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완화로 국내외 여행이 증가하면서 항공 위탁 수하물로 맡긴 캐리어 파손 시 보상 분쟁이 잦아지고 있다.
항공사들은 규정에 따라 캐리어를 수리해주거나 대체품을 제공한다. 수리가 불가하거나 소비자가 대체 캐리어를 원치 않을 때는 감가 상각을 적용해 현금으로 배상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대체품이 허접하거나 배상액이 동일 제품을 구매하기에 턱없이 적은 금액이라며 불만을 제기한다.
최근 3개월간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항공 수하물 파손, 분실, 지연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소비자 제보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제주 여행객이 늘면서 이 구간 비행편을 이용했다가 문제가 발생한 경우가 대다수다. 분실, 지연보다는 파손 사례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해외여행 수요 급증으로 에어프랑스, 폴란드항공, 에어인디아 등 외항사를 이용한 소비자 불만도 눈에 띈다.
위탁 수하물이 파손된 경우 현금 배상 시 그 기준은 항공사마다 다소 차이가 있다. 국내 항공사는 감가상각을 적용해 배상하는데 크게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와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내용연수' 2가지 기준을 따른다.
국제항공운송협회에 따르면 수하물이 파손될 경우 1년씩 구입가액의 10%를 감가상각한 비용을 배상한다. 예를 들어 3년 전 20만 원에 구매한 캐리어라면 10%인 2만 원씩 3년 즉, 6만 원을 차감해 14만 원을 배상하는 식이다.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내용연수(이용가능 연수)에서 실제 사용연수를 나누고 그 값을 구매가격에 곱해 감가상각액을 계산한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는 '별도의 기간을 정하지 않은 경우로서 유사품목에 따를 수 없는 경우' 내용연수를 5년(60개월)으로 정하고 있다.
일부 항공사는 캐리어의 내용연수를 이 기간으로 보고 감가상각액을 책정한다. 예컨대 3년 전 20만 원에 구매한 캐리어라면 이 공식을 적용해(36개월/60개월*20만 원) 8만 원을 보상하는 셈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 기준이 소비자에게는 더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위 사례 권 씨의 경우 4년 된 30만 원짜리 캐리어가 파손된 경우기 때문에 IATA 기준으로는 18만 원을 받을 수 있지만 한국소비자원 기준으로 책정하면 배상금이 6만 원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 기준을 따르는 항공사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에어프레미아가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감가상각 기준을 따르는 항공사는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에어서울 등 3개 항공사다. 진에어는 수하물 파손 시 수리 또는 대체 캐리어 제공이 원칙이다.
캐리어가 파손돼 현금으로 배상 받길 원한다면 소비자는 영수증 등 구매일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파손된 캐리어는 항공사에 반납하는 조건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사 수하물 배상 관련해서는 국내법이 없기 때문에 항공사마다 규정이 다를 수 있다. 대한항공은 수하물 관련 배상에 국제항공운송협회인 IATA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소비자분쟁해결에 명시된 감가상각 기준과 구매관련 증빙 자료를 통해 배상하지만 현금 배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대체 캐리어, 수리 등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에어 측은 "수하물 파손 시 수리가 원칙이다. 사안에 따라 배상하는 경우도 있으나 기준 등 구체적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혜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