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승인지연에 아파트 분양일정 차질...입주예정자 혼란

건설사 승인 불가 사유 납득 못해도 속수무책

2020-01-07     이건엄 기자
지방자치단체의 승인 거부로 아파트 분양 일정이 갑작스럽게 변경돼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지자체가 별다른 이유 없이 승인을 거부하거나 단서조항을 근거로 결정을 미루는 일이 잦다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예비 입주자 입장에선 갑작스런 분양 일정 연기로 인해 이사계획과 자금 마련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사전 공지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주자모집공고(분양승인) 신청은 분양을 위한 최종 단계로 사업시행 허가와 건축허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 절차가 끝난 뒤 진행된다.

분양가 등 민감한 사안은 대부분 HUG의 보증절차 과정에서 검증이 완료되기 때문에 지자체 분양승인에 소요되는 시간은 길지 않은 편이다.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시장‧군수‧구청장은 사업자로부터 입주자공고 신청을 받으면 신청일부터 5일 이내에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된다고 명시돼 있다.

문제는 생각보다 분양신청 단계에서 지자체가 별다른 이유 없이 승인을 거부하거나 단서 조항을 근거로 결정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9월 27일 경기도 고양시에서는 두산건설이 덕양구 능곡1구역을 재개발해 공급하는 '대곡역 두산위브'의 견본주택이 개관할 예정이었지만, 고양시가 분양승인을 내주지 않으면서 일정이 밀렸다. 같은 달 20일 견본주택을 개관할 예정이었던 자이S&D의 오피스텔 '건대입구 자이엘라'도 10월 4일로 일정이 미뤄진 바 있다.

지난해 4월에는 'e편한세상 일산 어반스카이'가 오피스텔이 분양승인이 나지 않아 아파트 분양만 진행하는 다소 황당한 경우도 있었다. 오피스텔은 4개월이 지난 8월 27일이 돼서야 전시관을 열고 분양에 나섰다.

이처럼 지연 사례가 빈번하지만 사업자들은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상황이다. 주택 공급 규칙에는 부득이한 경우 5일 범위 내에서 승인 결정 여부를 연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근거나 이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다. 지자체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며 승인을 거부하더라도 사업자들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분양 단지에서 악성 민원이 발생했는데 이 때문에 해당 지자체에선 분양 승인을 거부했다”며 “단 한 건의 민원으로 인해 사업 자체가 지연되는 것은 사업자 입장에선 다소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 역시 “참가하는 심의위원들이 법적 근거도 없고 책임도 없는 재량권을 행사에 사업을 지연시키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며 “사업 한번 하고 말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거절할 수가 없는 게 업체들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덕분에 피해는 고스란히 예비 입주민들에게 돌아가는 상황이다. 실수요자들의 경우 분양 일정에 맞춰 임시거처 마련과 자금계획을 세워야 되는데 분양이 임박한 상황에서의 사업 지연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재개발사업의 경우 분양승인 지연에 따른 비용 부담을 모두 조합이 지어야 되기 때문에 피해는 더욱 크다.

한 재개발 조합원은 “마지막 분양승인 단계에서 지자체가 거부해 사업 진행이 늦어지고 있다”며 “이로 인한 비용 증가 때문에 조합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지자체들은 다소 오해가 있다는 입장이다. 사업자가 분양 신청을 늦게 하거나 안하는 경우도 상당하기 때문에 지자체의 책임만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사업자의 사정으로 승인 신청이 늦어져 분양이 늦어지는 경우도 많다”며 “또 신청을 하더라도 미흡하거나 부적격한 부분이 발견될 경우 허가가 어렵기 때문에 분양 신청단계에서 늦어지는 것을 지자체만의 책임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이건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