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도수치료 이어 이젠 전립선결찰술 보험금 지급거절 다발, 보험사-소비자 갈등 증폭

실손소비자연대, 소비자 모집해 공동소송 진행

2023-12-26     이예린 기자
사례 1#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김 모(남)씨는 지난 9월 전립선 비대증으로 약 900만 원 상당의 결찰술을 받았다. 1990년 흥국생명에 가입한 보험이 있었고, 병원에서도 실비 청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안내해 수술을 받았지만 보험사는 지급을 거절했다. 김 씨는 "동시감정을 요청한 상태지만 아직 깜깜 무소식 상태"라고 답답해했다.

사례 2# 인천시 서구에 사는 배 모(남)씨는 전립선 비대증 판정을 받고 수술을 고민하던 중 병원과 메리츠화재 보험설계사로부터 보험금 지급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약 700만 원을 들여 전립선 결찰술을 받았지만 보험사는 수술보험금 기준에 맞지 않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상황이다.

사례 3# 경기도 의정부시에 거주하는 박 모(남)씨는 배뇨통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전립선 비대증으로 결찰술이 시급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가입해뒀던 흥국화재 콜센터로 전화해 보험금 지급이 90% 가능하다는 답을 듣고 1200만 원을 들여 입원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해 갈등을 빚고 있다.

백내장, 도수 치료에 이어 이번에는 전립선 비대증 수술에 대한 보험금 지급이 거절되는 사례가 잇따르며 보험사와 소비자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이다.

올해 백내장 수술에 대한 입원치료가 인정되는 법원 판결이 속속 나오는 가운데 최근 시민단체가 보험사를 대상으로 공동소송을 진행한다고 밝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쟁점은 ▲질병목적인지 ▲입원 치료가 필요한지 등이다. 입원 치료의 적정성 인정 여부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보험금 범위도 달라진다. 통상 치료비는 25만 원 내외에 불과하나 입원 치료비 보험금은 1000만 원을 웃돌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전립선 결찰술은 모든 건에 대해 입원 치료가 필요하지 않으므로 일부 병원의 과잉진료를 살펴 보험금 누수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질병이 아닌 단순 남성 성기능 강화를 목적으로 인한 치료인지도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는 관점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병원에서 제안한 치료를 했을 뿐인데 보험금을 받지 못했다며 선량한 가입자를 보호하라며 불만을 토해내고 있다.

26일 소비자고발센터(goso.co.kr)에는 전립선 비대증 수술 후 보험금을 받지 못한다는 제보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흥국생명, 흥국화재, DB손해보험, 삼성생명,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현대해상 등 주요 보험사는 모두 겪고 있는 갈등이다.

소비자들은 전립선 비대증 치료를 위해 입원해 결찰술을 받았지만 의료자문 시행 후 수술 목적이 아니라거나 통원 진료로도 충분하다며 거절당하기 일쑤다.

결찰술은 전립선 조직을 절제하지 않고 비대해진 전립선에 국소마취한 뒤 이식용 의료용 결찰사로 전립선 양쪽을 묶는 시술법이다. 결찰사가 전립선에 고정되면 비대해져 막힌 요도 공간이 넓어져 소변이 잘 나오게 해준다.

보험업계는 실제로 일부 병원들이 간단한 시술로 홍보하며 환자들의 수술을 유도하고 있는만큼 수술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수술보험금 지급 조건인 '입원치료 대상'이 될수 없다고 설명한다.

수술보험금 한도는 5000만 원이고 통원치료비의 경우 25만 원 내외 지급이 전부다. 결국 소비자들은 1000만 원 대의 수술을 받고 25만 원의 보험금 밖에 지급받을 수 없다 보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앞서 실손보험소비자권리찾기시민연대(이하 실손소비자연대)는 이달 전립선 비대증 수술 후 보험사로부터 부당하게 지급거절을 당한 소비자를 모집해 공동 소송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실손소비자연대에 따르면 현재 공동 소송은 흥국생명과 KB손해보험, 현대해상 등에 대한 건으로 알려져 있다.

실손소비자연대 측은 "보험사가 전립선결찰술을 받은 환자에게 의료자문을 통해 부당한 과잉 치료라며 보험금 지급을 지연 또는 거절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12월 중순부터 공동소송 진행을 시작했고 법무법인에서 참여인을 모아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전립선결찰술 보험금 지급 심사를 깐깐히 진행하는 이유는 손해율 관리 때문이다. 전립선 결찰술 보험금도 실손보험 손해 누수 항목으로 꼽힐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3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꾸준히 증가해 지난 9월 손보사 통계기준 154.6%에 달했다. 4세대 손해율 역시 출시 초기임을 감안하더라도 3세대보다 빠른 상승 추세를 보이고있다.

특히 전체 실손보험 지급보험금의 60% 이상이 비급여항목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보험금 지급이 가장 많았던 10대 비급여 항목은 ▶물리치료 ▶백내장수술 ▶비급여주사제 ▶척추관련 수술 ▶재판매가능 치료재료 ▶발달지연 ▶맘모톰 등 유방질환 ▶하지정맥류 ▶하이푸시술/전립선결찰술 등 생식기질환 ▶비밸브재건술 순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전립선결찰술이 비급여 과잉지급 항목으로 뜨고있는데 주로 남성기능강화 목적으로 수술 후 보험금을 청구하는 식"이라며 "적응증(약이나 수술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질환)이 맞는지 서류를 명확히 하라고 금감원 지시도 있기에 지급 사유에 해당하는지 면밀히 검토하는 등 심사를 정교화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동소송 경우는 1심으로는 부족하고 백내장, 암보험 등과 같이 대법원 판례가 있다면 그에 따라 보험금 지급 상황을 봐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예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