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연구개발(R&D) 비용을 자산으로 처리해 영업이익을 키우는 경향이 글로벌제약사에 비해 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연구개발비 가운데 35%를 자산으로 처리해 글로벌 제약사 평균치인 19%를 훌쩍 넘겼다.
특히 오스코텍은 R&D 비용 100%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했고, 제약·바이오 대장주인 셀트리온도 76%를 자산으로 분류했다.
R&D 투자 금액을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고 자산으로 분류하면 해당 사업연도 영업이익이 그만큼 늘어난 것처럼 보이게 된다. 이에 금융당국은 연말 결산 내역이 공시되면 R&D 비용 회계처리 현황을 점검해 회계 위반 가능성이 큰 기업에 대해 감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주요 제약·바이오사 11곳의 경우 R&D 비용 59조1177억 원(원화 환산) 중 무형자산으로 분류한 비중은 19.3%(11조3847억 원)에 그쳤다. 국내 기업이 15.5%포인트나 높은 것이다.
조사 대상 31곳 중 R&D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분류한 곳이 18곳(58.1%)으로 절반을 넘었는데, 상위 8곳은 자산화 비중이 무려 70%를 초과했다.
오스코텍은 R&D 비용 29억 원 전체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했고, 코미팜(98.0%, 21억 원), 차바이오텍(85.2%, 47억 원)도 80~90%대로 크게 높았다.
이어 씨젠(76.2%, 77억 원), 셀트리온(76.0%, 1171억 원), 삼천당제약(75.2%, 51억 원), 인트론바이오(73.1%, 17억 원), CMG제약(72.3%, 15억 원)도 70%대로 높은 축에 속했다.
반대로 녹십자(19.2%, 166억 원), 대화제약(17.7%, 12억 원), 일동제약(16.4%, 58억 원), 테고사이언스(13.1%, 2억 원), 대원제약(10.0.%, 14억 원)은 10%대였고, 코오롱생명과학(5.1%, 6억 원), 한올바이오파마(5.1%, 5억 원), 녹십자셀(3.8%, 5200만 원), JW중외제약(2.5%, 7억 원), 셀트리온제약(0.2%, 400만 원)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리고 영진약품, 한독, 동국제약, 신풍제약, 환인제약, 케어젠 등 13곳은 R&D 금액 전체를 비용으로 처리, 논란의 소지를 없앴다.
전년도와 비교하면 삼천당제약은 자산화 비중이 30.9%포인트나 상승했고, 씨젠(22.8%포인트), 차바이오텍(12.4%포인트), 녹십자(7.1%포인트)도 상승폭이 컸다.
반면 셀트리온제약은 자산화 비중이 92.3%포인트나 하락했고, CMG제약(10.3%포인트), 코오롱생명과학(10.2%포인트), 녹십자셀(10.0%포인트)도 자산화 비중이 낮아졌다.
자산화 비중이 큰 기업은 주가도 급등했다. 지난 3월 12일 종가가 2016년 말 대비 100% 이상 급등한 10개사 가운데 9곳이 R&D비용을 자산화했고, 특히 자산화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주가 상승률이 높았다. 삼천당제약 주가가 244.9% 오른 것을 비롯해 셀트리온(201.7%), 차바이오텍(184.6%), 오스코텍(151.0%), CMG제약(130.2%) 등도 크게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주가가 하락하거나 미미하게 상승한 하위 10곳은 R&D비용을 자산화한 곳이 5곳에 그쳤다. 자산화 비중 0%인 에이티젠(-39.7%)과 영진약품(-2.4%)은 바이오주 열풍 속에서도 주가가 되레 떨어졌고, 에스티팜(1.4%), 케어젠(8.2%), 광동제약(9.7%)의 주가 상승률도 10% 미만에 그쳤다.
R&D에 사용한 금액을 비용으로 처리하면 영업손익이 감소하지만 무형자산으로 분류하면 회계상 영업손익이 증가하고 자산 규모가 커지는 착시효과가 발생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신약 개발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정부 판매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R&D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분류하는 것과 달리, 국내 기업들은 임상 실험에 들어가기 전부터 자산화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상품화가 안 될 경우 자산으로 분류했던 금액을 비용으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순익 감소로 이어져 투자자 피해 발생 우려가 높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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