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뱅 '사기이용계좌' 케이뱅크 급감하고, 토스뱅크는 급증
2024-05-28 김건우 기자
금융당국에서도 은행 가상계좌와 인터넷전문은행 모임통장 등이 대포통장 등 범죄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보고 계좌 발급실태 점검과 송금시 의심거래 여부 파악 등을 강화하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채권소멸절차 개시공고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 24일까지 집계된 은행 채권소멸절차 개시공고 계좌수는 7174개로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했다.
금융회사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지급정지 조치를 시행한 후 금융감독원에 채권소멸절차 개시공고를 요청해야하는데 통상적으로 채권소멸절차 개시 계좌를 '사기이용계좌'로 보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경우 같은 기간 채권소멸절차 개시공고 계좌수가 1025개로 같은 기간 314건(-23.5%) 감소했지만 은행별로 상황은 달랐다.
채권소멸절차 개시 계좌수가 가장 적은 곳은 케이뱅크였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케이뱅크 계좌수는 77개로 전년 동기 대비 86% 감소했다.
케이뱅크는 ▲영상통화 이중검증 강화 ▲의심거래탐지시스템·이상거래탐지시스템 고도화 ▲통장묶기 즉시해제제도 도입 등으로 채권소멸절차 개시 계좌가 크게 줄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케이뱅크가 자체 발견한 의심·이상거래 모니터링 건수도 전년 대비 8배 가량 증가하기도 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27일 기준 올해 1~5월 채권소멸절차 개시공고 기준 계좌수가 575개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다만 카카오뱅크 측은 올해 1분기 수치가 전년 1분기 대비 약 20% 감소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토스뱅크는 같은 기간 217개에서 379개로 162건(74.7%) 증가해 대조를 이뤘다. 같은 기간 고객 수가 급증하면서 계좌 모수가 늘어난데 따른 자연 증가분으로 토스뱅크 측은 보고 있다. 토스뱅크 측이 확인한 사기이용계좌와 관련된 채권소멸절차 공고 계좌수는 올해 1분기 216건으로 전년 동기(145건) 대비 49% 증가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채권소멸절차 개시공고 계좌는 사기의심계좌이고 사기에 이용됐다고 단언하기 어렵다"면서 "지난 달 누적 고객 10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고객 수가 급증한 부분도 반영된 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모임통장의 경우 무제한 개설이 불가능하고 주요 입출금 과정에서는 모임장 동의가 필요하는 등 (대포통장 여부 등) 문제의 소지에서 벗어나있다"며 "교차검증하면서 사기이용계좌를 추적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토스뱅크는 인뱅 3사 중에서 최근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진 곳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토스뱅크 누적 고객 수는 983만 명으로 전년 동기(607만 명) 대비 376만 명(61.9%)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2120만 명→2356만 명)와 케이뱅크(817만 명→1033만 명)보다 증가율과 증가폭 모두 1위다.
한편 금융당국은 지난 3월 은행이 발급한 가상계좌와 인터넷전문은행 모임통장이 청소년 대상 불법도박 및 마약거래 유인 등의 범죄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보고 ▲은행 가상계좌 발급 실태 점검 ▲인터넷전문은행 불법거래 의심계좌 탐지 고도화 ▲자금세탁방지 관련 내부통제 강화 등을 주문한 바 있다. 이에 카카오뱅크는 모임통장 개설주기를 한 달로 제한하는 등 약관 변경을 진행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기존 정상이용중인 계좌들에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입금돼 지급정지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대출을 빌미로 계좌를 노출하거나 이체 알바 등 정상거래로 오인해 피해금을 입금받아 사기범이 지시하는 계좌로 송금 또는 출금하다가 연루되는 경우가 많아 비대면 계좌개설이나 편의성과는 특별한 연관관계가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