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털은 기본? 튀긴 벌레, 쇳조각 소시지, 종이뭉치 빵...식품 이물사고 다발
여름철 대기업부터 중소업체까지 이물 민원 쏟아져
2022-08-25 김경애 기자
# 약과 먹다 이빨 부러질뻔, 딱딱한 이물의 정체는 인천광역시 연수구에 사는 전 모(여)씨는 올해 3월 창고형 할인매장에서 구매한 B제조사 약과를 이달 12일에 먹던 중 치아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나 깜짝 놀랐다. 이가 깨질 듯한 통증이 느껴져 뱉어 보니 검은 쇳조각이었다. 제조사 고객센터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아 홈페이지에 글을 남겼는데 지난 16일 연락을 받았다. 다음 날 오후 직원이 방문해 사과한 후 문제의 과자와 이물을 수거해갔다고. 전 씨는 "과자에서 어떻게 쇳조각이 나올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황당해 했다.
# 핫도그 소시지에 콕 박힌 작은 쇳조각, 모르고 먹었을 수도 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신 모(남)씨는 지난 16일 대형마트에서 구매한 C제조사 냉동 핫도그를 익혀서 딸과 함께 먹던 중 딸이 먹던 핫도그 속에서 작은 쇳조각을 발견하고 기겁했다. 신 씨의 딸은 핫도그 소시지 속에 박힌 쇳조각을 보여주며 더는 먹지 않겠다고 했다. 신 씨는 "내가 먹던 핫도그도 아니고 딸이 먹던 핫도그에서 쇳조각이 나와 큰 일을 치를뻔 했다. 제조 과정의 위생 상태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 양파튀김 사면 벌레튀김은 서비스? 서울특별시 구로구에 사는 김 모(여)씨는 지난 13일 자녀와 함께 D창고형 가구마트의 푸드마켓 코너를 들러 스웨덴 제조·수입 가공식품인 양파튀김을 구매했다. 집에 돌아와서 자녀와 함께 간식으로 먹던 중 이상한 모양의 튀김이 있어 자세히 보니 양파와 함께 튀겨진 벌레 사체였다. 원형 그대로 보존돼 튀겨져 있었다고. 김 씨는 "나방처럼 생긴 커다란 벌레가 튀겨져 있었는데 이런 경우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느냐"며 불쾌함을 토로했다.
# 시리얼에 박혀 설탕 코팅된 검은 이물의 정체는 경기도 화성시에 사는 어 모(여)씨는 이달 중순경 마트에서 구매한 E제조사 시리얼을 먹던 중 정체불명의 거무스름한 이물이 시리얼 조각 속에 박혀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세히 살펴보니 생김새가 벌레처럼 보였다고. 제조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항의하자 업체 측은 문제의 제품을 수거한 후 성분검사를 진행해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어 씨는 "아무리 봐도 벌레같은데 업체 자체 검사로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올지 의문"이라고 의심했다.
# 닭가슴살에서 녹색 플라스틱이 왜 광주광역시 북구에 사는 이 모(남)씨는 지난 18일 온라인몰에서 구매한 F제조사 닭가슴살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포장지를 뜯었다. 먹기 좋게 결대로 찢던 중 닭가슴살 속에서 초록빛 이물을 발견했다. 자세히 보니 녹색 플라스틱이었다고. 이물 크기가 꽤 큰 탓에 무시하고 먹기 어려워 섭취를 결국 중단했다. 이 씨는 "먹지 말아야 할 것이 음식에서 나왔다"며 어이없어 했다.
# 초코빵에서 크림 필링에 흠뻑 젖은 종이 이물 나와 경기도 양주시에 사는 김 모(여)씨는 지난 9일 편의점에서 구매한 G제조사 초코빵에서 초코크림 필링으로 흠뻑 젖은 종이 이물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물을 발견한 즉시 제조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항의하려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김 씨는 "작은 크기도 아닌 종이가 초코빵에서 떡하니 나와 당황스럽다"며 기막혀 했다.
즉석·가공식품에서 혼입 경로를 알 수 없는 이물이 잇따라 발견돼 식품 안전에 대한 소비자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식품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소비자 불만이 하루에 수 건씩 쏟아진다. CJ제일제당과 동원F&B, 대상, SPC삼립, 오뚜기, 농심, 풀무원 등 대형 식품기업부터 중소업체까지 업체 규모를 가리지 않고 식품 이물 민원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위생 문제가 우려되지만 인체에 위해를 가하지는 않는 머리카락이 단골 소재다. 섭취 과정에서 인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플라스틱 조각도 자주 발견되며 전 씨와 신 씨 사례처럼 간혹 쇳조각 이물이 나오기도 한다.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벌레 사체도 과자나 아이스크림에서 종종 발견되는 편이다.
그러나 이물 문제는 제조와 유통·보관, 소비 등 어느 단계에서 발생한 문제인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 피해 보상을 두고 제조사와 유통사, 소비자가 갈등을 빚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물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서는 업체 측이 제품을 수거한 후 검사를 진행해야 하지만 첫 번째 사례와 같이 대다수 소비자는 이물이 나온 식품을 그냥 버리고 있어 보상을 받기가 쉽지 않다.
식품업체들은 제조공정상 이물이 들어갈 가능성이 아주 희박하다는 입장이다. 공장 제조 공정이 100% 가까이 자동화로 진행되고 해썹(HACCP) 인증을 도입해 위생을 철저히 관리하므로 벌레나 플라스틱, 쇳조각 등의 이물질이 유입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최종 소비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한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게 업체들의 입장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제조공정상 이물 유입은 극히 낮은 확률로 발생하고 있다. 이 경우 사실 유무를 떠나 소비자에게 도의적으로 사과하고 제품을 수거한 후 어느 단계에서 혼입되고 변질된 것인지를 파악해 책임 소재를 가리게 된다. 이후 소비자에게 결과를 회신함과 동시에 교환·환불 등으로 보상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고시하는 '보고 대상 이물'은 크게 섭취 과정에서 인체에 직접적인 위해나 손상을 줄 수 있는 이물과 혐오감을 줄 수 있는 이물로 구분된다. △3mm 이상의 유리, 플라스틱, 사기, 금속성 재질 물질 △동물 사체 또는 배설물, 곤충류, 기생충 및 그 알 △고무류, 나무류, 토사류 등이 있다.
그러나 외부에서 유입된 유해한 물질이 아닌 원재료에서 발생해 완전히 제거가 어렵고, 머리카락 등 인체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이물은 보고 범위에서 제외돼 있다. 이물 대상이 아니면 제조사는 관할 행정기관에 신고할 필요가 없다. 다만 민원신고나 이물을 관리하는 식약처 식품안전관리과에 문의 시 해당 부처에서 유권해석을 해줄 수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