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서 정가구매했는데 알고보니 작년 재고...이월상품을 신상품으로 택갈이 성행

공정위 “기망행위”...업체들 자성 필요 지적

2022-12-20     송혜림 기자
#사례1=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박 모(남)씨는 최근 유명 스포츠 브랜드 매장에서 남성 눕시 패딩을 구입했다. 새 제품을 받아와 착용했는데 매장에서 착용했던 것과 제품이 다른 듯해 택(Tag)을 확인해보니 품번이 바뀐 스티커가 붙어져 있었다. 박 씨는 “이월 상품을 새 제품으로 알고 산 것에 화가 나 항의했지만 매장과 본사 모두 뭐가 문제냐는 태도로 일관했다”라면서 “이런 부당 행위가 관행처럼 이어져 오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사례2= 청주시 청원구에 거주하는 김 모(여)씨는 유명 백화점 루미앤플로 매장에서 자녀가 입을 패딩을 정가에 구매했다. 할인상품이라는 안내는 없었다. 몇일 뒤 배송 받은 상품의 택에 스티커처럼 덧대진 게 발견됐다. 확인해보니 작년에 제조된 제품이었다. 인터넷에서는 이월상품이라며 반 값에 판매 중이었다. 최 씨는 “새 제품으로 받기로 하고 구매한 건데 허탈할 따름”이라면서 “이월상품이면 할인 가격으로 구매하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라고 토로했다.

일부 유명 브랜드 의류 매장에서 이월상품을 새 제품인 양 택(라벨)을 바꾸는 꼼수 영업을 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택갈이를 표시 광고법 위반 행위로 본다. 소비자들은 제품 구매 전후에 택 정보를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20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의류 매장에서 이월상품을 택갈이해 판매하고 있다는 불만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 택갈이는 택에 스티커를 붙이거나 바꿔 다는 행위를 일컫는다.

택 갈이를 통해 실제 가격이나 제조년도를 속여 판매하는 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 이월 상품과 새 제품이 동일 디자인일 경우 소비자들이 제품의 원단이나 마감 처리 등을 통해 분간하기도 어려운 점을 악용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고시한 ‘기만적인 표시·광고 심사지침’을 보면 ▲소비자의 구매선택에 있어 중요한 사항에 대해 은폐 또는 누락해 행하는 표시·광고행위 ▲소비자의 구매선택에 있어 중요한 사항에 대해 이를 축소해 행하는 표시 등을 기만행위로 판단된다.

매장에서 이월상품을 신상품과 동일하게 전시·판매하면서 이월상품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표시·광고하는 행위도 해당된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5년 전에 생산된 제품을 최신 제품으로 허위 표시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거짓·과장성이나 소비자 오인성, 공정거래 저해성 등 부당 표시·광고행위에 대한 판단 기준을 충족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택갈이는 다양한 목적으로 이루어진다. 이월상품을 새 제품으로 속이는 행위 외에도 ▲보세 옷을 해외 명품 의류로 속이거나 ▲중국산 제품을 국산으로 속이는  택갈이도 적지 않다.

2019년 의류업체 ‘엠플레이그라운드’는 유니클로 의류에 ‘MADE IN VIETNAM'라고 적힌 라벨을 덧댄 후 판매해 논란이 일자 해당 제품을 전량 회수했다.

지난 6월에는 한 유명 교복업체 대리점이 교복 이월 제품을 신제품으로 속여 판매해 논란이 됐다. 신제품 가격으로 판매하던 교복은 4년 전에 제작된 의류였다.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이월 상품은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게 정상“이라면서 ”그러나 일부 매장들이 올해 신상과 이월상품의 디자인이 비슷하면 택갈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요즘은 인터넷 환경이 잘 돼 있어 소비자들이 직접 상품 정보를 검색할 수 있게 됐고, 택갈이 상품들은 커뮤니티 등에 비판 목적으로 공유하기도 한다”면서 “이는 브랜드 신뢰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업체들은 정직하게 영업활동을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소비자들은 상품 택의 내용을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 제품을 정당한 가격에 구매했는 지 혹은 이월 상품인데도 불구하고 비싼 가격에 구입한 건 아닌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