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급난' 속 차량 출고대기 괴로운데 연식변경 추가금까지?...소비자·제조사 갈등 속출
규정상 문제 없다지만 소비자 불만에 업체도 고민
2022-03-21 박인철 기자
#사례2. 광주에 사는 김 모(남)씨는 지난해 9월 현대자동차 아반떼를 계약한 후 출고까지 최소 4개월 이상은 필요하다는 카마스터의 안내를 받았다. 어느덧 6개월이 되는 이달 연식변경 모델이 출고되면서 21년식이 단종됐고 이 모델 구입 시 약 100만 원 정도의 추가금을 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김 씨는 “21년식 아반떼를 계약했는데 모델 단종에 추가금을 내지 못하면 계약은 취소된다는 이야기에 황당했다”면서 “제조사 사정으로 차량을 정해진 날짜에 전달하지 못했으면서 추가금을 고객에게 부담하라는 것은 부당한 처사같다"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사례3. 서울에 사는 김 모(남)씨는 지난해 12월 현대 상용차 덤프트럭을 계약했다. 이달 딜러에게서 당시 시세보다 1000만 원이 올라 인수하려면 추가 금액 지불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김 씨는 “지난해 계약할 때 약속했던 할인도 차량 가격 인상으로 어렵다고 하더라. 차가 없이는 일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없이 지불했지만 억울한 마음이 든다”고 토로했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차량 인수가 장기간 지연되면서 대기 중에 연식 변경에 따른 추가금을 놓고 소비자와 자동차사 간의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소비자들은 차량을 제 때 받지 못해 불편을 겪고 있는 와중에 연식변경을 이유로 돈을 더 내라는 것은 부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반면, 자동차회사들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소비자들에게 선택을 맡기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애초 계약한 차량을 예상 출고 시점에 받지 못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고 수요가 몰리는 차량은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문제는 자동차는 보통 1년 단위로 연식 변경 모델이 출시되는 바람에 출고 대기 중에 원래 계약한 차량보다 가격과 성능이 업그레이드된 모델이 나온다는 점이다.
연식이 변경되면 처음 계약 당시보다 차량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소비자가 추가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에 대해 일부 소비자들은 제조사 사정으로 계약 차량을 받지 못하는 것인데 추가금까지 부담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과거만 해도 페이스리프트, 풀체인지 모델이 아니고서야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최근 자동차 가격이 오르면서 연식변경 모델도 가격이 계속 올라가는 추세다. 상품성이 개선됐다 해도 차주에 필요한 옵션이 아닐 경우 추가금을 지불한 만한 가치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추가금 지급을 거절할 경우 계약 자체가 파기되기 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지불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물론 제조사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반도체 수급 문제로 제조가 지연되면서 어떤 경우에는 연식이 변경된 모델로 공급할 수 밖에 없다는 애로점이 있다.
사전에 차량 출고 전 부품 가격 인상 등의 요인이 발생하는 경우 소비자에게 이를 알리고 고객에 인도한다. 연식 변경으로 계약한 차량보다 가격이나 상품이 변동될 경우 추가금이 요구될 수 있다는 내용도 계약서에 명시된 부분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사실 현재 출고대기 문제는 제조사 탓만 할 수 없는 게 세계적으로 반도체 부족 현상이 일어난지 오래 됐고 소비자도 이런 부분을 알고 구매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연식변경 모델을 구입하면 나중에 중고차로서 가치가 더 올라가기 때문에 이를 선호하는 소비자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공급보다 수요가 많기 때문에 차를 구매하려는 사람이 더 아쉬운 입장인 것은 맞다. 반도체 난이 길어질수록 이런 논란은 더 자주 발생하게 될 것”이라 말했다.
현대자동차, 기아, 한국지엠, 르노삼성, 벤츠, BMW, 아우디 등 자동차 수입·제조사들은 계약한 차주들에 최근 반도체 상황으로 출고가 지연되고 있는 부분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상황에 대해 한 국산차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수급난으로 기존 생산 일정에 차질이 생겨 계약한 모델과 다른 모델을 구매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제조사가 일부러 다른 모델을 구입하게끔 유도하지 않는데, 빠른 출고가 쉽아 고객이 오해하는 부분도 충분히 이해한다. 현 상황을 설명하는 등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에 더 신경쓰겠다”고 말했다.
다른 국산차 관계자도 “계약 후 빠른 출고가 가능하면 우리나 소비자 모두에게 윈윈이지만 최근에는 수요나 부품 공급 수급난 등의 사유로 불가피하게 수 개월의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 연식변경 모델이 나올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경우 고객에 충분한 상황을 설명하고 추가금을 내고 모델을 바꿀 것인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존 모델을 기다릴 것인지 의사를 물어본다. 강제적으로 어떤 선택을 요구한다던가 하는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한 수입차 관계자는 추가금 부담을 원치 않는 소비자도 있지만 오히려 연식변경 모델을 더 원하는 경우도 있어 계약이 파기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체적으로 (상품성이 향상된) 연식변경 모델을 원하는 경우가 조금 더 많다. 고객이 계약을 파기하고 다른 브랜드로 넘어가는 경우 우리도 손해이기 때문에 최대한 고객이 좋은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양해를 구하고 상황 설명도 충분히 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