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쇼핑이나 배달앱, SNS 등 온라인 중개 서비스(플랫폼)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상품 공급자 외에 플랫폼 제공 기업에도 책임을 묻는 법 개정 논의가 활발하다. 플랫폼 운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음에도 소비자 피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불합리함을 개선하기 위한 차원이다. 그러나 온라인의 플랫폼과 같은 역할을 하는 대리점과 프랜차이즈 가맹제도에 있어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브랜드를 믿고 거래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경우 본사는 가맹점 뒤에 숨어 뒷짐을 지고 있기 일쑤다. 법적으로 본사에 책임을 묻을 수있는 규정도 전혀 없어 소비자 피해 구제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은 2021년 ‘뿔난 소비자, 뒷짐진 본사' 기획 시리즈를 통해 가맹제도에 따른 소비자 피해 연대 책임 문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 인제에 사는 이 모(남)씨는 BMW 5시리즈 차주로 워런티 기간 내 EGR리콜을 받았다. 이후 지난해 10월 비용을 들여 워런티를 연장했던 이 씨는 이후 여러 커뮤니티를 통해 '리콜 차량은 워런티 연장시 20% 할인쿠폰이 지급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서비스센터 직원에게 아무 이야기도 듣지 못했던 이 씨는 소급적용을 요청했지만 "전산 프로그램에 이 씨 데이터가 없어 불가하다"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고. 이 씨는 “본사에도 연락했지만 센터에서는 이미 시기가 지나 환불을 불가하다고만 하더라”면서 “회사 전산 실수로 고객이 피해본 걸 왜 소비자가 덮어써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 용인에 사는 송 모(남)씨는 지난해 12월 르노삼성 SM7 운전석, 보조석쪽 가니쉬 소음 문제로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직원 실수로 차량에 스크래치가 생겼으나 "평일에는 일찍 방문해야 한다" "토요일에는 수리해주기 어렵다"는 여러 이유로 여러 차례 헛걸음해야 했다. 송 씨는 직원 실수로 발생한 일인데 연차까지 사용하며 센터를 찾아야 하는 불편함에 본사 엔젤센터(고객센터)에 항의했지만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다"는 답밖에 듣지 못했다. 송 씨는 “본사에 상황 설명을 구체적으로 했는데도 계약업체 이야기만 듣고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하지 않아 답답하다”고 억울해했다.
# 인천에 사는 박 모(여)씨는 구입 1년 된 기아 셀토스 차량에 누수가 발생해 인근 오토큐를 찾았다. 당시 센터에서는 재고 부품이 없고 공장도 휴가 기간이라 수리에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다른 서비스센터에 확인해보고 연락주겠다기에 기다렸지만 일주일이 넘도록 함흥차사였다. 박 씨는 “차가 필요해 수리를 기다렸지만 연락이 없어 본사에 전화하니 센터에서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얘기하더라. 양쪽에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지 않는다. 제 돈 주고 이런 불편함을 감당해야 하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동차 서비스센터 관련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수리비 과다 책정 ▶수리 부품 부족 ▶직원 불친절 등 다양한 원인으로 불만을 제기한다.
소비자들은 센터에서 불합리한 처사를 당한 경우 본사에 연락하면 처리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책임 주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수입차의 경우 딜러사와의 위탁계약 형태가 대부분이다. AS 등 출고 이후 문제는 딜러사가 책임지는 구조다. 심각한 사안의 경우 본사에서 민원의 경중을 따져본 후 딜러사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통상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소비자는 제조사와 브랜드를 믿고 구매를 결정하다보니 본사의 거리두기에 불만이다. 본사에서 차량 가격 결정, 인센티브, 딜러십 해지 권한 등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법적 책임 범위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자동차업체인 현대자동차(블루핸즈), 기아(오토큐)의 경우 직영사업소 외에 종합, 전문 서비스 협력업체와도 계약을 맺는다. 전국 블루핸즈(현대차), 오토큐(기아) 매장이 대부분 종합, 전문 협력업체라고 보면 된다. 이들은 가맹사업으로 등록돼 '가맹사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사업법)'을 따라야 한다.
그러나 가맹사업법에는 점주와 소비자 간 갈등이나 피해에 대한 보상 방안 가이드라인이 없다. 본부가 가맹점에 서비스 등을 강제할 경우 법 위반 소지가 돼 적극적 개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구조인 셈이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비 및 고객 응대 매뉴얼을 가맹점에 배포하고 각종 기술 지원과 서비스 관련 교육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는 정도다. 가맹수수료도 모두 고객 정보 관리와 고객 혜택을 위한 프로그램에 쓰인다고 한다.
르노삼성, 한국지엠, 쌍용자동차 등 국내에 생산라인을 가지고 있는 외국계 완성차의 경우 가맹사업자가 아니다. 비직영 정비소는 가맹이 아닌 본사와 업무 위탁 관계를 맺는다.
위탁관리계약은 개인 사업자가 시설만 본사에서 빌리고 매장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책임지는 형태다. 소비자가 매장에서 문제가 생겨 본사에 도움을 요청해도 이들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다만 자동차업체들은 사업구조와 상관없이 도의적 책임을 외면하지 않는다고 공통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르노삼성의 경우 지난달 한 서비스센터 직원이 고객 차량을 무단 사용한 것이 언론에 공개되자 해당 센터와 계약을 해지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직영 아닌 위탁 협력업체라 해도 상호 간에 합의된 절차를 밟지 않고 소비자에 피해를 끼친 경우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면서 “다만 센터 대부분 비직영이다 보니 개인의 일탈까지 커버하기란 어렵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어 "협력업체에도 서비스 관련 교육 등 가이드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며 본사 고객센터에 문의하면 최대한 중재에 나선다. 절대 도의적 책임을 외면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