈 얻으면 가능?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사는 최 모(남)씨는 모처럼 가족여행을 계획하고 직장인인 자녀들과 어렵게 시간을 맞춰 베트남 여행 상품을 구입했다. 출발 8일을 앞두고 여행사 직원은 모객 30명이 안되면 출발일을 미루거나 아니면 취소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통보했다. 다음 출발일은 20여 일 뒤라는 말에 날짜 변경이 어렵다고 하자 같은 날짜에 비슷한 일정의 여행 상품을 권하며 추가 비용을 요구했다고. 최 씨는 "모객이 안될 경우 일정이 미뤄질 수 있다는 안내문구는 봤지만 충원이 안될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며 "더 비싼 상품은 모객이 된다고 하니 미끼상품으로 잡아 추가 금액을 요구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최근 해외여행의 대중화로 저렴한 특가 상품을 이용하려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환불 불가, 과다수수료에 따른 부작용도 늘어나고 있다.

특가 상품의 경우 특별약관이 적용돼 불가피하게 여행 취소, 일정 변경 시 환불이 안되거나 과도한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여행사들은 여행 상품 관련 피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명시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법에 의거해 보상을 해준다. 하지만 특가 상품은 상품결제 전 관련 안내 동의서에 동의하는 순간 해당 상품에 적용된 보상 규정을 따라야 한다.

여행사들이 파격적인 가격으로 내놓은 특가 상품은 일정 이벤트 상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출발일이 촉박해졌거나 여러 사람을 모집해 출발하는 모객상품이다.

특히 모객상품의 경우 출발일까지 목표 여행객이 충당되지 않을 경우 날짜가 변경될 수 있다고 단서를 붙여둔다. 어렵게 잡아논 휴가 날짜를 변경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여행을 포기하거나 여행사에서 추천하는 다른 여행상품을 추가요금을 들여 출발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공정위는 모객상품 인원 충당이 안돼 여행이 지연될 경우 '출발 7일 전'까지 여행객에게 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일주일 만에 여행지와 계획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또한 취소 시 특약에 명시돼 있는 취소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특가 상품 취소 수수료 높은 건 제휴업체 규정 탓?

이같이 특가 상품 이면에 있는 소비자의 위험부담에 대해 하나투어, 모두투어, 참좋은여행, 인터파크투어 등 여행사 관계자들은 모두 같은 반응을 보였다.

상품 취소 시 이미 여행사가 지불한 현지 숙박료, 항공료, 옵션 등에 대한 취소수수료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취소 불가나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

또 저렴하게 판매하는 만큼 마진률도 떨어지기 때문에 취소 후 공석으로 진행될 경우 여행사 입장에서도 그만큼 손해를 본다는 설명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상품마다 다르게 적용되지만 환불이 안되거나 수수료가 높게 측정되는 경우는 상품에 연계돼있는 항공사나 숙박업체의 규정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며 "여행사가 임의대로 수수료율을 높게 측정해 이익을 챙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최현숙 컨슈머리서치 소장은 "여행사들은 앞다퉈 특가 여행상품들을 내놓고 옵션, 일정 업그레이드 등 특전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며 "초기 저렴한 가격에만 현혹될  것이 아니라 상품에 해당되는 약관을 꼼꼼히 살펴보고 여행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안형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