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페이는 '안전결제' 아니에요...직송금 악용한 먹튀 거래 활개

2022-04-05     황혜빈 기자
당근마켓의 간편 결제 서비스인 ‘당근페이’를 악용한 사기 행위가 급증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당근페이’는 당근마켓이 지난 2월 이용자들의 거래 편의를 위해 선보인 간편 결제 서비스다. 판매자와의 채팅창에서 별도의 계좌번호를 입력할 필요 없이 ‘송금하기’ 버튼을 누르면 수수료 없이 바로 송금이 가능하다. 
 
▲당근마켓에서 '당근페이'로 거래 시 '송금하기' 버튼을 누르고 비용 및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상대방에게 금액이 바로 전달된다.

하지만 구매자가 물건을 받은 후 구매를 확정해야만 판매자에게 돈이 송금되는 안전결제(에스크로) 서비스와는 달리 판매자에게 돈이 바로 보내지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판매자에게 바로 송금되는 시스템을 악용해 ‘당근페이’로 선입금을 유도한 후 돈만 받고 잠적하는 수법의 사기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상에는 판매자가 ‘당근페이’를 이용해 선입금을 유도한 후 잠적했다는 소비자 피해가 적지 않다.  
 
▲한 소비자가가 당근페이로 선입금 했다가 피해를 봤다고 호소했다(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다른 소비자도 당근페이로 유도하는 수법의 사기 피해를 입었다고 토로했다.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더욱이 ‘당근페이’로 결제 시 “판매자에게 바로 송금되니 주의가 필요하다”는 등의 안내문구도 없다. 이를 모르는 구매자들은 눈 뜨고 코 베이기 쉽다. 

당근마켓의 '자주 묻는 질문'에는 ‘당근페이’를 이용해 '이미 송금이 완료됐을 경우 수취인의 동의 없이 취소할 수 없다'는 주의사항만 고지돼 있을 뿐이다. 이마저도 소비자가 직접 찾아보지 않을 때는 알기 어렵다 보니 송금 방식을 알지 못한 소비자들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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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 '자주하는 질문'에는 당근페이로 송금 완료 시 수취인의 동의 없이는 취소할 수 없다고 고지돼 있다 

중고나라와 번개장터는 '에스크로' 시스템을 통해 구매 확정이 돼야만 판매자에게 거래대금을 정산해주고 있다.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네이버카페에서는 네이버페이, 중고나라 앱에서는 ‘중고나라 페이’를 이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구매자가 구매 확정을 눌러야만 최대 2영업일 이내에 판매자에게 송금된다.

번개장터의 경우 ‘번개페이’를 이용하도록 권장하고 방식은 중고나라 페이와 동일하다. 두 페이 모두 거래 완료 사실이 확인돼야만 정산되는 것이다.

당근마켓은 기존 ‘에스크로’ 방식과는 달리 판매자에게 빠른 정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같은 간편 결제 서비스를 도입했다는 입장이다.

당근마켓 측은 “당근페이는 카카오페이, 토스, 은행 등의 계좌이체 프로세스에 준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에스크로’ 방식과는 기술적으로 다른 유형의 서비스”라고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에스크로 방식은 판매자가 거래 대금을 받기까지 수일의 시간이 걸리고 구매자가 구매확정을 누르지 않으면 더 길게 소요된다. 수수료 부담, 거래 대금 수령까지 소요되는 시간에 대한 불편을 피하기 위해 실제 '에스크로' 방식을 회피하는 이용자가 많은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기존 당근마켓에서 대표적인 사기 케이스로 ‘에스크로’를 가장한 외부 결제 링크로 유도하는 케이스가 많았던 만큼 당근페이는 채팅에서만 송금이 가능하도록 구현하면서 사기 시도로부터 이용자 보호를 강화했다”고 덧붙였다.

당근페이 송금 프로세스에 대한 안내는 이용자 가이드라인을 통해 제공하고 있으며 실제 송금을 진행할 때 '판매자와 당근페이 거래를 확인하신 후 송금해주세요' 안내 메시지가 나가고 있다고. 금액 확인, 비밀번호 입력 등 단계를 두어 여러 차례 재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서 사이버범죄수사팀 관계자는 “모든 사기 사건에 대해서는 피해 사실에 대한 자료를 증빙한 후 사건을 접수하도록 하고 있다”며 “피해가 있거나 피해를 입을 뻔했다면 경찰청 사이버수사대로 전화 접수하거나 온라인으로 사건을 접수한 후 가까운 경찰서에 방문하면 된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황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