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왜 거기서 나와?...아이스크림·컵라면·요거트·즉석밥 등서 튀어나온 벌레들, 소비자 경악

업체들 "해썹인증·자동화 공정으로 이물 유입 희박" 주장

2024-08-21     송민규 기자
◆ 전남 순천시에 사는 조 모(여)씨는 국내 대표 버거 프랜차이즈 업체 매장을 방문해 버거세트 메뉴를 주문했다. 먹던 중 감자튀김에 벌레가 들러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고객센터 담당자에게 내용을 전달했으나 답이 없어 며칠 뒤 다시 연락해 '환불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지자 그제야 처리하겠다더니 2주째 다시 진척이 없다고. 조 씨는 "감자튀김에 벌레가 나온 것도 황당한데 소비자 민원을 총괄하는 담당자들의 대응이 더 화가 난다"고 꼬집었다.

◆ 부산시 금정구에 사는 김 모(여)씨는 글로벌 패스트푸드 브랜드 매장에서 치킨너겟을 주문해 먹으려다가 튀김옷에 시컨먼 게 묻은 걸 발견했다. 자세히 보니 벌레 몸통과 다리 등이 고온에 녹은 상태로 튀김옷에 붙어 있는 것으로 보였다. 김 씨는 "벌레와 함께 음식을 튀겼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 인천시 서구에 사는 윤 모(남)씨는 아이스크림 할인점에서 국내 대표 빙과업체에서 나온 과일 맛 막대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깜짝 놀랐다. 얼음 사이로 초파리로 보이는 벌레가 함께 얼어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윤 씨는 "아이스크림 속에 벌레가 함께 얼어 있어 신고한다"고 말했다.

◆ 충남 서산에 사는 도 모(여)씨는 유명 브랜드 떠먹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려다가 기겁했다. 뚜껑을 열자마자 안에 얼어서 죽어 있는 벌레가 나온 것. 도 씨는 "너무 끔찍하고 입맛이 다 떨어져서 뚜껑을 닫고 다시 냉장고에 넣어뒀다"며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도 씨가 발견한 벌레. 아이스크림 상단에서 발견됐다.

◆ 대전시 동구에 사는 최 모(여)씨는 손에 꼽히는 유명 브랜드 즉석밥을 먹던 중 쌀벌레로 추정하는 이물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흑미인 줄 알았으나 다리가 달린 것을 보고 사진을 찍어 인터넷을 찾아보니 쌀벌레였다. 최 씨는 “벌레가 든 밥을 먹었다고 생각하지 속이 좋지 않다. 어떻게 벌레가 들어갔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서울시 광진구에 사는 박 모(남)씨는 유명 참치캔 업체의 고추참치 통조림 캔을 따고 기겁했다. 뚜껑을 열자 까만 벌레가 죽어서 떠 있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캔으로 된 통조림을 벌레가 뚫고 들어가진 않았을 것 같다. 어떻게 이렇게 온전한 벌레가 들어갈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기막혀했다.

◆ 서울시 양천구에 사는 손 모(남)씨는 국내 대표 유업체 요거트 제품에서 애벌레로 추정하는 이물을 발견했다. 절반 가량 먹었을 때 벌레 사체가 보여 제조사 고객센터에 알렸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도 신고했다. 손 씨는 “해당 제품과 함께 생산된 것들도 모두 오염됐을 것”이라며 제조사와 식약처의 빠른 대처를 촉구했다.

◆ 전북 완주군에 사는 허 모(여)씨는 유명 브랜드 컵라면에 물을 붓고 익기를 기다린 뒤 먹으려다가 용기 안쪽에 벌레가 다닥다닥 죽은 채로 붙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허 씨는 “컵라면을 개봉하자마자 물을 붓고 뚜껑을 덮은 뒤 기다렸다 뚜껑을 연 것이라 그 사이에 벌레가 들어가진 않았을 것"이라며 제조단계에서의 유입에 무게를 뒀다.

◆ 대전시 중구에 사는 고 모(남)씨는 유명 브랜드 즉석밥 제품을 구입해 먹다가 벌레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단순 이물인 줄 알았으나 다리 등 형체로 보아 벌레로 보였다고. 고 씨는 "밥풀과 섞여 하마터면 모르고 먹을 뻔했다"며 교환이라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스크림, 라면, 즉석밥 등 가공식품에서 벌레가 나왔다는 소비자 불만이 끊이질 않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제조상 벌레를 걸러내지 못했다며 공정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나 업체들은 최첨단 시스템을 적용해 공장 내에 벌레가 유입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소비자고발센터(goso.co.kr)에는 여러 가공식품에서 벌레를 발견하고 경악했다는 소비자 불만이 계속되고 있다. 남녀노소 즐기는 아이스크림부터 라면, 즉석밥, 참치, 감자튀김, 햄버거 등 종류 불문이다. CJ제일제당, 오뚜기, 농심, SPC삼립, 매일유업, 남양유업, 동서식품, 삼양식품, 동원F&B, 빙그레, 롯데웰푸드, 오리온,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KFC, BBQ, BHC치킨 등 업체도 다양하다.

벌레가 제품에 박혀 있는 경우에는 업체서 이물로 즉각 인정하지만 섭취 중, 조리 후  발견하는 게 대부분이라 갈등을 빚곤 한다. 특히 햄버거, 치킨, 피자 등 배달해서 먹는 제품의 경우 섭취 중 유입 가능성에 무게를 둬 다툼이 생기기도 한다.

식품업체들은 제조상 문제보다는 유통·보관 중 유입됐거나 개봉 이후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제조 공정상 벌레가 들어가는 일은 극히 어렵다는 게 공통된 업계 입장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공장들이 '식품안전관리인증'인 해썹(HACCP) 인증을 받는 게 보편화돼 있고, 자동화를 통해 사람의 손이 개입되는 것을 최소화하고 있어 제조공정상 벌레가 혼입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다른 식품업체는 "화랑곡나방이야 비닐을 뚫고 들어가 어쩔수 없지만 개미나 거미, 애벌레 등 다른 종류의 벌레들은 제조공정상 들어가기 어렵다"고 전했다.

유업체와 제과업체도 “원료 투입 때 액체는 거름망을 통해 큰 이물질을 걸러내고 있다”며 “제조 공정상 벌레의 형체가 그대로 남아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들은 본사에서 관리 직원을 통해 각 점포의 위생관리를 신경 쓰고 있다면서도 결국 업주들이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매장이나 배달 받아 먹는 경우가 많다 보니 조리 이후 섭취 환경에서 혼입됐을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한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점포에서도 해충처리업체를 이용하거나 포충기를 설치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도 “유독 벌레 유입이 많은 지역에서는 관리가 어려운 면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버거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벌레와 같은 이물질이 별도의 튀김옷 없이 고온의 기름에 같이 튀겨지면 형체가 온전하게 남을 가능성이 낮다”며 조리 이후 혼입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다만 식품에서 벌레와 같은 이물이 발견되면 각 제조사나 구입처를 통해 환불이나 교환받을 수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벌레 등 이물관련 고객 불만이 들어오면 사실 여부를 떠나 고객에게 우선 사과하고, 대체 제품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