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업종에 비해 마이데이터 사업에 대한 착수가 늦은만큼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세부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마이데이터는 금융기관에 흩어져 있는 개인신용정보를 한곳에 모아 스스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현재 보험업계는 마이데이터 사업 본허가를 받은 곳이 단 한곳도 없다.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KB손해보험이 예비허가를 받고 본허가를 준비 중이며 미래에셋생명은 예비허가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교보생명은 최근 예비허가를 받은 후 곧바로 본허가를 신청하고 교보문고·대산문화재단 등 문화서비스를 주요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교보생명은 본허가를 획득하는 대로 금융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교보생명은 마이데이터 시장 선도를 위해 올해 초부터 대내외 협력체계 강화에 나서고 있다. 교보생명은 교보증권, 서울대학교 경영연구소와 금융생활지수를 공동개발하고 교보문고,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대산문화재단, 교보교육재단과도 협업 체계를 구축한 상태다.
이번 업무협약은 인슈어테크 및 데이터 기반의 혁신적인 스타트업과 협업해 고객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추진됐다. KoEF는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출연해 만든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청년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고자 멘토링, 청년 창업 지원 사업 등을 전개하고 있다.
양 기관은 이번 업무 제휴 이후 협의체를 구성해 금융 마이데이터 서비스 아이디어를 공동으로 발굴하고 유망 스타트업 육성 지원과 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진행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현업의 아이디어와 우수 스타트업 발굴을 통해 혁신적인 금융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이 목표”라며 “향후 확대될 공공·의료 마이데이터 분야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한라이프는 헬스케어 서비스, KB손보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주요 사업 방향으로 설정했다.
신한라이프는 인공지능 기반 홈트레이닝 서비스 ‘하우핏’을 연계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예고하고 있다. 하우핏에서 수집된 데이터에 카드 이용내역이나 보험가입정보를 결합, 건강상태에 적합한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신한라이프는 하우핏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지난달 30일 KT와 공동사업모델 추진을 위한 업무제휴 협약(MOU)도 체결했다. 양사는 KT 올레TV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하우핏 서비스를 공동 개발하하고 이를 시작으로 ▲ 서비스 상품 기획 ▲ 서비스 활성화 마케팅 ▲ 미디어 플랫폼 및 기타 디지털 서비스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협력할 예정이다.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국내 최대 IPTV 사업자인 KT와의 업무협약을 시작으로 앱기반의 하우핏 서비스를 TV 스크린으로 확대하고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해 차세대 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매김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성대규 신한라이프 사장은 최근 '하우핏'을 헬스케어 자회사로 독립해 육성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신한라이프는 추가 헬스케어 기업 발굴에도 힘써 마이데이터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KB손해보험은 자사 모바일 앱을 통해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구축하고 연내 본허가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 금융사에 가입한 상품 데이터 기반의 개인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보험상품은 고객 눈높이에 맞는 전 보험상품 통합 보장 분석, 보험사 통합 보험금청구 고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나아가 신체적 건강에 기반한 종합자산관리로 고도화해 금융-건강 융복합 서비스 등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서비스 방향으로는 ▲개인자산관리서비스(PFM) ▲오픈 인슈어런스 ▲헬스케어 연계 등이며, 이를 중심으로 세부 서비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처럼 보험업계가 마이데이터 사업 준비에 속도를 높이는 가운데 당초 내달 4일로 예정됐던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서비스의 API 의무화 기한이 유예되면서 뒤늦게 사업에 뛰어든 보험사는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됐다.
지난 7일 금융당국은 금융 마이데이터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고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의무적으로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시스템을 활용해야 하는 시점을 유예하기로 했다.
당초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은 오는 8월 4일부터 타 금융사 고객 정보를 수집할 때 기존 ‘스크래핑(고객 동의 아래 화면에 출력된 개인정보를 긁어오는 행위)’을 중단하고 의무적으로 정보기술(IT) 시스템에 직접 접속할 수 있는 공식 프로그램(API)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IT 수요 급증으로 관련 시스템 개발에 차질을 빚자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이 시행 유예를 요청해왔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오는 8월 4일부터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현재와 같은 스크래핑 대신 API 시스템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었다”면서 “그러나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충분한 사전 테스트가 필요하고, 마이데이터 사업자 및 정보제공자들의 API 전환시기 유예요청에 따라 API 전환시점만 연기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애초에 마이데이터 사업 자체가 API 기반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만큼, 이번 유예 결정으로 제대로 된 마이데이터 서비스 제공 시점은 예정보다 늦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개발 인력이 부족해지고 트래픽 과부하 관리 등을 위한 테스트 기간이 필요하다는 사업자들의 요청에 따라 당국은 API 의무화 시행 기한 유예를 검토하기로 했다”며 “이에 따라 타 업권 대비 상대적으로 준비가 늦었던 보험업계에는 다소간의 시간을 벌어다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