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분유' 광고 금지했더니 '조제식 분유' 광고 활개…꼼수로 현행법 무력화
패키지 디자인, 제품명 유사해 소비자 혼동
2022-11-02 김경애 기자
우리나라는 모유수유를 권장하는 취지로 조제분유 광고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다만 아기 영양보충식인 조제식은 식품으로 분류돼 광고할 수 있다. 분유업체들은 이 같은 허점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조제분유와 조제식의 패키지 디자인과 제품명을 유사하게 만든 후 조제식을 광고해 분유를 우회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분유인 매일유업 앱솔루트 명작, 남양유업 임페리얼 드림XO과 아이엠마더, 롯데제과(구 롯데푸드) 위드맘 산양, 일동후디스 산양분유등은 제품명이나 캔 패키지 디자인이 조제식 분유와 똑같다. 다만 캔 하단 작은 글씨고 쓰인 섭취 단계로만 조제분유와 조제식을 구분하고 있다. 소비자가 섭취단계에대한 사전 인지가 없을 경우 분유와 조제식을 전혀 구분할 수없게 된다.
조제분유는 모유 대용식, 조제식은 영양 보충식이다. 유당(유성분) 60% 이상이면 분유, 유당 60% 미만이면 조제식으로 분류된다. 통상 생후 6개월까지는 분유를 먹고 6개월 이후부터 조제식을 시작한다.
매일유업 앱솔루트 명작, 남양유업의 임페리얼 드림 XO와 아이엠마더, 롯데제과 위드맘 산양은 조제분유와 조제식의 제품명과 캔 패키지 디자인을 모두 동일하게 가져가고 있다.
앱솔루트 명작과 위드맘 산양은 1단계 제품은 조제유(분유)로, 2~3단계 제품은 성장기용 조제식으로 구분하고 있다. 남양유업의 임페리얼 드림 XO와 아이엠마더는 1~2단계 제품이 조제유, 3~4단계 제품이 성장기용 조제식이다.
일동후디스만 유일하게 제품명으로 조제분유와 조제식이 구분된다. 캔 패키지 디자인은 동일했지만 분유는 1~3단계, 조제식은 산양유아식으로 차별화하고 있다.
분유업체들이 조제식을 분유로 혼동하게끔 제품명과 캔 패키지 디자인을 유사하게 내놓는 이유는 광고 규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1981년 세계보건기구(WHO)에 가입한 120여 개국은 모유수유를 권장하기 위해 분유 광고를 금지하자는 국제규정에 합의했다. 우리나라 정부도 1991년 분유광고 금지에 동참했다. 축산물 위생관리법 시행규칙 제51조 제1항과 방송광고심의에 관한 규정 제43조 등에 의거해 조제분유 광고는 국내에서 불법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분유 광고에 십수 년간 노출되고 있다. 바로 조제식 광고를 통해서다. TV와 라디오, 신문은 물론 유튜브,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의 SNS(소셜미디어)에서도 조제식을 빙자한 분유 광고가 성행한다.
4단계 조제식을 1단계 분유인 것 마냥 오인하도록 해 분유 광고 금지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는 것이다. 광고에선 '성장기용 조제식'이라는 문구를 작게 안내하고 있지만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분유 광고로 착각하기 쉬운 데다 일부 소비자는 조제식을 분유로 착각, 생후 6개월 미만 아기가 조제식을 먹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분유업계 한 관계자는 "조제식 광고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지정한 한국식품산업협회 산하 심의위원회의 깐깐한 심의를 받는다. 조제식은 식품이지만 일반 식품이 아니므로 허가받은 내용으로만 광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분유광고가 지상파 TV 등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유튜브, 블로그,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스며들고 있다.
분유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타겟층인 젊은 엄마들이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TV보다 더 많이 접하고 있어 SNS 광고에 집중하는 추세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분유'로 표기되는 광고성 게시글이 포털사이트에서 널려있다. 제목에 분유를 포함하고 있지만 클릭 시 분유 제품이 아닌 조제식 제품이 나온다. SNS 광고도 TV 광고와 동일한 규제가 적용되지만 일일히 단속하기도 힘들다.
분유업계 관계자들은 "분유업체들도 모유를 권장하고 있고 분유 제품을 모유와 최대한 가깝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제식 광고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국가가 정한 방향을 따라가고 있다"고 해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