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정성립 사장이 취임과 함께 가시밭길을 걷게 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조선3 중 유일하게 흑자구조를 유지하다가 올들어 지난 1분기에 적자전환했고 당분간 적자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재호 사장이 뛰어난 경영실적에도 불구하고 교체되는 바람에 산업은행의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에 시달렸던 정성립 사장으로서는 결코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정 사장은 내년 초에나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골프장 써닝포인트와 연수원 시설을 보유한 자회사 '에프엘씨(FLC)'의 지분 100% 매각을 최근 재추진하고 있다"며 "지난해 매물로 내놨다가 가격 때문에 잠시 보류했던 건"이라고 밝혔다. 매각규모는 1천억 원 미만으로 추정된다.
대우조선해양은 또 서울 당산동 사옥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 매각규모는 약 600억 원대로 전망된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두산엔진 보유지분(8.06%) 전량을 매각해 약 440억 원을 취득했고 골프장과 사옥 매각이 완료되면 약 2천억 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게 된다.
이 외에도 대우조선해양은 풍력발전 자회사인 드윈드 매각 방침을 정했다.
정 사장은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풍력사업은 수요가 줄어 자생이 어렵다고 판단,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대우망갈리아중공업, 대우조선해양산동유한공사, 드윈드, 대우조선해양트렌튼, 대우조선해양건설, 에프엘씨(FLC) 등이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 사장은 본업에 충실하기 위해 첨단상선, 잠수함 등 특수선, 해양플랜트 등을 제외한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09년 5천만 달러에 드윈드를 인수하고 풍력사업을 확대했지만 매출액은 200억 원도 안되고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분기 433억 원의 영업손실로 적자를 냈다. 연결회사를 제외하고 대우조선해양만 놓고보면 손실액이 804억 원으로 적자규모가 크다. 2분기 적자폭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정 사장의 취임으로 전임 경영상황에 대한 부실이 2분기 손실로 대거 충당금을 설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2분기 실적을 저점으로 당분간 적자경영이 지속될 것"이라고 봤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은 내부 실사 과정에서 해양부문 손실이 있는 것으로 확인돼 2분기 실적에 반영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대우조선해양의 2분기 영업손실액이 수천억 원에 그칠지, 아니면 조 단위로 커질지 우려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3개월 동안 주가가 26.9%나 하락했다. 이 기간동안 코스피지수는 1.5% 상승했고, 동종업체인 현대중공업(대표 권오갑)과 삼성중공업(대표 박대영)은 주가가 8~9% 하락하는데 그쳤다.
대우조선해양 주가가 심하게 빠진 것은 빅베스를 포함해 올 상반기 실적부진이 심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빅베스는 신임 CEO가 전임 CEO시절에 누적된 손실을 장부에 최대한 반영해 경영상의 과오에 대한 책임을 최대한 회피하려는 행위를 뜻한다.
KDB산업은행 산하의 대한조선과 STX조선해양의 적자가 심화되고 있는 것도 정 사장의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대한조선과 STX조선해양을 인수하거나 위탁경영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정 사장은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부인하면서도 공동협력 가능성을 남겨뒀다.
정 사장은 STX조선해양 사장을 맡았다가 지난 4월6일 KDB산업은행에 의해 대우조선해양 차기 사장으로 내정됐다. 공교롭게도 실적이 곤두박질을 치기 시작한 시점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조타수 역할을 맡게 된 정 사장이 어떻게 이 난국을 헤쳐갈지 주목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