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을 통틀어 이사회 내 소비자보호 관련 위원회를 설치한 곳은 하나금융이 최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에 따른 소비자보호 역량 강화를 위해 그룹 및 자회사 경영진이 직접 관여하고 있다는 신호를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란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하나금융그룹과 주요 자회사인 하나은행(행장 박성호), 하나금융투자(대표 이은형)는 소비자보호 조직을 확대하고 이사회 내 소비자리스크관리위원회를 설치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3월 이사회 내 소비자리스크관리위원회를 신설했다. 그룹 소비자리스크관리 정책을 결의하고 자회사의 소비자리스크관리활동 현황 등을 점검하는 것이 주 업무다. 금융권에서 이사회 내 소비자보호 관련 별도 위원회가 구성된 것은 하나금융그룹이 처음이다.
소비자리스크관리위원회는 지난 4월 '손님 중심의 리스크 관리를 통한 신뢰 강화'를 슬로건으로 한 비전을 내놓았다. 핵심 내용은 ▲그룹 전체의 효율적 소비자리스크관리를 위한 지배구조체계를 구축하고 ▲자회사 금융상품 선정부터 사후관리까지 위험요인 분석 및 대응을 통해 그룹 소비자보호체계의 완결성을 확보한다는 것이었다.
그룹 차원에서 선제적 대응에 나서자 자회사들도 잇달아 소비자보호조직을 신설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달 25일 이사회를 열고 이사회 내 소비자리스크관리위원회를 신설했다. 기존에도 리스크관리위원회가 있었지만 재무상황 등을 점검하는 게 주된 업무였다면 개편된 소비자리스크관리위원회는 소비자 중심의 리스크관리정책과 체계를 수립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 중에서 은행 이사회 내 소비자보호 관련 위원회가 구성된 것은 하나은행이 처음이다.
최근에는 신임 사외이사로 금융소비자보호 전문가인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를 선임했다. 최 사외이사는 현재 소비자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과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으로도 임명됐다.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해 12월 은행권 최초로 소비자리스크관리그룹을 신설해 그룹장으로 외부출신인 이인영 변호사를 선임했다. 전 금융권에서 유일하게 회사 내 소비자보호그룹 내 복수조직(손님행복그룹, 소비자리스크관리그룹)을 갖춘 셈이다.
핵심 비은행 자회사인 하나금융투자도 대열에 합류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22일 단행된 하반기 조직개편에서 소비자보호부문 내에 위치한 '상품감리팀'을 '소비자리스크관리팀'으로 변경해 인원을 충원하고 기능을 강화했다. 해당 팀은 상품 개발부터 사후관리까지 전 단계를 소비자 관점에서 살피는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하나금융투자도 빠른 시일 내 그룹과 은행에 이어 금융투자업계 최초로 이사회 산하 소비자리스크관리위원회를 새로 설치할 예정이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기존 소비자보호조직 내 상품감리팀이 있었는데 조직을 키우고 명칭을 변경한 것으로 사후적 관리에서 사전적 대응으로 소비자보호에 나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자회사인 하나카드(대표 권길주)는 이사회 내 소비자보호조직은 없지만 이달 초 인사에서 기존 준법감시인 겸직이었던 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를 분리시켜 소비자보호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임원 역할을 맡겼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증권업을 중심으로 최근 사모펀드 사태 등 불완전판매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소비자보호 및 내부통제, 리스크관리 필요성이 대두됐는데 이사회 내 소비자보호를 위한 별도 기구가 신설되는 등의 움직임은 긍정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