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 페널티로 장사하나? 중고 샤넬백 잘못 올렸다가 제품가의 15% 벌칙금 맞아
택배 운송장 번호, 사이즈 잘못 입력해도 페널티 부과
2022-12-26 이은서 기자
# 부산 서구에 사는 김 모(남)씨는 12월 6일 나이키 팬츠를 크림에 보내고 약 일주일 뒤 '운송장 번호 확인이 불가하다'는 SNS 알림을 받았다. 확인해 보니 자신의 실수로 택배 운송장 번호 하나가 빠져 있었고 마감 시간이 끝나 변경하지 못했다. 결국 크림의 미입고 규정에 따라 제품 가격의 15%인 페널티 1만6000원이 부과됐다. 김 씨는 “운송장 번호 확인이 안 된다는 알림이 온 후 곧바로 고객센터에 운송장 번호 실수라고 남겼음에도 페널티가 부과됐다”며 황당함을 토로했다.
네이버 손자회사인 리셀 플랫폼 크림(KREAM)의 페널티 정책이 과도해 소비자 피해를 양산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택배 운송장 번호를 한 개라도 잘못 쓰거나 사이즈를 잘못 입력하면 제품 가격의 10~15%가 페널티로 부과되고 있기 때문이다. 약 20만 원대의 스트릿 브랜드 ‘스투시’부터 1000만 원에 육박하는 ‘샤넬’ 등 고가 제품도 상당수 거래되며 최대 100만 원의 페널티를 물 수 있는 상황이다.
크림은 △검수센터 미도착 △허위정보 입력 △검수기준 악용 △판매 체결 후 48시간(일요일·공휴일 제외) 이내 발송 정보를 입력하지 않거나 △손상이나 오염·사용감이 발견됐을 때 판매가의 15%를 페널티로 부과한다. 신발·의류·잡화 상품이 △등록 상품과 일치하지 않거나 △사이즈 불일치 △기본 구성품이 누락될 경우 판매가의 10% 페널티를 부과한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크림의 페널티 정책 문제를 제기한 소비자들은 '단순 실수'임에도 페널티 정도가 과하다고 지적한다. 대부분 긴 운송장번호를 한두 숫자 다르게 등록했다가 페널티가 부과됐다는 불만이다. 페널티 감경이나 면제를 신청할 수 있지만 객관적인 입증 자료를 모으기 쉽지 않아 결국 지불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같은 형태의 플랫폼 무신사 솔드아웃 정책과도 비교되며 반발이 더욱 거세다.
페널티 부과 수준이나 내용은 비슷하나 솔드아웃은 회원 가입 이후 처음으로 페널티를 부과 받을 경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점을 감안해 '1회 면제권'을 제공한다. 물론 정품 인증 요건 불충분 상품이나 중고품을 판매하려는 경우에 대해서는 페널티 면제권을 부여하지 않는다.
이외에는 △중고품이거나 △상품번호 불일치 △본품 누락 △정품 요건 불인정 등의 경우 상품금액의 15%를 페널티로 부과하는 등 크림과 비슷하다.
크림 사이트 내 페널티 감면에 대한 미흡한 안내도 소비자 불만 요소 중 하나다. 고객센터에는 페널티 감면 기준에 대한 설명뿐, 입증을 위한 자료에 대한 정보는 없어 소비자들이 당황할 수밖에 없다.
크림 측은 “고의성 없이 서비스 사용 미숙으로 인한 조작 실수나 중고제품을 모르고 판매한 것이 명백하다면 대부분 페널티가 면제된다”며 “페널티 감면을 위한 자료는 건마다 달라 명확하게 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간 어뷰징 사례로 인한 구매자들의 피해가 커 발송정보 입력 마감 기한을 48시간으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 판매자 어뷰징으로 구매자가 입을 피해를 예방하고자 판매 철회도 제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도 리셀 플랫폼의 불공정 약관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말 한 차례 크림·솔드아웃을 포함한 4개 플랫폼은 공정위의 지시에 따라 △업체 책임 부당 면책 △불명확한 수수료 감면 △서비스 임의 변경·중단 △약관-세부 지침 충돌 시 지침 준수 강요 △부당 재판 관할지 등 불공정 약관을 시정한 바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