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불닭' 누적매출 2조 원 돌파, 9년간 37억 개 판매…해외에서 더 불티

2022-03-31     김경애 기자
삼양식품(대표 김정수·장재성)의 불닭 시리즈가 지난해에만 4000억 넘게 팔리며 누적 매출 2조 원을 돌파했다.

쉼 없이 쏟아져 나오는 신제품 효과를 등에 업고 삼양식품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는데, 특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점이 성장에 가장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불닭의 해외 매출은 2017년을 기점으로 국내를 역전했으며 현재 세 배 이상의 격차를 벌리며 크게 앞서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2012년 4월 첫 선을 보인 삼양식품 불닭 시리즈의 누적 매출은 2조519억 원으로, 9년간 약 36억6153만 개 제품이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구 인구 2명 당 한 명 꼴로 먹어본 셈이다.
 
지난해 불닭 매출은 4400억 원으로 7억7000만 개 제품이 팔렸다. 2020년 대비 매출은 7.3% 성장했고 판매량은 5000만 개 늘었다. 출시 첫 해인 2012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59배, 판매량은 64배 가까이 성장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해외 매출이다. 국내 매출은 1000억 원으로 전년과 동일한 수준인데 해외가 3400억 원으로 9.7% 늘면서 전체 성장을 견인했다. 삼양식품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국내는 15.6%인 데 반해 해외는 무려 53%다.

불닭의 해외 매출은 2018년을 제외하고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12년 7500만 원에 불과하던 해외 매출은 매년 세 자릿수 비율로 성장해 2017년 1000억 원 이상의 격차를 내며 국내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주요 수출 지역은 중국과 동남아, 미국이다. 지난해 중국에서만 1390억 원을 팔았다. 동남아와 미국에서는 각 1100억 원, 510억 원의 수출 매출을 기록했다. 
 
불닭의 해외매출 성장은 해외 유튜버들 사이에서 한국의 매운맛에 도전하는 먹방(먹는 방송) 아이템으로 불닭볶음면이 부상한 데 기인한다.

시초는 '영국남자(Korean Englishman)' 시리즈로 유명한 유튜버 조쉬다. 2014년부터 불닭볶음면을 먹은 외국인들의 반응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게재했는데, 이들 영상이 이른바 '불닭 챌린지(Fire noodle challenge)'로 불리며 해외 네티즌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게 됐다. 

많은 이가 불닭 챌린지에 도전하면서 불닭 시리즈의 매출과 브랜드 인지도는 급격히 상승했다. 푸드파이터 맷 스토니(Matt Stonie)의 불닭 먹방 영상이 현재 가장 유명하다. 2019년 7월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Most Korean Fire Noodles Ever Eaten'라는 제목의 영상은 31일 기준 조회수 1억2600만 뷰와 257만 개의 좋아요, 18만 개 댓글을 기록하고 있다. 

해외 네티즌들은 "맷을 따라 먹고 있는데 미친듯이 뜨겁고 맵다", "우유 세 잔과 함께 울면서 먹었다", "다음 날 화장실에 가기 두렵다", "혀에 화상을 입은 것 같다", "한 봉을 끝까지 먹는 것이 목표"라는 반응들을 쏟아냈다.
 
▲유튜버 조쉬가 2014년 2월에 올린 '런던의 불닭볶음면 도전!!, FIRE NOODLE CHALLENGE'라는 제목의 영상 캡처. 조쉬와 영국인 친구가 불닭볶음면 컵 제품을 먹고 있다
▲푸드파이터 맷 스토니가 2019년 7월에 올린 불닭 챌린지 영상은 현재 조회수 1억2600만 뷰를 돌파했다
불닭 시리즈의 성공 배경에는 삼양식품 창업주의 며느리인 김정수 대표이사 부회장(58)의 공로가 지대하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2011년 초 명동 매운 음식점을 들른 김 부회장은 젊은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강렬한 매운 맛을 라면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후 마케팅 부서·연구소와 협업해 전 세계 매운 고추들을 연구하고 전국의 유명한 불닭, 불곱창, 닭발 맛집들을 탐방하며 음식들을 직접 시식했다. 위장약을 복용할 정도로 매운맛 시식이 계속됐으나 결과적으로 '맛있게 매운 소스' 개발에 성공했다.
 
'너무 매워서 도저히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수준'을 목표로 개발에만 약 1년이 소요됐는데, 이 기간 매운소스 2톤, 닭 1200마리가 투입됐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매운맛에 대한 입지를 확고히 구축한 결과 별 다른 광고 없이 입소문만으로 국내와 해외 마니아층을 꾸준히 늘릴 수 있었다는 게 삼양식품 측의 설명이다.

불닭 시리즈의 매운맛을 완화할 수 있는 각종 레시피가 SNS상에서 활발히 공유된 것도 성장에 한몫했다. 스트링 치즈와 참치, 계란 등의 부재료를 활용한 레시피가 등장하면서 '맵찔이(매운맛에 약한 사람을 칭하는 신조어)'들도 불닭 제품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쉼 없이 쏟아져 나오는 신제품 효과도 주목된다. 특히 2017년 12월 국내 한정판으로 선보인 까르보불닭볶음면은 출시 3개월 만에 무려 3600만 개가 팔리며 불닭브랜드 대표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수출 초기부터 KMF 할랄 인증을 획득해 동남아 진출에 용이한 여건을 마련했고, 오리지널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색다른 매운맛의 신제품 개발로 불닭 브랜드를 꾸준히 확장했다. 현지 유통사와의 파트너십 체결, 판매법인 설립 등으로 해외 사업을 지속 확대·강화했다. 이들 요인이 불닭 성장에 복합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