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을 대여해주면 일주일에 300만 원을 주겠다는 문자 메시지가 광범위하게 발송돼 고령층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메시지 내용은 급성장하는 중소기업인데 정부가 부과하는 과중한 세금 납부를 피하고 싶다며 ‘급전이 필요한 분들과 상부상조하고 싶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평소에 안 쓰는 통장 하나 빌려주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통장 대여는 원천적으로 불법인데다가 메시지 자체가 진실일 가능성도 없다.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는지 본지 기자가 직접 보이스피싱 조직과 접촉해 봤다.
◆ 회사서류 증거로 제시한다던 ‘세*기업 김민경 대리’, 위조된 사업자등록증 보내와
지난 주 월요일 오전 기자에게 구구절절한 사연이 길게 담긴 메시지를 보내 “회사 서류도 다 보여줄 테니 믿고 도와 달라”고 호소하던 김민경 대리. 카카오톡으로 도와주고 싶은데 불안해서 못 믿겠다며 회사서류를 보여 달라고 하자 곧바로 사업자등록증 그림파일 한 장을 보내왔다.
그런데 그림파일을 확대해본 순간 위조된 사업자등록증임을 한 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회사 상호명이 적힌 부분의 폰트와 배경 색깔이 눈에 띄게 확 달랐다. 한 눈에도 ‘그림판’ 등을 이용해서 조잡하게 위조한 티가 역력했다.
사업자등록증 상단에 기재된 사업자등록번호를 ‘NICE기업정보’ 사이트 등을 활용, 인터넷 조회하자 ‘세*기업’이라던 김 대리의 말과는 달리 ‘오***’이라는 전혀 다른 기업명이 조회됐다. 회사 주소도, 대표자명도 김 대리가 보낸 사업자등록증 상의 내용과 전혀 달랐다. “믿을 수 있다”던 김 대리의 공언과 달리, 회사 서류도, 읍소하던 구구절절한 사연도 송두리째 거짓말일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 통장 대여 시 민형사상 엄벌, 최장 12년 은행·카드·보험 등 금융거래 불가
그렇지만 이 같은 확인 방법을 모르고 능수능란한 채팅과 구구절절한 사연에 낚여 ‘대포통장’을 보내는 이들이 많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학영 의원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와 케이벵크 단 2곳의 은행에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829건의 통장대여 범죄가 일어났다. 은행이 수십 곳인 만큼 실제로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통장대여 범죄에 연루됐으리라 추정된다.
통장을 타인에게 양도할 경우 졸지에 범법자가 되고 은행·카드·보험 등 모든 금융거래가 제한된다.
전자금융거래법 6조3항에 따라 통장을 타인에게 대여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도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금융행위 문란 행위자’로 등록돼 최장 12년 간 신규 대출 거절, 신용카드 한도 축소와 이용정지, 신규 계좌 개설 및 보험가입 거절 등의 치명적인 불이익도 받는다.
대다수 피해자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약속한 ‘현금 300만 원’등의 통장 양도 대가도 받지 못한다. 또한 형사 처분과는 별개로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통장을 양도한 사람에게 민사소송을 걸 경우 고스란히 피해보상 책임을 뒤집어쓰기도 한다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보이스피싱 피해는 노년층이나 젊디젊은 20대 초반 학생들에게도 집중된다. ‘내가 대여해 준 통장’이 다른 노인이나 손주들의 돈을 갈취하는 범죄에 악용되지 않게 이 같은 범죄 메시지에는 절대 응하지 않도록 ‘문자 메시지 차단’ 생활화가 우선돼어야 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우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