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에이블리 등 패션 플랫폼, 불량품 보내고 환불·교환은 '나몰라라?'

[포토뉴스] 업체 측 "중개 플랫폼이라 문제해결 시간 걸려"

2021-07-14     황혜빈 기자

#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황 모(남)씨는 지난 6월 중순 무신사에서 ‘화이트’ 색상의 카라티셔츠를 5만5000원에 구입했다. 하지만 배송된 옷은 카라 부분만 변색된 것처럼 누런 색이었다. 사진과 너무 다른 실물에 당황한 황 씨는 무신사 홈페이지에 1대 1 문의글을 남겼지만 업체 측은 ‘상품 문제 미확인’이라며 환불을 거절했다. 열흘 이상 지속적으로 문의글을 남긴 끝에 이달 초에야 환불을 받을 수 있었다. 황 씨는 "누가 입다 버리기 직전의 옷인 줄 알았다. 사이트 상품사진과 색상이 달라 환불을 요청했는데 '상품에 문제가 없다'며 거절한 게 어처구니가 없다"고 억울해했다. 무신사 측은 "온라인 특성상 상품 이미지는 출력되는 모니터 환경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상품 상세 컷에 실제 색상과 가깝게 나와 있는데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내용을 안내하고 배송비 차감 후 환불해준 상황"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 서울 강북구에 사는 탁 모(여)씨는 지난 6월 중순경 브랜디에서 니트 카라 블라우스를 1만5000원에 구매했다. 제품을 받아보니 카라, 단추, 기장 등이 사이트에 나와 있는 착용 사진과 확연히 달랐다. 판매페이지에 다시 들어가 보니 뒤늦게 상세 컷이 추가돼 있었다. 상품 Q&A에는 탁 씨처럼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과 다르다며 환불을 요구하는 글로 와글와글했다. 탁 씨도 환불을 요청했지만 반품 배송비를 지불하라고 대응했다. 탁 씨는 “뒤늦게 올라온 상세 컷과 구매 당시 봤던 착샷은 다른 상품인데 처음부터 상세 컷을 봤다면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진과 다른 상품을 보내줘 놓고 환불 요청하니 배송비를 요구한다”며 어이없어 했다. 브랜디 관계자는 "브랜디 고객센터에 직접 접수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중개 플랫폼이다 보니 직접 관여할 수 없지만 고객센터에 접수했다면 정상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시 권선구에 사는 이 모(여)씨는 지난 6월 25일 에이블리에서 약 3만 원짜리 멜빵 원피스를 구매했다. 배송 받은 후 불량일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 채 세탁했다. 4~5일 후 입으려고 보니 멜빵 왼쪽 버클 부분이 반대로 끼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입점 쇼핑몰 측에 문의했지만 세탁했기 때문에 교환이나 환불은 안 된다는 답변뿐이었다. 에이블리 고객센터에 재차 문의한 후에야 쇼핑몰 측에서 연락 와 교환해주기로 했다. 이 씨는 “애초 불량 상품이었는데 세탁했다는 이유로 교환을 거절당했다”며 “처음부터 제대로 검수 안 하고 보낸 게 업체 측 과실 아닌가”라고 하소연했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판매자에게 연락해 제품 자체가 불량인 것으로 확인되니 환불 처리해야 함을 안내하고 해결될 때까지 트래킹해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 서울 강서구에 사는 최 모(여)씨는 지난 4월 초 지그재그에서 전에 구매했던 바지를 2만 원가량에 다시 구매했다. 받아보니 바지 밑단 박음질이 조금씩 튿어져 있는 것을 발견해 환불 신청했으나 업체 측에선 반품배송비 5000원을 조건으로 걸었다. 최 씨에 따르면 상품 불량인데 반품비를 내야 하느냐며 항의하자 "일부 블랙컨슈머들이 옷을 일부러 찢어 보내고 환불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 그렇다"고 답했다고. 이틀 정도 실랑이를 벌이고 나서야 환불 받을 수 있었다. 최 씨는 "상품이 불량인 것을 소비자 탓으로 돌린 게 어이없다"며 "계속 따지지 않았다면 환불을 못 받아을 것 아니냐"며 황당해했다.
 

MZ(밀레니얼·Z)세대를 주축으로 패션 온라인 플랫폼이 급성장하고 있으나 상품 문제로 교환환불 갈등을 빚는 일이 발생하며 소비자 불만이 치솟고 있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무신사, 에이블리, W컨셉, 지그재그, 브랜디 등 온라인 패션중개 플랫폼에서 제품을 구매한 후 피해를 입었다는 불만이 쇄도하고  있다. 사이트 내 광고 페이지에 나온 색상이나 디자인과 다른 상품이 배송되거나 상품 불량인 문제가 대다수다.

이 경우 입점업체에 교환이나 환불을 문의하면 '단순변심'이라며 배송비를 요구하면서 분쟁이 발생하는 식이다. 

무신사, 에이블리, W컨셉, 지그재그, 브랜디 등 온라인 패션 중개 플랫폼 업체들은 공통적으로 소비자와 판매자 간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최대한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중재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불량품이 배송됐다거나 사이트 광고와 색이나 디자인이 다르다는 민원이 제기되면 확인 후 환불이나 교환 처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업체 과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을 경우에는 배송비 차감 후 환불이나 교환을 원칙으로 한다.

아울러 중개 플랫폼이다 보니 실시간 문제 확인은 어려울 수 있으나 모니터링과 판매자 정책을 통해 만족스러운 쇼핑 환경을 구축하고자 노력한다고 입을 모았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해 오인하는 부분이 없도록 상품의 다양한 디테일 컷을 제공하도록 판매자 매뉴얼로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이블리는 판매자가 영업일 기준 1일(24시간) 내로 고객 문의에 응답해야 하는 정책도 운영하고 있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이 정책을 어길 경우 에이블리가 지속적으로 확인하며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관리한다"고 강조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브랜드사와 소비자가 입장 차이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경우 한국소비자원, 한국소비생활연구원, 한국소비자연맹 등 심의기관이 직접 심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색상이나 디자인이 다르다는 문의를 받았을 때는 판매자에게 상세페이지 및 상품 검수를 요청한다.

지그재그 관계자는 "상품 불량이라고 판단됐을 경우에는 판매자에게 배송비 없이 환불해주도록 가이드하거나 고객에게 포인트 보상을 제공하는 등 원만한 처리가 될 수 있도록 중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W컨셉 측은 사이트의 사진과 실제 상품의 색과 디자인을 확인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입점 브랜드의 상품에 불량이 있거나 사이트 사진과 실제 상품의 색과 디자인이 현저하게 다르다고 판단되는 경우 담당 MD를 통해 해당 브랜드에 개선 권고를 하고 W컨셉이 배송비를 부담하는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 

W컨셉 관계자는 "전자상거래법 및 소비자분쟁기준을 의거해 교환·반품처리를 이행하고 있다"며 "브랜드(입점 판매자)를 관리할 때도 무엇보다 판매자의 자체 규정보다 전자상거래법을 우선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랜디 측은 "민원이 들어올 경우 판매자에게 해당 내용을 전달해 제품 불량 등 품질 문제 발생으로 판단되면 무상 환불이나 교환이 진행된다"며 "원만한 해결을 위해 당사 비용으로 무상 환불해주는 방향까지 검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소비자는 7일 이내 자유롭게 반품이 가능하다. 단순변심으로 인한 반품이면 반품 비용은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 다만 제품 하자에 의한 반품이거나 계약 내용과 다르게 이행된 것이 입증된다면 반품 비용은 내지 않아도 된다.

또한 중개 플랫폼 운영 사업자는 소비자에게 제공한 정보가 사실과 달라 소비자에게 발생한 재산상 손해에 대해 판매자와 연대해 배상해야 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황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