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ELS 판매제한 '갑론을박'... 전면제한 VS 거점점포만 허용

2024-11-05     김건우 기자
5일 열린 H지수 기초 ELS 대책 마련을 위한 세미나에서는 은행의 파생결합상품(ELS) 판매 허용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소비자 단체를 중심으로 은행의 공공성을 감안하면 은행 점포에서의 ELS 판매를 전면 제한해야한다는 주장과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 점포에서만 판매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날 세미나에서는 은행 내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 여부를 두고 ▲은행 내 전면 판매 금지 ▲지역별 거점점포에 한해 제한적 판매 허용 ▲창구분리를 중심으로 내부통제 강화 등 3가지 대안이 제시됐다. 
 

◆ "신탁제도 취지와도 부딪혀" 은행 ELS 취급 전면 제한해야

은행에서의 ELS 판매를 전면 제한해야한다는 주장을 제기한 참석자들은 ELS 상품 자체가 은행에 적합하지 않은 상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신인석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규제체계에 맞게 운영해나간다면 결과적으로 은행은 ELS를 취급하지 못한다"면서 "특금신탁 형태로 판매하고 있는데 신탁제도의 취지와 충돌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전업주의 금융시스템을 가져오고 있고 해외의 경우 은행이 아닌 금융투자회사로서 ELS를 취급하고 있다"면서 "현재처럼 금융지주사 체제로 겸업하고 있는 모습이라면 (은행들이) ELS 취급을 못하게 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보호 단체 역시 금융상품 판매의 사후관리도 중요하지만 고위험 상품은 복잡한 상품 구조로 인해 소비자들이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위험한 상품과는 분리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은행에서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판매를 반대하는데 동의한다"면서 "다만 상품 판매를 중단한 뒤 어느 정도 시장의 신뢰가 형성된다고 하면 특정 점포를 중심으로 일부 판매를 허용하는 점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언급했다. 

일부 학자들은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판매규제를 하더라도 ELS와 같은 고위험 투자상품은 소비자와 판매사간 분쟁을 해소할 근본적 방법이 없다는 점과 증권사라는 대체제가 있다는 점에서 은행에서의 판매를 금지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비자들은 은행에서 예금에 대한 대체제로 ELS를 인식해 가입하는 것으로 주식사러 갔다가 ELS 사는 것과는 다르다"면서 "이미 증권사라는 대안이 있는데 (은행에서 판매함으로써) 불완전 판매를 반복해야하나"고 반문했다. 

◆ 소비자 선택권 제한할 수 없어... "소비자 비대칭성 해결 전제"

반면 일부 학자들은 은행에서의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판매 금지는 소비자 선택권 침해 차원에서 전면 금지보다는 특정 점포에서만 일부 판매를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정민 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디지털 금융으로 전환으로 규제 혁신의 분위기에서 은행의 금융투자상품 판매 금지는 근본적 해결방안이 아니다"라며 "공공성을 내포하면서 수익도 내야하는 은행 입장에선 예대마진 외에 신사업 창출을 해야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불완전판매 발생시 기관제재나 손실보전에 그치는 것이 아닌 책임자와 행위자를 확실히 구분해 분명한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무조건적인 상품판매 중지보다는 자기책임 원칙이 보호되도록 소비자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결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재영 한국소비자원 팀장도 "시장 자율에 맡길 만큼 소비자들의 금융 이해도가 높은지 생각해야하는데 현 상황에선 자기책임 원칙을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면서 "고령투자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장치가 없고 금융 리터러시가 떨어진 측면에서 최소한 특정 점포에서만 판매하도록 하는 수준의 판매창구 제한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일부 은행 점포에서만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을 제한적으로 판매가 허용된다면 금소법 상 6대 판매원칙이 철저하게 준수되는 등 철저한 내부통제 준수가 선결되어야한다는 점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이효성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책무구조도가 제대로 작동해야하며 보수의 투명성을 높이는 점도 필요하고 거점 점포를 어떻게 정의할지, 결국 수도권 중심일텐데 그 외 지역 소비자의 역차별도 고민할 문제"라며 "다만 판매창구만 분리하는 대안은 실효성에 우려가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금융당국은 수 개월 간 TF를 운영하면서 여러 대안을 마련했는데 이 날 세미나를 통해 제시된 의견을 종합하여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먼저 제시한 1~3안은 예시일뿐 변형된 형태가 나올 수 있고 가장 중요한 것은 상품의 특성에 대해 얼마나 명확하게 이해했는지 여부다"라며 "가령 ELS를 주식과 같은 위험도가 있다고 생각하면 안될 것 같고 상품 특성을 명확하게 인지한 다음 정책방향을 제시하는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