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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드아웃·크림, '검수 기준' 뭐길래?...짝짝이 신발·찢어진 제품도 무사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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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드아웃·크림, '검수 기준' 뭐길래?...짝짝이 신발·찢어진 제품도 무사 통과
[포토뉴스] 오염·불량품 배송, 기준 강화 요구 거세져
  • 이은서 기자 eun_seo1996@csnews.co.kr
  • 승인 2022.10.13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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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시에 사는 김 모(남)씨는 지난 9월 '크림'에서 약 20만 원짜리 스니커즈를 구매했다. 배송된 스니커즈에는 찍힘 자국이 선명했다. 검수가 잘못됐다고 생각해 크림 고객센터에 1대1 문의를 남겼지만 “검수 통과된 제품으로 문제 없다. 박스를 열다가 찍힌 게 아니냐”는 답이 돌아왔다. 김 씨는 “이렇게 찍힌 자국이 선명한데도 검수를 통과시키고 하자 안내도 없이 제품을 판매하다니 괘씸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기 용인시에 사는 권 모(남)씨는 지난 6월 크림에서 스니커즈를 약 13만 원에 구매했다. 새 신발로 알고 샀지만 스니커즈 발등과 뒤꿈치에 정체 모를 빨간색이 묻어 있었다. 크림 고객센터에 문의해 재검수 받았지만 일주일 뒤 '이상 없는 제품'이라며 다시 돌려 받았다. 권 씨는 “자체 기준이 있다는데 이렇게 오염된 제품이 어떻게 통과될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라며 개선을 촉구했다.

◆ 남원시에 사는 고 모(남)씨는 크림에서 산 아다디스 운동화에서 하자를 발견하고 분통을 터트렸다. 하얀색 신발인데 한 쪽은 앞 코가 때가 타고 색이 바랜 노란색이었다. 고 씨는 업체에 항의했지만 '검수를 정상적으로 마친 제품'이라며 교환이나 환불을 받지 못했다. 고 씨는 "신발에 이상이나 오염이 있으면 고객에게 구매 의사를 물어봐야 하지 않나. 불량이 확실한데도 검수했다는 이유로 반품과 교환도 제한하고 있다"며 기막혀했다.

◆ 경기도 화성시에 사는 최 모(남)씨는 지난 9월 솔드아웃에서 55만 원을 주고 산 운동화를 짝짝이로 받았다. 285mm 사이즈 운동화를 주문했는데 오른쪽은 265mm가 배송됐다. 사이즈 교환을 위해 채팅상담 시 ‘재검수 요청된 상품의 경우, 반송처리될 수 있기에 운송장 번호를 채팅으로 보내달라’고 했지만 대화가 종료 상태로 바뀌어 입력할 수 없었다. 최 씨는 "고객센터 연결도 쉽지 않다. 검수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교환 받기도 어렵다"며 서비스 개선을 촉구했다.

◆ 서울 중랑구에 사는 김 모(여)씨는 지난 9월 솔드아웃에서 스니커즈를 14만 원에 구매했다. 사전에 하자에 대한 안내가 전혀 없었지만 스니커즈 밑창에서 선명한 얼룩을 발견했다. 김 씨는 솔드아웃 1대1 문의와 고객센터에 문의를 남겼으나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다. 결국 하자라고 생각하는 제품을 신을 수밖에 없었다고. 김 씨는 “하자가 있다면 사후처리라도 잘 돼야 하는데 고객센터는 연락도 안 되니 답답하다”며 분개했다.

인천 연수구에 사는 심 모(여)씨는 지난 5월 솔드아웃에서 약 20만 원짜리 스니커즈를 구매했다. 배송 전 '포장 박스에 일부 훼손 하자가 있다'는 안내를 받았고 제품에만 문제가 없으면 됐기에 구매했다고. 하지만 막상 받아본 스니커즈는 로고에 하자가 있었다. 로고가 알코올 등에 번진 것처럼 흐릿했고 주변 흰 배경도 퍼렇게 물들어 있었다. 솔드아웃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검수 기준에 부합했다'는 답밖에 듣지 못했다. 심 씨는 “업체 편의대로 검수 기준을 정하보니 애꿎은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는 것 같다. 앞으로 이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을 거다”라고 토로했다.

리셀 플랫폼 크림(KREAM)과 솔드아웃(soldout)에서 구매한 상품이 오염되거나 불량품이었다는 불만이 잇따르며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리셀 플랫폼은 한정판 운동화나 명품 등 희소성 있는 상품을 되파는 거래의 장이다. 거래가 성사되면 플랫폼 검수센터서 자체적인 기준에 따라 정품 여부, 상품 상태 등을 살피고 통과한 제품을 구매자에게 배송한다. 플랫폼에서 상품의 상태를 보증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신뢰가 중요하다.

무신사가 운영하는 솔드아웃과 크림은 자체적인 검수 기준을 갖고 있으며 이를 사이트 내에 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수를 거친 거래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플랫폼과 소비자 간의 고질적 병폐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올 들어 리셀 플랫폼 관련 불만이 수백 건에 달한다. 하루에도 수 건씩 리셀 플래폼을 이용 후 불편을 겪었다는 소비자 제보가 들어온다. 제품의 검수 기준에 대한 불만이 주를 이루고 있다. 구체적 내용은 “구매한 스니커즈에 찍힘 자국이 발견돼 하자를 문의했지만 업체는 검수 통과 제품이라더라” “40만 원의 손목시계 유리막에 스크래치가 선명했지만 검수 완료 제품이라며 반품을 거절당했다” 등이었다.

오염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항의하자 '검수'에는 문제가 없으니 되팔라고해 보냈으나 오염으로 거절됐다는 황당한 사례도 있었다.

크림과 솔드아웃은 각 사이트에 검수 기준을 고지해놓고 있으며 검수 통과 기준은 대동소이하다.

신발을 기준으로 '제품 상태'는 찢어짐이나 오염 반경이 몇 mm 이하인지 등이 검수 대상이다. 예를 들어 스니커즈의 찍힘 자국 정도가 8mm 이상이면 구매자의 의사를 확인 후 판매한다. 8mm 미만일 경우 구매자 동의 없이 판매하는 식이다.

소비자들은 제품의 하자가 미세한 경우라도 사전에 안내해 구매 의사를 확인하는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품 검수 시 하자 크기로 판매 가능 여부를 결정 짓는 방식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크림, 솔드아웃 측은 자체 검수 통과 기준은 내부 전문가의 검토를 거쳐 마련됐기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제품의 하자 발견 시 안내 여부에 대해서는 각기 입장이 갈렸다.

크림은 거래되는 상품의 크기 대비 하자 비율에 맞춰 규정을 수립하고 있어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기준에 대해서는 개선해가고 있다고 밝혔다. 솔드아웃은 이용자들의 불만과 달리 검수를 통과한 제품이라도 미세한 하자가 있다면 구매자 의사를 확인 후 판매한다고 반박했다. 

솔드아웃 관계자는 “판매 과정에서 제품에 미세한 하자가 있는 경우 구매자에게 상세 제품 사진과 함께 구매 의사 확인 메시지를 발송한다. 24시간 이내에 구매자가 회신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검수 합격 처리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크림, 솔드아웃 측은 개인 간 거래 특성상 검수 통과돼 거래가 완료된 제품은 환불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환불 및 반품이 가능한 경우는 저작권 관련 문제나 가품 이슈가 일어났을 시에만 가능하다.

검수 관련 불만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걸 인지하고 있어 지속적으로 검수 기준을 개선하고 있다는 데도 입장을 같이 했다.

크림 관계자는 "찍힘, 본드 자국 등의 경우 제품 생산과정에서 발생될 수 있는 범위로 문제가 없다. 실제 제조사에서도 이러한 부분은 하자로 판단하지 않고 있다. "크림은 거래나 유통되는 상품의 상태에 초점을 맞춰 검수 기준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솔드아웃 관계자는 “이용환불 및 반품이 가능한 특별한 사유는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에 대한 침해, 가품 또는 하자가 있는 상품일 경우”라며 “솔드아웃은 고객 만족도 제고와 서비스 이용 경험 향상을 위해 검수센터 확충과 검수 인력 채용 확대 등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다양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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