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회계연도에 대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가 이뤄지기 시작한 이후 2020년도까지 3년 동안 대기업 그룹의 핵심지표 준수건수는 평균 8.6건, 9.5건, 10.4건으로 해마다 늘었다.
2020년도는 KT, KT&G, 네이버 등의 핵심지표 준수건수가 13건 이상으로 상대적으로 많았다. 금호아시아나는 준수건수가 유일하게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영풍, KCC, GS, 네이버, DL 등은 핵심지표 준수건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개별 기업 중에서는 SK텔레콤(대표 박정호)이 유일하게 핵심지표 15건을 모두 준수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 상위 30개 그룹 계열사 가운데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한 1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5개 가이드라인 항목 가운데 지난해 평균 10.4개를 이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조사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하지 않는 금융사, 비상장사로 이뤄진 집단을 제외한 상위 30개 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했다.
보고서에는 ▲주주(①주주총회 4주 전에 소집공고 실시 ②전자투표 실시 ③주주총회의 집중일 이외 개최 ④배당정책 및 배당실시 계획을 연 1회 이상 주주에게 통지), ▲이사회(①최고경영자 승계정책 마련 및 운영 ②내부통제정책 마련 및 운영 ③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④집중투표제 채택 ⑤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침해에 대한 책임이 있는 자의 임원 선임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 수립 여부 ⑥6년 초과 장기재직 사외이사 부존재), ▲감사기구(①내부감사기구에 대한 연 1회 이상 교육 제공 ②내부감사부서의 설치 ③내부감사기구에 회계전문가 존재 여부 ④내부감사기구가 분기별 1회 이상 경영진 참석 없이 외부감사인과 회의 개최 ⑤경영 관련 중용정보에 내부감사기구가 접근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있는지 여부) 등 3가지 부문으로 분류된 총 15가지 핵심지표에 대한 준수여부가 담겨야 한다.
다만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는 권장사항으로 강제사항은 아니다.
처음 공시가 이뤄진 시점과 비교하면 대기업 그룹들의 지배구조개선 노력이 다소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항목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지켜지지 않고 있어 개선의 여지는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KT 측은 “주주총회 소집공고 시 주주 신뢰도 제고를 위해 감사보고서가 포함된 재무제표를 제출하기 위해 20일 전 공고했다”고 밝혔다.
KT는 전년에도 KT&G와 함께 13개 항목을 준수해 공동 1위였다.
보고서 공시 기업이 한 곳씩인 KT&G와 네이버가 13개 항목을 준수해 2위다. KT&G(대표 백복인)는 이사회와 감사기구 관련한 항목을 모두 준수했고, 네이버는 주주와 감사기구 관련 항목을 모두 지켰다.
이어 현대백화점, 신세계, 포스코, 현대중공업그룹이 평균 12개 이상의 항목을 준수했다.
LG, 영풍, GS, 삼성, 대우조선해양, 에쓰-오일, CJ 등도 30대 그룹 평균보다 높은 준수건수를 기록했다.
반대로 금호아시아나는 15개 항목 중 준수건수가 5개에 그쳤다. 전년과 준수건수와 항목이 동일하다. 하림과 코오롱, LS, 두산, 효성, 한진 등이 9건 미만으로 준수건수가 비교적 적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공시 대상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주총 제반 절차가 지연됐고, 결손금 누적으로 배당가능성이 없어 주주관련 지표가 준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표이사 승계정책과 관련한 별도의 제도적 장치는 마련하고 있지 않다. 리스크관리, 준법통제, 내부회계, 공시정보관리 등 내부통제 규정을 마련하고는 있으나 이사회 내 위원회를 구성하고 있지는 않다.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정책도 없어 준수건수가 미미하다.
전년에 비해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건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영풍이다. 2019년 7건에서 2020년 11.5건으로 늘었다. (주)영풍(대표 이강인)이 5건에서 10건, 고려아연(대표 최윤범)이 9건에서 13건으로 준수건수가 많아졌다.
(주)영풍은 2019년 주주와 이사회 관련 항목에서 준수건수가 각각 1건씩에 그쳤으나 지난해에는 3건, 2건으로 늘었다.
KCC도 6건에서 10건으로 준수건수가 4건 많아졌다. GS, 네이버, DL 등도 3건 이상 준수건수가 증가했다.
반면 셀트리온과 두산은 각각 1개, 0.8개 감소했다. 핵심지표 준수건수가 지난해 감소한 곳은 두 곳뿐이다.
삼성물산(대표 고정석·오세철·한승환)과 포스코(대표 최정우), KT는 14개를 지켰다. 이 외 삼성전자(대표 김기남·김현석·고동진), 삼성전기(대표 경계현), LG전자(대표 권봉석·배두용), LG화학(대표 신학철), LG유플러스(대표 황현식), LG이노텍(대표 정철동), 현대그린푸드(대표 박홍진) 등 10곳은 13개의 지표를 준수했다.
특히 삼성그룹 계열사 10곳 중 8곳은 지난해 핵심지표 준수건수가 일제히 늘었다. 삼성엔지니어링(대표 최성안)이 3개, 삼성물산·삼성SDI(대표 전영현)·삼성전기가 각각 2개씩 증가했다.
지난해 2월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이후 준범감시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노력이 효과를 낸 셈이다.
지난해 핵심지표 준수여부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감사기구와 관련한 지표는 5개 중 평균 4.4건으로 준수율이 가장 높았다. 이사회 관련 지표는 6개 중 3.4개, 주주 지표는 4개 중 2.6개가 준수됐다.
전년과 비교하면 주주 지표가 0.9개로 준수건수가 가장 많이 늘었고 이사회 및 감사기구가 각각 0.2개씩 증가했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경영 측면에서 다소 어려움을 겪었던 (주)두산(대표 박정원)과 대한항공(대표 우기홍)은 주주 관련 지표 4개를 모두 지키지 않았다.
SK텔레콤과 포스코, KT, KT&G는 이사회 관련 지표 6개를 모두 지켰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한국은 2017년 지배구조 공시제도를 도입했고 2019년부터 자산 2조 원 이상의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이 의무화 대상이 됐다”며 “핵심원칙 준수 여부를 시장 참여자들이 알게 함으로써 투명성과 기업간 비교가능성을 향상시켜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