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 쿠폰은 소비자 보호 사각지대...'무조건 할인'으로 유혹하고 금액 브랜드 등 제한 조건 수두룩

유상 쿠폰과 달리 소비자 피해 예방 위한 규정도 사각지대

2024-12-24     이정민 기자
#사례1= 부산 기장에 사는 김 모(여)씨는 에이블리에서 '금액 제한 조건이 없는 쿠폰 발급'이라고 명시된 문구를 보고 이벤트에 참여했다. 이벤트 안내사항에는 0원 이상 구매 시 제한 없이 '1만 원' 쿠폰을 사용할 수 있다고 기재돼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쿠폰을 사용하려고 보니 '이자벨마랑'·'질샌더' 등 고가의 제품에만 쓸 수 있는 제한이 있었다.
 
▲에이블리 쿠폰 이벤트 공지사항 및 발급받은 쿠폰 이미지.

김 씨는 “쿠폰을 발급 받는 이벤트 페이지에는 고가 제품에만 쓸 수 있다는 제한 조건이 안내 돼 있지 않았다. 이는 사기와 다름없다”고 볼멘 소리를 냈다. 제한 조건은 김 씨가 쿠폰을 발급 받은 뒤에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마저도 '일부 마켓에 제한'으로 모호하게 설명돼 있다. 

#사례2= 경기도 성남에 사는 반 모(여)씨는 네이버 최저가 검색을 통해 ABC마트에서 30% 할인 판매한다는 5만4870원 반스 신발을 발견했다. ABC마트는 7% 할인 쿠폰도 별도 제공해 반씨는 추가 할인이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하고 결제에 나섰다.

그러나 반 씨는 결제 과정에서 “이미 30% 할인된 상품이라 추가 쿠폰 적용이 불가능하다. 최대 적용 가능 할인율은 35%”라는 황당한 안내를 받았다. 반 씨는 최저가 광고 오류가 사기 행태라고 주장하며 5%에 대한 추가 할인을 요구했으나 업체는 “페이지 수정 예정”이라고만 답했다.

#사례3= 경기도 용인에 사는 조 모(남)씨는 무신사에서 온라인 몰 회원가입 시 제공되는 첫 구매 쿠폰에 대해 '모든 상품에 적용 가능'이라고 안내된 쿠폰을 발급받았다. 하지만 사용하려고 보니 40% 이상 할인된 상품이나 특가 제품, 특정 브랜드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업체는 “결제 전에 조건을 고지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발급 시 유의사항은 쿠폰 안내 문구에 비해 현저히 작은 글씨로 적혀 있다.
 
▲무신사 엠프티 쿠폰 유의사항.
온라인 쇼핑 플랫폼들이 '조건 없는 쿠폰' 등 낚시성 문구를 앞세운 이벤트 쿠폰을 발행해 소비자를 혼란케 만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소비자고발센터(goso.co.kr)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 플랫폼의 쿠폰 정책과 관련된 소비자 불만이 빈번히 제기되고 있다.

▲결제 한 건당 최대 할인 한도 미고지 ▲조건 없는 쿠폰으로 고지 후 제한 적용 ▲쿠폰 적용 불가 제품 관련 모호한 고지 등의 유형이 대표적이다.

특히 특정 브랜드 및 카테고리에만 적용 가능한 쿠폰이거나 높은 금액 구매 시 사용 가능한 쿠폰임에도 조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인 양 고지하거나 최대 할인 한도를 기재하지 않는 경우가 잦았다. 이 경우 전체적으로 적용 가능한 쿠폰을 제공하는 양 광고하거나 푸시 알림을 띄우며 홍보를 진행하기도 했다.

사례에서 언급된 김 씨가 받은 쿠폰을 사용하기 위해 클릭하면 보여지는 의류의 가격이 20만~30만 원을 훌쩍 넘어선다.

일각에선 상품 구매 및 마케팅을 위해 실제 사용하기 어려운 쿠폰을 미끼처럼 제공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벤트로 제공되는 쿠폰에대해서는 소비자 피해 행위를 제재할 가이드라인이나 규정마저 마련돼 있지 않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상품 등의 정보제공에 관한 고시’에서는 상품권 또는 쿠폰을 발행할 때 유효 기간과 이용 조건을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유효기간이 경과된 경우 보상 기준과 사용 제한 품목, 기간 등도 밝혀야 한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쿠폰’은 거래를 통해 받은 유상 쿠폰만 해당된다.

결국 프로모션 및 이벤트성 무상 쿠폰에 대한 규정은 없는 셈이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들은 소비자가 오인할 여지 없도록 사전에 충분히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는 입장이다.

G마켓은 쿠폰 발급 시 ‘더보기’란을 누르면 쿠폰 상세정보가 확인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발급받은 후 쿠폰함에서도 쿠폰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G마켓 관계자는 “쿠폰을 발급 받을 때 보이는 더보기란에 쿠폰 상세정보를 기재해두고 있으며 발급받은 후 쿠폰함에서도 쿠폰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SSG닷컴은 쿠폰 하단에 모든 사용 조건과 관련해서 상세하게 기재해놓고 있다. SSG닷컴 관계자는 “명확하지 않은 쿠폰 조건 기재에 대한 소비자 불만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모든 사항을 쿠폰 하단에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1번가는 쿠폰 발급하는 페이지와 마이페이지의 사용 가능 쿠폰 창에서 쿠폰 안에 할인조건·발급조건·기간 등을 안내하고 있다. 또 쿠폰이 있는 상품임에도 소비자가 발급받지 않고 결제하려고 할 경우 결제 화면에서 할인쿠폰 발급 안내창을 띄우고 있으며 적용이 되지 않는 경우에도 별도로 안내하고 있다. 11번가 관계자는 “쿠폰 안에 ‘사용안내’를 누르면 할인조건·발급조건·기간 등을 안내하고 있고 최근에는 쿠폰 적용하는 과정 없이 ‘즉시할인’으로 소비자에게 할인가에 제시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와 지그재그도 각 쿠폰마다 적용 조건이 상이해 쿠폰 하단에 관련 조건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입점 브랜드가 많고 쿠폰마다 적용 조건 등이 상이해 개별 쿠폰마다 안내 사항을 기재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그재그 관계자는 “쿠폰 다운로드 받을 때와 실제 결제 시 쿠폰 적용할 때 모두 사용 조건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들이 쿠폰 사용 조건을 모호하게 기재하는 경우 소비자 기만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봤다. 이 교수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쿠폰 적용 조건 등을 보기 힘든 작은 글씨로 기재하는 등 소비자를 오인하게 한다면 명백한 기만으로 볼 수 있다”며 “쿠폰에 기재된 조건은 일종의 정보 표시에 해당되고 쿠폰도 소비자를 유인하는 광고이기 때문에 내용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크패턴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유료 쿠폰 및 상품권 관련 규정만 제정돼있는데 프로모션으로 제공되는 무료 쿠폰 관련된 규정도 검토돼야하고, 온라인은 환경 변화 속도가 빨라 법이 생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부지런히 논의 후 제정돼야한다”고 제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