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특허권 침해 금지 가처분에 일부 보일러 판매 막혀..."다른 메인 제품 판매 주력"

2024-11-05     송혜림 기자
보일러 판매 성수기인 겨울철을 앞두고 귀뚜라미의 일부 콘덴싱 보일러 모델에 대한 생산 및 판매가 금지됐다. 경동나비엔이 제기한 특허권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이 일부 인용됐기 때문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경동나비엔이 귀뚜라미를 상대로 제기한 콘덴싱 보일러 '열교환기 유닛' 특허권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경동나비엔이 가처분 실행 담보로 30억 원을 공탁하는 조건이 담겼다.

이번 결정은 지난해 12월 경동나비엔이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한 지 11개월 만에 나왔다. 열교환기는 보일러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을 흡수해 순간적으로 물을 데우는 핵심 부품이다.
 
▲귀뚜라미 '거꾸로 에코 콘덴싱 L11' 모델

경동나비엔은 지난 2018년 열효율 최적화를 위해 기술을 자체 개발했으나 귀뚜라미 측이 이를 베꼈다고 주장했다. 귀뚜라미가 지난 2021년 8월 출시한 ‘거꾸로 에코 콘덴싱’ L11, S11, E11 모델 등에 이 기술이 적용됐다.

법원이 경동나비엔의 특허권 침해 금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함에 따라 귀뚜라미는 판결문을 송달받는 시점부터 해당 모델을 생산 및 판매할 수 없게 됐다.

문제가 된 모델은 귀뚜라미의 콘덴싱 보일러 메인 모델 4개 중 하나다. 전체 콘덴싱 보일러 매출 20%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보일러 판매 성수기인 겨울철을 앞두고 영업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귀뚜라미 관계자는 “‘거꾸로 에코 콘덴싱’ 모델은 출시된 지 3년도 지난 레거시 제품이기에 매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은 적다”라면서 “‘거꾸로 NEW 콘덴싱’ 등 다른 메인 콘덴싱 보일러 제품을 위주로 판매 주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특허권 침해 금지 가처분 결정은 지난 9월에 나온 특허심판원 심판결과를 토대로 법원이 검토해 판단한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경동나비엔이 지난해 12월 귀뚜라미를 상대로 특허권침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제출한 특허권은 총 4건이다. 그중 2건은 무효가 됐으며 1건은 일부만 무효가 됐다. 나머지 한 건은 특허 내용이 ‘독창성’이 있다고 판단돼 무효가 불인정됐다. 해당 특허권은 아래로 갈수록 계단식으로 단면적이 감소되는 열교환기 케이스 구조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양 사는 특허심판원 심판결과를 두고도 극명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귀뚜라미는 경동나비엔이 제기한 특허권은 이미 보일러 업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기술이라는 주장이다. 또 특허 4건은 출원일이 2018년과 2019년인데 귀뚜라미는 지난 2013년 국책사업에서 자체 개발한 열교환기를 그대로 적용하거나 발전시켜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귀뚜라미 관계자는 “무효 불인정을 받은 특허권도 무효를 인정받기 위한 2심을 진행 중”이라면서 “가처분 신청 일부 인용보다 특허심판원의 결정이 본안적 성격이 강하다. 가처분은 긴급성, 임시성, 잠정성 등을 특징으로 하므로 특허를 침해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무효가 아니라는 1개의 특허는 핵심 특허다. 4개의 특허 중에 하나라도 무효가 아니라고 인정 받았다면 특허 침해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