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전매 조심!' 부적격자에게 분양권 샀다가 계약금 날릴 수도
불법전매 두고 법적 해석도 엇갈려...매수자만 독박
2020-02-02 이건엄 기자
분양권 전매는 아파트를 청약 받은 사람이 시세 차익이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제 3자에게 분양권을 파는 행위를 말한다. 공인중개사를 통해 기존 분양가 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며 일반 주택 매물과 마찬가지로 중개수수료가 붙는다.
문제는 분양권 전매자의 자격요건 미달로 청약 자체가 무효화 될 경우 전매계약이 취소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7년 초 오 모(남)씨는 A건설이 시행과 시공을 모두 맡은 주상복합 아파트 분양권을 윤 모(남)씨에게 계약금 10%와 프리미엄으로 얹은 3700만 원을 받는 조건으로 전매했다.
최근 건설사 측이 오 씨의 위장전입 사실을 문제 삼아 분양 계약을 철회했고 계약에 따라 계약금 역시 돌려주지 못한다고 통보해 왔다. 결국 이 사실을 모른 채 분양권을 구입한 윤 씨는 계약금과 프리미엄으로 지불한 3700만 원까지 잃게 됐다.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주택법 위반으로 분양계약이 취소되는 경우 납부한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보기 때문에 이를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전매제한기간을 모른 채 거래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역 부동산 중개인과 원소유자가 입을 맞추고 분양권 매수자에게 전매가 가능하다며 속이는 방식이다. 서울을 비롯한 일부 수도권 등 과열지구에서는 시세 차익에 따른 무분별한 거래를 막기 위해 일정 기간 동안 거래를 제한하는 ‘전매제한기간’을 두고 있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지난 2018년 이 같은 위반 사례를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시공한 송파 헬리오시티와 대림산업의 아크로리버하임, SK건설의 보라매SK뷰 등 대형 재개발 단지에서 총 22건 적발한 바 있다.
안타까운 점은 분양계약 취소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분양권 매수자의 몫이라는 점이다. 명의 이전이 완료되지 않은 분양권에 대한 계약이 철회되면 소유권이 시행사에게 돌아가고 전매거래 역시 무효가 되기 때문에 입주가 불가능해진다.
또 시행사가 분양계약서 상에 명시한 조항을 근거로 계약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위약금으로 가져가기 때문에 원소유자가 이미 받은 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매수자 입장에선 소송 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
즉 웃돈을 주고 분양권을 구매했지만 입주를 못하는 것은 물론, 금전적 피해까지 입을 수 있다. 대다수의 시행사들은 불법전매를 주택법(제65조 2항) 위반으로 보고 있고 이를 근거로 위약금을 부과한다는 조항을 명시하고 있다.
대한부동산학회 서진형 회장은 “프리미엄을 받고 금전적인 이득을 취한 분양권 원소유자에게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 외에는 피해를 구제 받기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도 이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불법으로 당첨돼 계약 취소된 경우 사업자가 당첨자가 낸 돈을 돌려줘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지만 법적 강제성이 없어 피해를 막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선의의 취득자를 보호하기 위해 매수자 등이 분양권의 부정당첨 여부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건설사를 비롯한 시행사들은 전매 자체가 개인과 개인의 거래이기 때문에 책임을 지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개인 간의 거래라 시행사가 분양계약 철회로 인한 분양권 매수자의 피해를 책임지기는 어렵다”며 “분양계약서에 명시된 내용을 바탕으로 위약금을 산정하고 분양권을 회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불법전매와 관련한 법원의 판단은 엇갈린다.
2009도10477 판결을 살펴보면 대법원은 '입주자의 지위를 전매한 자는 지위를 전매한 매도인만을 의미하고 매수인은 해당하지 않는다. 불법전매라도 계약을 유지해야 된다'고 보고 있다.
반면 2016다229393 판결에서 대법원은 택지개발촉진법상 전매금지규정에 대해 이를 단속규정이 아니라 효력규정으로 보고 전매계약의 사법상의 효력까지 무효로 판단한 바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건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