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뚫린 소비자규정㉔] 표시가격과 다른 결제 가격, '실수' 인정하면 끝

2018-08-28     이지완 기자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분쟁들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등 업종별로 마련된 소비자법을 근거로 중재가 진행된다. 하지만 정작 그 규정들은 강제성이 없을 뿐 아니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빠른 시장 상황을 담지 못해 소비자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올 하반기 동안 2018년 기획 캠페인 ‘구멍뚫린 소비자보호규정을 파헤친다’ 기획 시리즈를 통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의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개선 방향을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부산시 해운대구에 거주하는 서 모(남)씨는 지난 7월 21일 GS25에서 행사 상품을 구매하다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2+2행사로 3000원에 판매중인 과자를 구매했는데 바코드상으론 6000원으로 확인됐다. 행사기간 종료인가 싶어 매대에 붙은 표기를 확인했고 종료일은 아직 열흘이나 남아 있었다. 엉뚱한 가격에 대한 항의하자 직원은 “POS기에는 3000원이 아니라 6000원으로 찍혀서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이후 매장측은 본사에 상황을 알리고 개선하겠다는 연락을 전했다고. 서 씨는 “단품 구매라 확인 가능했지 여러개를 구입했다면 계산이 잘못되는 줄도 몰랐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 매대 표시 가격(6500원)과 영수증 결제 가격(6000원)이 다르다.  
#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에 사는 성 모(남)씨도 이마트에서 할인가를 믿고 샀다가 낭패를 당할 뻔 했다. 두루마리 화장지를 구입하면서 할인가 1만5900원이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영수증을 확인해보니 2만5800원이 결제돼 있었던 것. 고객센터에 문의하자 전날 종료된 행사가가 그대로 붙어있었던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성 씨는 “할인 가격이 아니었으면 다른 제품을 샀을 것”이라며 “항의한 소비자는 환불을 받는다 치더라도 1만 원을 더 비싸게 산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형마트나 슈퍼, 편의점 등 유통채널에서 매대 가격과 실제 계산 가격이 차이가 발생하는 일이 잦아 소비자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매대에서 제품을 선택할 당시 가격과 계산대에서 영수증에 찍힌 가격이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대부분 행사가격 등을 적용한 매대 가격표를 제 때 변경하지 않은 업체 측 실수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다.

그러나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다. 하나하나 구입한 가격을 외워 영수증과 비교하지 않으면 매대 가격보다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한 사실조차 인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격을 기억해 항의한다 하더라도 "바뀐 가격을 미처 교체하지 못했다"며 구매 취소 처리하는 게 전부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에서는 가격 오류 시 5000원 상품권을 제공하는 보상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 역시 소비자가 가격 오류를 알아차려야 가능하다.  

피해 소비자들은 고의성이 의심될 정도로 가격 오류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하지만 업체 측은 ‘단순 실수’일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한술 더떠 소비자가 무조건 비싸게만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더 저렴한 경우도 있다며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이같은 가격 기재 실수 등에 대한 보상 규정이 없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가 피해를 입은 것을 입증하는 경우 민법상 부당이득반환이나 손해배상이 가능하지만 문제는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라며 "자체 규정이 있는경우 자체 규정에 따라 보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지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