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당해 비행기도 못 타는데 취소 수수료 내라고?...항공사 재량에 따라 '복불복'
명확한 기준 없어 사안별로 환불 여부 결정
2023-06-13 이철호 기자
# 부산 동구에 사는 우 모(여)씨는 여행사를 통해 5월 29일 출발하는 에어부산의 부산-후쿠오카 왕복 항공권을 예매했다. 하지만 왼쪽 종아리가 파열돼 거동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아 5월 22일 진단서를 첨부해 환불을 요청했다. 하지만 우 씨는 20여 일째 환불받지 못하고 있다. 여행사에서 에어부산 측에 메일을 전달하고 연락을 기다리고 있으나 아직 '접수 중'이라는 것이다. 우 씨는 "환불이 이렇게 오래 걸린 적은 여행사도 처음이라더라"며 "이용 기간이 지나 환불받지 못할까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에어부산 측은 "질병진단서나 입원확인서를 제출하면 확인 후 위약금 없이 환불이 가능하다. 단 골절 등으로 항공기 탑승 및 여행이 불가능한 중대 질병·상해에 한정되며 진단서상 내용이 '항공기 탑승·여행 불가' 등 직접적인 내용이 기재돼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비행기 탑승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으로 항공권을 변경·환불할 경우 수수료 부과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항공기 탑승이 불가능한 상황인데도 취소 수수료를 물린다고 주장하나 항공사들은 '사고나 질병으로 항공기 탑승이 불가하다'는 내용의 진단서나 소견서를 제출하면 면제해 준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 경우도 명확한 규정은 없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복불복이다.
또 여행사를 통해 발권된 항공권에 대한 환불 및 위약금 면제 권한은 항공사가 아닌 여행사에 있다. 따라서 항공권 구매 시 구매처에 취소 수수료 부과 규정을 확인해 관련 내용을 미리 인지해 두는 것이 좋다.
13일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여객사정으로 항공권을 사용할 수 없을 경우 항공권 유효기간 만료 전에 환급을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티웨이항공·에어프레미아·이스타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바탕으로 고객이 예약한 항공권을 취소할 시 일정 수수료를 공제한 후 환불한다.
갑작스레 사고를 당하거나 큰 질병에 걸린 경우에도 항공사에 증빙 자료를 제출하면 고객이 처한 상황의 경중을 감안해 항공권 환불 등이 가능하다는 게 공통된 입장이다. 다만 명확한 기준이 없어 항공사 측에서 재량에 따라 환불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항공사 관계자는 "질병이나 상해 때문에 환불을 요청하는 고객의 상황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케이스마다 고객과의 협의를 거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수술이나 입원으로 인한 항공권 변경 시 재발행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있다. 의사소견서 등을 통해 항공편을 이용한 여행 불가 증빙이 가능한 경우 환불 페널티 면제 요청에 대해 건벌로 처리한다는 것이 대한항공 측의 설명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고객센터에 진단서나 의사소견서, 병원 영수증 등을 제출해 환불을 요청하면 고객이 처한 상황의 경중을 판단해 환불이나 보상을 제공한다.
제주항공과 에어프레미아는 의사소견서에 질병·상해로 여행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포함되면 환불 수수료 면제가 가능하다. 진에어는 의료기관에서 발행한 진단서에 항공기 탑승 불가·지양, 여행 불가·지양 등의 문구가 기재된 경우 환불 수수료를 면제한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승객의 질병·상해시 항공권 환불을 위한 기준이나 제출 서류 등은 항공사 정책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를 동일한 기준으로 정해줄 수는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