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재도약 기틀 다질 것"...주주 질타에 사과

2025-03-19     정은영 기자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2024년 연간 9조800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9일 경기 광교 수원컨벤션에서 열린 제56회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종희 부회장은 "지난해 11월에는 회사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시장의 우려를 고려해 10조 원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결정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주주총회 의장을 맡은 한 부회장은 경영 실적과 관련해선 "반도체 산업의 경쟁 심화, 정보기술(IT) 급변 등 경영 여건이 쉽지 않은 가운데서도 매출 300조 원을 돌파하고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2025년은 거시경제 불확실성 등으로 어려운 한 해가 예상되지만 어려운 환경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해 인류사회에 공헌한다는 회사의 경영철학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한 부회장은 "전략적 시설투자와 연구개발 강화 등 지속 성장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2024년 회사의 브랜드 가치는 인터브랜드 평가 기준 사상 첫 1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5년 연속 글로벌 5위를 수성했다"고 말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19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장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현장에서는 많은 주주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은 주주는 "주주 가치가 최우선이라고 했는데 지난해 7~8만 원 하던 주가가 지금은 5만 원 대"라며 "SK하이닉스 등 다른 회사들은 주가도 좋은데 왜 삼성 주가가 나쁜지, 또 주가를 올리기 위한 대책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에 한종희 부회장은 "최근 주가가 주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사과드린다"며 "당사는 지난해 변화하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고, 가전 제품에서도 압도적인 제품 경쟁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실적 과오를 인정했다. 

이어 "당사의 기술 경쟁력에 대한 시장 우려가 커지며 주가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대내외 환경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당사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귀신도 모르는 게 주가지만 언제 재궤도에 오를지 궁금하다"는 등 주주의 질문이 계속되자 한 부회장은 사과를 거듭했다.

그는 "경영진과 임직원이 다각도로 노력 중이고, 여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시장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도 "기존 사업은 초격차 기술 리더십으로 재도약의 기틀을 다지고 AI 산업 성장이 만들어가는 미래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로봇·메드텍·차세대 반도체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질의가 끝난 후에는 안건 심의와 표결 등이 진행됐다.

안건은 △재무제표 승인 △사외이사 4인(김준성, 허은녕, 유명희, 이혁재) 선임 △사내이사 3인(전영현, 노태문, 송재혁)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2인(신제윤, 유명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이 상정됐으며, 모두 통과됐다.

안건 표결 이후에는 한종희 DX부문장 부회장과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이 각각 삼성전자 DX와 DS부문의 2025년 사업전략을 주주들에게 공유하고 '주주와의 대화' 시간도 별도로 운영했다.

삼성전자는 주주들이 삼성전자의 AI와 차세대 기술과 제품을 살펴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과 다양한 전시를 준비했다.

주주총회장에는 △스마트싱스(SmartThings)와 최신 AI 제품 기반 AI 홈 △갤럭시 S25 시리즈를 활용한 갤럭시 AI △투명 마이크로 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하만의 AI기반 전장 솔루션과 오디오 기기 △삼성메디슨의 프리미엄 초음파 진단기기 △AI Home 컴패니언(Companion) 로봇 볼리(Ballie) 등이 소개됐다.

삼성전자는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주주들이 직접 현장에서 갤럭시 탭을 활용해 응원 메시지를 입력하면 대형 LED 디스플레이 '메시지 월(Wall)'에 소개되는 특별한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2020년부터 전자투표 제도를 도입해 주주들이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3월 9일부터 18일까지 전자투표를 진행했다.

또한 현장 참여가 힘든 주주들을 위해 사전 신청을 받아 온라인 생중계를 지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