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깨 샀더니 거미가 보너스로...담배꽁초·뼛조각 등 식음료 황당 이물 수두룩
식품 안전·위생에 대한 각별한 점검 필요
2022-10-04 김경애 기자
# 도넛과 함께 포장된 개미 사체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강 모(여)씨는 9월 7일 편의점에서 구매한 B제조사 도넛 빵을 먹기 직전 투명한 포장지 속에 정체불명의 거무스름한 이물이 붙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자세히 살펴보니 볼록한 몸통과 가느다란 다리가 온전히 붙어있는 개미 사체였다. 강 씨는 "설탕으로 절여진 개미였는데 포장지가 투명해 먹기 직전에 발견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며 역겨워했다.
# 맛살에 붙어있는 벌레의 정체는 전라남도 목포시에 사는 박 모(여)씨는 9월 9일 추석을 앞두고 꼬치산적을 만들기 위해 마트에서 C제조사 게맛살을 구매했다. 집에 돌아와서 투명한 포장지를 하나씩 벗겨내는데 끈적거림이 느껴져 상한 게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또 자세히 보니 날파리처럼 생긴 벌레가 맛살에 붙어 있었다고. 박 씨는 "명절음식 만드느라 바쁜데 제품 교환을 위해 마트에 왔다갔다 했다. 먹고 탈이 났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고 토로했다.
# 자양강장제에 담배필터가 왜?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노 모(여)씨의 어머니는 9월 9일 편의점에서 D제조사 자양강장제 6병을 구매했다. 집에 돌아와서 전자레인지에 데운 후 개봉해 마시는데 이상한 이물감이 느껴져 뱉었다. 고령의 나이다 보니 시력이 좋지 않아 지퍼백에 넣어놓고 다음 날 노씨에게 보여줬는데 다 피고 버린 듯한 담배 꽁초였다고. 노 씨는 "자양강장제에 담배필터가 어떻게 들어가 있는 건지 의문이다. 제조 과정의 위생 상태가 의심스럽다"며 불쾌해했다.
# 테이크아웃 커피에서 투명한 고무밴드 나와 대구광역시 동구에 사는 최 모(여)씨는 9월 12일 백화점에 입점한 E프랜차이즈 카페 매장에 들러 커피를 테이크아웃했다. 거의 마셔가는데 커피 위로 무언가 떠다니는 게 보였다고. 컵 안의 액체를 전부 비우고 나서야 이물의 정체가 투명한 고무밴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 씨는 "매장에 고무밴드가 나왔다고 전달하니 다시 커피를 만들어줬다. 본사 홈페이지에 문의를 남겼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황당해했다.
# 컵라면에 뼛조각이 웬말 경상북도 구미시에 사는 한 모(남)씨는 최근 F제조사 컵라면을 먹던 중 날카로운 이물감을 느꼈다. 뱉어 보니 2~3cm가량의 뾰족한 뼛조각이었다. 무시하고 먹을 수 없어 식사를 중단하고 F제조사 고객센터에 항의의 글을 올렸다. 이물 수거 후 성분을 분석한 결과 뼛조각이 맞다는 결과지를 받았다고. 한 씨는 "공정에서 나올 수 없는 이물로 알고 있다. 철저한 생산라인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 가공유에 정체불명의 이물 둥둥 떠다녀 서울특별시 강동구에 사는 김 모(여)씨는 9월 12일 공항 편의점에서 G제조사 가공유를 구매해 어머니에게 건냈다. 어머니가 마시는 모습을 보던 중 용기 바닥에서 둥둥 떠다니는 검은 침전물을 발견하고 즉각 음용을 중단시켰다. 자세히 보니 날개나 다리는 없었지만 생김새가 벌레처럼 보였다고. 김 씨는 "검정색 벌레처럼 보이는 작은 알갱이들이 보였다. 이럴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며 도움을 요청했다.
# 핫도그에서 글씨 적힌 비닐 나와 충청남도 공주시에 사는 이 모(여)씨는 9월 9일 마트에서 구입한 H제조사 냉동 핫도그를 해동해 먹던 중 이상한 이물감을 느꼈다. 뱉어 보니 글씨가 적힌 수상한 비닐이었다고. 그냥 무시하고 먹으려 했으나 찝찝한 마음이 들어 결국 먹는 걸 중단했다. 이 씨는 "핫도그 포장지 뒷면과 대조해보니 왼쪽 한 부분과 세로로 일치했다. 핫도그 제조공정상 수제 작업 때 들어간 게 아닐까 추측된다"고 말했다.
시중에 유통되는 즉석·가공식품에서 혼입 경로를 알 수 없는 이물이 잇따라 발견돼 소비자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물질이 나왔다는 소비자 불만은 하루 수 건 내지 수십 건, 한해 수천 건씩 쏟아지는 상황이다. 식품·외식업체들은 식품위생안전 관리를 철저히 이행하고 있어 제조공정상 이물이 들어갈 가능성이 아주 희박하다는 입장이지만 제조공정이나 유통·보관 단계에서 발생한 사례가 적지 않아 식품 안전과 위생에 대한 각별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즉석식품과 가공식품을 포함한 전 식품 분야에서 머리카락과 비닐, 플라스틱, 쇳조각, 벌레 사체, 뼛조각 등 각종 이물이 나왔다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CJ제일제당과 동원F&B, 대상, 농심, 오뚜기, SPC삼립, 풀무원, 오리온, 매일유업, 롯데제과 등 유명 식품기업부터 영세업체까지 업체 규모를 가리지 않고 빈발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식품 섭취 직전이나 섭취 중 상상을 초월하는 이물들을 발견하고 제조상 문제를 의심하고 있다. 기업 제품을 믿고 먹었는데 배신당한 것 같다며 철저한 위생 점검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업체들은 가공식품의 경우 제조공정이 자동화 라인인 데다 해썹(HACCP) 인증을 도입하는 등 위생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어 이물이 유입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하고 있다. 편의점, 카페 등에서 판매하는 즉석식품의 경우 조리 전 과정을 사람이 직접 하다 보니 부득이하게 이물이 혼입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고 해명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이물은 제조공정보다는 유통·보관이나 최종 소비단계에서 발생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포장지를 개봉한 직후 발견되는 이물은 외부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제조상 문제일 가능성이 극히 낮지만 소비자가 이물을 발견하고 항의할 경우 사실 유무를 떠나 도의적으로 사과하고 구입처 등을 통해 교환해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씨 사례처럼 일부 소비자들은 변질과 이물 유입 경로 확인을 요청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제품을 수거한 후 어느 단계에서 혼입되고 변질된 것인지를 파악해 책임 소재를 가려 소비자에게 회신하고 있다고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고시하는 '보고 대상 이물'은 크게 섭취 과정에서 인체에 직접적인 위해나 손상을 줄 수 있는 이물과 혐오감을 줄 수 있는 이물로 구분된다. △3mm 이상의 유리, 플라스틱, 사기, 금속성 재질 물질 △동물 사체 또는 배설물, 곤충류, 기생충 및 그 알 △고무류, 나무류, 토사류 등이 있다.
그러나 외부에서 유입된 유해한 물질이 아닌 원재료에서 발생해 완전히 제거가 어렵고, 머리카락 등 인체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이물은 보고 범위에서 제외돼 있다. 이물 대상이 아니면 제조사는 관할 행정기관에 신고할 필요가 없다. 다만 민원신고나 이물을 관리하는 식약처 식품안전관리과에 문의 시 해당 부처에서 유권해석을 해줄 수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