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숙박앱, 업주 입맛대로 리뷰 비공개 처리 논란...'별점 3개', '주문대로 배달해주세요' 이게 권리침해라고?

30일 경과 뒤 게시글 처리 방침 업체별로 달라

2025-03-14     정은영 기자
#사례1=서울 중랑구에 사는 박 모(남)씨는 지난 2월 야놀자에서 예약한 한 숙박업소를 다녀온 뒤 후기에 "소소하게 숙박 가능하다"는 짧은 글과 함께 별점 3점을 남겼다. 다음날 야놀자로부터 '권리가 침해됐다는 의견이 제기돼 해당 리뷰를 30일 동안 비공개 처리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박 씨는 "어느 부분에서 권리가 침해됐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황당해했다.
▲박 씨가 작성한 후기글
▲박 씨가 작성한 후기글
#사례2=대구에 거주하는 김 모(남)씨는 최근 배달의민족에 입점한 업체에서 음식을 주문했다. 평소에도 종종 배달해 먹던 곳인데 이전과 음식 맛이 달라져 아쉬운 마음에 별점 1점을 남겼다. 이후 업체 측 요청으로 해당 리뷰가 30일 동안 블라인드 처리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김 씨는 "최소한 업체에서 리뷰 블라인드 요청이 들어오면 먼저 따져보고 처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일방적으로 통보받아 당황스럽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사례3=인천 중구에 사는 김 모(남)씨는 요기요에 입점한 배달업체에서 주문한 음식이 다른 메뉴로 잘못 배달되는 일을 겪었다. 그냥 먹기로 결정한 김 씨는 잘못 배달 온 음식 사진과 함께 "다음에는 주문 내역대로 잘 보내달라"는 후기를 썼다. 이후 업체 측 요청으로 리뷰가 비공개 처리됐다. 김 씨는 "후기가 다시 노출되게 하려면 30일을 기다려야 한다더라. 비방한 것도 아니고 악의적인 내용도 아닌데 왜 비공개돼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배달앱, 숙박앱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이용자 후기는 상품을 선택하는 중요한 요소지만 사업주가 리뷰글에 대한 '비공개(블라인드)' 처리를 남발하면서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은 명예훼손과 사생활 침해 등이 우려되는 인터넷 게시물을 최장 30일까지 임시로 차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온라인플랫폼은 이 같은 규정을 근거로 리뷰글에 대해 입점업주가 권리 침해를 주장하면 30일간 블라인드 처리를 하고 있다.

문제는 욕설이나 근거 없는 비방을 담지 않은 경우에도 별점이 낮거나 내용이 업소에 불리하면 업주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블라인드 처리가 이뤄지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음식 맛이 평소와 달랐다" "배달앱에서 주문할 때 양이 너무 적었다"는 등 내용만으로도 후기가 비공개됐다는 하소연이 많다.

배달앱, 숙박앱 등 플랫폼들은 공통적으로 '정보통신망법'에 근거해 이용자가 남긴 후기에 대해 입점업주가 이의를 제기하면 최대 30일 간 비공개 상태로 돌려 놓는다. 다만 이 기간이 지난 뒤에 게시글을 재공개하는 것에 대해서는 업체별로 운영 방침이 달랐다.
 
▲배달의민족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이용약관
▲배달의민족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이용약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는 작성자가 리뷰 비공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 내부 검토 후 문제가 없을 경우 복원이 가능하다. 그러나 작성자가 별도로 의견을 내지 않는다면 30일 뒤 삭제 처리된다. 쿠팡이츠는 30일 이내라도 고객이 반박 의견을 내는 시점에 재공개 여부를 다시 검토한다.

요기요, 야놀자, 여기어때 등 3사는 내부 검토 후 정상적인 리뷰로 판단되면 30일 이후 다시 공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다만 정상적인 리뷰라는 판단 근거에 대해서는 갈등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요기요 관계자는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 후기라면 30일이 지난 이후 정상적으로 보이게 된다"고 말했다. 야놀자 측은 "내부 소명을 거쳐서 해당 후기가 사실이라고 확인되면 30일 후 재게시된다"고했다.
 
이들 플랫폼은 공통적으로 입점업주와 고객의 입장 둘 다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한 쪽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법률과 내부 규정에 맞춰 후기를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정당하게 표현할 권리와 업주들이 안전하게 업장을 운영할 권리를 고려해 올바른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쿠팡이츠 측은 후기를 악용하는 경우가 있어 고통받는 업주들도 있다며, 업주와 소비자 양쪽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균형감 있게 관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후기가 블라인드 처리되면 소비자들이 필터링된 정보를 제공받게 된다"며 "정보의 불충분성 때문에 소비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생긴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