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일반주주 실효적 보호"

2024-12-02     이철호 기자
정부가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에 반대의 뜻을 표하며 대신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 방안을 발표했다.

상장법인 합병 시 공시를 강화하는 한편 계열사간 합병에서도 가액 산정기준을 전면 폐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상엽 법무부 법무실장,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과 함께 이와 같은 내용의 '일반주주 이익 보호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여당과 협의해 의원입법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그동안 정부는 불법공매도 근절을 위한 시스템 마련, 물적분할 시 반대매수 청구권 부여 등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며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해 일반주주 보호가 지속적으로 강화돼야 한다는 인식 아래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김병환 금융위원장(가운데)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일반 주주 이익 보호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방향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부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상장법인의 합병·분할,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중요한 영업·자산의 양수도 등에 대해 이사회가 목적, 기대효과, 가액의 적정성 등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공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한 비계열사간 합병뿐만 아니라 계열사간 합병에서도 가액 산정기준을 전면 폐지할 계획이다. 주식가격,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 다양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정된 가액으로 결정하도록 규정한다는 것이 금융위 측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모든 합병에 대해 외부평가기관에 의한 평가·공시를 의무화하는 한편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 모회사 일반주주(대주주 제외)에게 공모신주 중 20% 범위 내에서 우선배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거래소 세칙 개정을 통해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거래소가 일반주주 보호 노력을 심사하는 5년의 기간 제한도 삭제해 기간 제한 없이 상장기업이 모회사 일반주주에 대해 충분한 보호노력을 이행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자본시장법 개정방안에 대해 김 위원장은 "적용 대상 법인을 상장법인으로 한정해 비상장, 중소·중견법인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며 "적용 대상을 자본시장법에서 규정하는 재무적 거래로 한정해 상법 개정에 따른 일상적 경영활동의 불확실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사회가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보호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절차적 성격의 규정을 신설해 절차 준수 시 거래의 적법성과 이사회 면책이 보장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상법 개정에 대해서는 "상법은 회사 전체에 적용되는 일반법이므로 법리적 측면과 법 개정이 미칠 영향을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며 "좋은 취지와 선의로 법률이 개정되더라도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크게 나타날 경우 제도 개정의 의미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브리핑 후 개정방향에 대한 시장의 반응과 관련된 질문에 "일반주주 보호라는 취지와 목적에 정부도 공감하고 제도를 개선해 왔다"며 "투자자에 대해서도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시장에서 우려하는 부분이 상당히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사회가 관련 절차를 준수하더라도 일반주주 이익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구 실장은 "기업 합병과 분할에서 기계적으로 공정가액을 산정하는 틀을 바꾸고 그 과정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하는 등의 큰 변화가 있다"며 "주주와 기업 입장에서 다 실효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