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니트 목덜미 꼬질꼬질 ...홈쇼핑·온라인몰, 때·얼룩 묻은 제품 배송 일쑤
무상 교환·환불 요구했다 거절 당한 소비자들 분노
2022-08-19 이은서 기자
# 서울 광진구에 사는 이 모(여)씨는 지난 6월 말 해외 SPA브랜드 온라인몰에서 10만 원짜리 점퍼를 구매했다. 배송 받은 의류는 파운데이션 자국이 두드러졌고 허리 끈도 묶여 있어 누군가가 사용했다는 의심이 들었다. 이 씨는 브랜드 고객센터에 항의했고 업체는 "무조건 새 제품을 보내기에 그럴 일이 없으나 반품을 원하면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이 씨는 고객센터에 집요하게 물건 검수과정과 출고 방식을 물어본 결과 반품 제품 중 검수를 거쳐 재판매하는 의류가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 씨는 “화장품이 묻은 옷이 배송된 것도 황당한데 사과 없이 새 제품을 보내겠다고 우기는 뻔뻔한 업체에 화가 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김 모(여)씨는 지난 7월 온라인몰에서 선풍기를 구매했다. 배송 받은 선풍기는 포장 박스부터 이미 열어본 흔적이 있었고 선풍기 전선에는 검은 얼룩이 여기저기 묻어 있었다. 선풍기 바닥도 쓸리고 더러워진 흔적이 선명했다고. 온라인몰 고객센터 게시판에 환불을 신청했으나 답이 없어 판매처에 문의하자 '제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얼룩'이라며 무상 반품을 거절했다. 화가 난 김 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고발글을 올리는 등 강력하게 항의한 끝에야 무상으로 환불 받을 수 있었다. 김 씨는 “이 제품의 후기를 보니 사용 흔적이 있는 제품을 받았는데도 무상환불을 받지 못했다는 후기가 많더라”며 괘씸해했다.
홈쇼핑이나 온라인몰에서 검수를 허투루해 사용 흔적이 역력한 상품을 배송하는 일이 빈번하다 보니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대부분 다른 소비자가 단순 변심으로 반품한 제품이 재판매되면서 발생하는 일이기 때문에 '재판매' 허용을 놓고 소비자와 업체 간 입장 차가 명확하다.
업체들은 특히 의류의 경우 단순 변심으로 반품된 제품이 검수과정을 거쳐 재판매되는 게 관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용 흔적이 없는지 철저한 검수를 통해 유통되나 사람이 직접 검수하기 때문에 간혹 사용 흔적이 있는 제품을 판매하는 실수가 일어난다는 입장이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도 온라인몰, 홈쇼핑에서 구매한 제품에 중고 제품과도 다름없는 제품을 받았다는 소비자 불만이 꾸준하다. 옥션, 위메프, 인터파크, 쿠팡, 티몬, G마켓, 11번가 등 온라인몰과 자라 같은 자체 의류몰, CJ온스타일과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등 홈쇼핑 등 온라인몰을 운영하는 대부분 업체에서 비슷하게 발생하는 문제다.
구매한 신발의 밑창이 쓸려 있거나 의류에 파운데이션, 틴트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다는 내용이다. 블라우스를 샀는데 땀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는 황당한 경우도 있었다. 소비자들은 새 상품이 아니라며 무상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면서 불만이 커졌다.
소비자들은 누군가 착용한 제품을 재판매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하지만 홈쇼핑과 온라인몰 업체들은 단순변심으로 반품된 제품을 재판매할 수 없다면 회사 운영이 힘들다는 입장이다. 그만큼 하자가 아닌데도 단순변심 등 이유로 반품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들 제품 중 검수가 잘못돼 사용 흔적이 있는 제품이 유통된다면 확인해 교환이나 환불해준다고 입을 모았다.
자라 측은 “교환·반품된 제품 중 면밀한 내부 검수를 통해 품질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을 마친 제품에 한해 재판매한다. 구입한 제품에 하자가 있거나 사용감이 있는 제품으로 확인된 경우, 세탁 및 착용 전 제품에 한해 무상환불 및 교환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11번가 관계자는 “판매자 실수가 있을 수는 있지만 중고 상품이나 불량으로 반품된 상품이 재유통되는 경우는 드물다”며 “판매자의 실수로 재판매된다고 해도 고객이 무상 반품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상품 수령시 사용 또는 착용한 흔적이 있는 경우 상품 초기 불량으로 간주해 무상 반품을 진행하는 게 옳은 방식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