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전환 성공한 대구은행, 은행권 '메기' 역할 할 수 있을까?

2024-05-16     김건우 기자
금융당국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허가하면서 32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이 탄생했다. 대구은행이 금융당국의 기대대로 시중은행 독과점 체제를 허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100% 비대면 영업 △금리 경쟁력을 통해 은행권 메기 역할을 했던 것처럼 대구은행도 고착화된 은행권에 새로운 플레이어로서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그러나 5대 시중은행 대비 자산규모가 너무 적어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수준의 폭 넓은 영업망을 구축하거나 인터넷전문은행보다 더 나은 혁신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론도 제기된다.

◆ 조달금리 낮춰 금리경쟁력↑, 하이브리드 영업망 구축

시중은행 전환을 통해 대구은행이 가장 기대하는 부분은 조달금리 경쟁력 강화다. 지방은행은 시중은행과 동일한 신용등급에도 불구하고 '지방은행 디스카운트' 효과로 조달금리 산정 과정에서 불리하다. 

대구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대비 선순위채권은 4bp, 후순위채권과 신종자본증권은 21~25bp 가량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었다. 시중은행 전환 시 그만큼의 조달금리 인하 효과가 기대된다. 
 
▲ 대구은행은 총 9개 금융센터 중 6개를 수도권 지역에 배치할 만큼 수도권 영업에 공을 들여왔다.

시중은행 전환으로 대구·경북지역 밖으로 영업권을 본격적으로 확대함에 따라 경쟁력 있는 금리를 제시해 수도권 등 타지역 고객 유치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은행은 이미 포화된 오프라인 영업채널의 경우 대대적으로 늘리지 않는 대신 비대면 채널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에 맞춰 사명도 현재 모바일뱅킹 이름과 같은 'iM뱅크'로 바꿀 예정이다.

개인 리테일 채널은 비대면 중심으로 경쟁력 있는 금리를 제시해 고객을 확보할 예정이다. 현재 수도권과 대구·경북 지역에만 있는 점포를 향후 3년 간 14개 신설하는데 기존 지방은행과 영업권이 겹치지 않는 수도권과 강원, 충청, 제주지역에 1개씩 순차적으로 거점점포를 개설할 예정이다. 첫 거점점포는 강원도 원주지역이 될 전망이다.  

또한 자체 모바일뱅킹과 외부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비대면 채널에서 낮은 금리의 여신상품을 공급할 방침이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하이브리드형 영업 방식인 셈이다. 

반면 기업금융은 기업영업전문역(PRM)을 통한 영업망 확대를 노린다. 특히 PRM 제도는 지방은행들이 수도권 영업 확대를 위해 퇴직한 대형 시중은행 영업맨을 채용해 기업금융 강화를 노리는 전략으로 대구은행이 지난 2019년 1월 지방은행 최초로 도입한 제도다.

대구은행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PRM 대출 잔액이 전년 동기 대비 33.5% 증가한 3조3086억 원으로 지방은행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대구은행은 기업금융 거점인 9개 금융센터 중에서 수도권 지역에만 6개(성남, 인천, 평택, 수원, 화성, 여의도)를 개설한 만큼 수도권 법인 대상 영업에 이미 집중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구은행은 지방은행이지만 수도권에서 브랜드 광고도 신경쓰고 자사 모바일 뱅킹도 유일하게 은행명을 제외하는 등 시중은행 전환을 염두한 행보를 보인 것은 맞다"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된 지난해 이전부터 이미 의지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 시중은행 대비 자산규모 15% 불과... 차별화 가져올 수 있을까?

금융당국의 전폭적인 협조와 대구은행의 의지를 통해 시중은행 전환에 성공했지만 대구은행의 시중은행으로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도 제기된다. 

우선 대형 시중은행과의 체급 차이에서도 상당한 격차가 벌어진다. 지난 1분기 말 연결기준 대구은행의 총자산은 72조8384억 원으로 자산규모 기준 1위 은행인 KB국민은행(약 530조 원)의 약 13.6% 수준에 불과하다. 

대형 시중은행들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비수도권 지역 시금고 유치전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은행이라는 보호막에서 벗어난 대구은행이 시중은행과의 직접적인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 승인 이후 밝힌 로드맵에 따르면 △영업점 14개 확대 △자체 비대면 채널 및 외부플랫폼 활용 등 이미 대구은행을 비롯한 지방은행들이 수도권 공략을 위해 수 년전부터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전략이라는 점에서 차별화가 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시중은행이지만 모태가 되는 대구·경북지역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 발표 당시부터 대구 본점은 수도권으로 이전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고 시중은행 전환 승인 결정 이후에는 수도권 영업을 통해 이익창출 능력을 제고한 뒤 대구·경북권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전국구를 기반으로 한 시중은행이기보다는 지방은행이면서 영업권만 넓어진 절반의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금융당국이 대구광역시에 본점을 두는 것을 시중은행 전환 부대조건으로 명시한 만큼 수도권으로의 본점 이전은 불가능하다.

더욱이 혁신성을 강조하며 출범한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수익성은 크게 개선됐지만 전체 수익의 90% 이상을 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등 기존 은행권의 이자장사 위주 영업을 답습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대구은행이 기존 시중은행과 차별화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대구은행은 PRM 영업도 지방은행 중에서 가장 많은 성과를 거뒀고 수도권 영업도 강화하는 등 시중은행 전환에 대한 의지도 강했지만 여러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서 얼마나 치열하게 영업을 하는지가 초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