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도수치료 등 보험금 거절에 민원 폭발...농협손보 민원 ‘0건’, 삼성화재도 선방

[소비자민원평가-손해보험] 불완전판매 불만 높아

2023-09-06     문지혜 기자
엔데믹 시대가 본격화된 2023년 상반기 소비자 민원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였다. 여행 수요가 폭발하며 여행사, 항공사, 호텔예약사이트 등 관련 민원은 크게 늘어났고 화장품, 생활용품, 인테리어 등 민원은 다소 줄어드는 추세다. 유통은 온라인몰이 다양화, 세분화되며 민원도 꾸준히 증가 추세인 반면 전통 유통채널인 백화점, 홈쇼핑 등은 민원 유입이 줄었다. 상반기 동안 소비자고발센터에 제기된 소비자 민원을 업종별로 분석했다. [편집자 주]

# 서울시 중랑구에 사는 유 모(여)씨는 지난 7월 병원서 허리협착증과 어깨 회전근 파열 진단을 받고 체외충격파 치료를 받았다. 예전에 실손보험에 가입을 해둔 터라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보험사는 체외충격파가 필요한지 의문이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고. 유 씨는 “온갖 서류들을 요구하더니 이제와 못 준다고 한다”며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치료해야 한다는 말 그대로 따랐을 뿐인데 보험금을 왜 못 받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 수원시 영통구에 사는 이 모(남)씨는 지난 7월 아파트 주차장에서 주차 뺑소니 사고를 당했다. 경찰에 붙잡힌 가해자는 보험 처리를 하기로 했고, 수리비와 렌트비까지 125만 원을 이 씨가 선결제했다. 하지만 보험금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은 80만 원에 불과했다고. 이 씨는 “내 잘못은 하나도 없는데다가 차의 가치 하락 비용을 내놓으라 한 것도 아니고 실제 수리비를 달라는 것인데 나머지 45만 원을 피해자가 부담하는 것이 맞느냐”고 황당해했다.

#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김 모(남)씨는 인터넷 재테크카페에서 만난 보험 설계사에게 자녀보험 등 6건의 상품을 1년에 걸쳐 가입했다. 하지만 상품 설명서를 받아 살펴본 결과 원금 회수 기간이 설계사의 설명과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김 씨는 “설계사에 항의했더니 실수였다는 얘기만 반복해 금융감독원에서 신고해 ‘불완전판매’를 한 것이 맞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설계사에 대한 신뢰도 자체가 떨어졌는데 나머지 보험을 유지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손해보험 부문에서 소비자 불만이 가장 많았던 항목은 ‘보험금 미지급’으로 전체 민원 가운데 40% 가까이를 차지했다.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손해율을 잡기 위해 의료자문을 실시하고 보험금 지급 심사 기준을 높이면서 보험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소비자들이 불만을 쏟아낸 것이다. 이어 ‘사고처리’에 대한 민원이 25.7%, ‘불완전판매’ 관련 민원이 25.4%를 기록했다.

◆ 농협손보 민원건수 ‘0건’...삼성화재‧AXA도 선방

올해 상반기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제기된 10대 손해보험사의 민원을 조사한 결과 누적 보험계약건수 대비 민원점유율이 가장 낮은 곳은 NH농협손해보험이었다. 농협손보는 지난해 기준 누적 보험계약건수가 408만 건(8위, 2.8%)였으나 민원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삼성화재는 민원점유율이 17%에 달해 민원 건수가 세 번째로 많았으나 지난해 기준 누적 보험계약건수가 3490만 건으로 1위를 차지하면서 민원 평가에서는 양호한 점수를 받았다.

AXA손해보험도 누적 보험계약건수 대비 민원점유율이 낮아 민원 관리에서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누적 보험계약건수는 296만 건으로 10개사 중 가장 작은 규모였지만 민원점유율도 0.8%로 NH농협손해보험에 이어 낮았다.
 
한화손해보험, DB손해보험도 민원점유율 4.6%, 17.8%로 누적 보험계약건수 대비 민원건수가 낮아 선방했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기준 누적 계약건수가 2590만 건(17.7%)으로 업계 3위에 올랐으나 민원점유율이 20.5%로 가장 높았다. 시장점유율보다 민원 점유율이 높아 민원 처리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됐다. 흥국화재(458만 건, 3.1%)도 민원점유율이 7.7%로 규모에 비해서는 높아 개선이 필요했다.

KB손해보험은 민원점유율 14.3%, 누적 계약건수 점유율도 13.3%(1958만 건)로 규모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분석됐다. 메리츠화재는 누적 계약건수 1634만 건(11.1%)인 데 비해 민원점유율이 14.7%로 더 높아 민원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롯데손보는 민원 점유율이 2.7%(3위)로 낮은 편에 속했지만 누적 계약건수도 339만 건(9위)으로 적어 가장 민원 관리가 아쉬운 기업으로 분석됐다.

◆ ‘백내장 이슈’ 비급여 항목으로 번져...보험금 미지급 가장 많아

지난해 손해보험사 민원은 ▲보험금 미지급 불만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난해 백내장 수술을 받고 보험금을 신청하니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적게 지급했다는 불만이 많았다면 올해는 다른 비급여 항목으로 번져 나갔다.
 

보험사들은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비밸브 재건술, 전립선 결찰술 등 일부 비급여 항목에서 실손보험금 누수가 일어나고 있어 깐깐하게 심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병원에서 필요한 치료나 수술이라고 권했기 때문에 그대로 한 것뿐인데 보험사들이 마치 보험사기로 몰아가고 있다고 항의했다.

보험사 가운데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AXA손해보험 등은 보험금 및 보험료 문제가 50%를 넘어섰으며 현대해상, 흥국화재,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도 30% 이상 집중됐다.

▲사고 처리 문제도 25.7%로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 이후 외부 활동이 늘어나면서 자동차보험 처리 관련 민원도 함께 늘어난 것이다. 삼성화재, KB손해보험, AXA손해보험은 사고 처리 민원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보험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불완전판매 역시 25.4%로 집계됐다. 불완전판매 민원은 중소형사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대형사까지 골고루 분포됐다.

대부분 설계사 설명을 듣고 보험 상품에 가입했는데 나중에서야 실제 보장과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설계사가 자신을 대신에 ‘대리서명’을 한 것을 불완전판매 근거로 제시하는 사례도 있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