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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당 5천만원짜리 수입 엘리베이터 '재생품' 수리가 불문율?..."두번 고장나야 신품 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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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당 5천만원짜리 수입 엘리베이터 '재생품' 수리가 불문율?..."두번 고장나야 신품 수리"
업체 "품질은 동일" 입장...소비자 불만 중재기관도 없어
  • 김승직 기자 csksj0101@csnews.co.kr
  • 승인 2021.05.19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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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엘리베이터, 쉰들러 코리아 등 수입산 엘리베이터 업체들이 새 제품 설치·수리에 관행적으로 재생품을 사용하는 데 이를 제재할 마땅한 규정이 없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크다.

서울시의 한 아파트에 사는 김 모(남)씨는 건물 엘리베이터를 TK엘리베이터로 교체한 뒤 한 달도 안 돼 고장났지만 업체서 재생품으로 수리를 진행했다며 불안해했다.

유지보수 업체 측에 따져봐도 업계 관행상 엘리베이터 부품을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은 재생품이 2회 고장 나야 가능하다는 답밖에 듣지 못했다.

더욱이 김 씨와 TK엘리베이터 간의 계약서엔 ‘품질보증 기간 이내에 고장 발생 시 무상으로 수리한다’고만 명시돼 있어 재생품 사용을 묵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김 씨는 “엘리베이터 한 대 가격은 4000~5000만 원으로 고급승용차 수준인데 승용차 수리를 재생품으로 한다면 이를 두고 볼 소비자가 있겠느냐”며 “하지만 앞으로도 TK엘리베이터에 유지보수를 맡겨야 해 불이익이 두려워 본사에 정식으로 항의하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엘리베이터 업체의 재생품 사용 관련 불만은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 구로구 소재 오피스텔 건물주인 홍 모(남)씨도 지난 1월 엘리베이터 업체를 TK엘리베이터에서 쉰들러 코리아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도난당한 주요 부품을 새제품이 아닌 재생품으로 설치했다며 분개했다.

홍씨는 지난 1월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며 쉰들러 코리아가 외부에 보관해둔 에이프런 부품을 도난당했다. 에이프런은 승강로로 추락하는 것을 방지하는 강철판으로 미설치 시 탑승객이 엘리베이터 아래로 빠지는 사고가 생길 수 있다.

쉰들러 코리아는 재생품을 가져와 엘리베이터 설치를 마쳤지만 신품 엘리베이터 가격을 그대로 요구해 김 씨와 갈등이 불거졌다. 게다가 도난당한 부품을 찾는다는 이유로 엘리베이터 설치도 2달이나 미뤄졌다고.

홍 씨는 “부품을 도난당해 재생품을 사용한 것과 설치가 지연된 것 모두 쉰들러 코리아의 책임인데 업체 측은 이와 관련해 어떤 보상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엘리베이터 업체가 적어 공급업체 우위에 있다 보니 소비자에게 불합리한 행동을 하는 등 갑을 관계가 뒤바뀐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재생품 사용은 건물마다 엘리베이터 구역이 제각각이라 주문이 들어와야 생산을 시작하는 엘리베이터 업계 특성에서 기인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특히 TK엘리베이터, 쉰들러 코리아 등 외국계 엘리베이터 기업은 주요 공장이 해외에 있어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부품 수급에 차질에 재생품을 우선 사용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소비자는 재생품 사용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기관이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엘리베이터 관련 부처는 준정부기관인 한국승강기안전공단 뿐인데 주 업무가 안전관리 관련이어서 소비자 분쟁을 해결해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행정안전부가 마련한 엘리베이터 관련법인 '승강기 안전관리법' 역시 이용자 안전에 치중돼 소비자 피해에 관한 세부적인 규정이 전무한 실정이다. 

승강기업계 한 관계자는 "승강기는 불특정다수가 이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관련법이 소비자가 아닌 안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역시 주업무는 엘리베이터 설치승인, 관리감독, 안전검사 등이어서 소비자와 엘리베이터업체의 분쟁을 중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엘리베이터 수리에 재생품을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선 "통상 엘리베이터 업체는 관련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하기 때문에 실제 계약서를 확인해야 잘잘못을 따질 수 있지만 현행법 상에서 재생품을 사용하는 것만으론 문제삼기 어렵다"며 "엘리베이터 설치 과정에서 제품을 분실해 재생품을 사용한 경우는 업체 측에 문제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TK엘리베이터 측은 "내부정책상 공장에서 신품 출하 후 설치를 거쳐 총 3년의 무상보증 기간 내에 부품이 고장날 경우 수리 후 출하하며 수리가 불가능한 것은 신품으로 무상 공급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수리 후 출하하는 부품을 재생품이 아닌 수리품이라고 부르는데 수리품은 문제가 발견된 기판이나 부품을 신품으로 교체하고 제조 출하 당시와 동일한 방식의 검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신품의 성능과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엘리베이터는 가전제품과 달리 운행의 연속성을 보증해야 하는데 고장난 부품 반납 이후 수리까지 최소 3일에서 길게는 2주까지 소요된다. 이 기간 동안 엘리베이터를 운행중단 시킬 수는 없기에 보유 중인 수리품을 선지급해 운행을 재개한다"며 "이 과정에서 부품 조달 사정에 따라 간혹 오래된 수리품이 지급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현재는 프로세스를 개선했으며 신품을 요청하는 고객에게는 수리품이 아닌 신품을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쉰들러 코리아 측은 수차례의 취재 요청에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승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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