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골프 라운딩에서 홀인원 시 기념턱에 동행한 캐디 팁, 기념품 제작 등 들어가는 돈이 수백만 원을 훌쩍 넘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홀인원 시 예상치 못한 목돈이 나가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늘면서 일부 보험사에서 특약으로 홀인원 보험을 취급한다. 골프를 치다가 발생한 상해 등을 보장하는 기존 골프 손해보험에 특약으로 홀인원 시 들어가는 각종 축하 비용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보험 상품이다 보니 가입 절차를 거쳐야 하고 보험료도 다소 가격이 있는 편이다. 여기에 대부분 보험들은 홀인원 축하 비용을 가입 기간 단 한번만 보장해주는 것이 대세다.
엔픽플 등 몇몇 업체는 이 부분을 파고들며 성장했다. 이들은 보험이 아닌 일종의 구독 형태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홀인원 축하 비용만을 무제한으로 보장한다며 가입자를 끌어 모았다. 문제는 이들 상품에 대해 관할하는 감독 기관이 없다 보니 피해가 발생해도 구제 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보험처럼 통용되고 있지만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은 물론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원 등 여러 기관 모두 소관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정부 기관들이 손 놓고 있는 사이 법령의 사각지대에서 피해자는 늘어나고 있다.
OTT 업체 엔픽플은 월 2000원 짜리 구독상품인 홀인원 회원권에 가입하면 홀인원 시 상금 200만 원을 무제한으로 지급한다고 가입자를 모으고 있지만, 지난 7월 신청자부터는 상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엔픽플은 사용자 참여형 종합 멀티미디어 플랫폼 Npick+을 운영하는 업체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엔플리와 사용자가 올린 영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픽미, 월 2000원에 무제한 홀인원 상금을 지급한다는 홀인원 회원권 등을 서비스 하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김 모(남)씨도 올해 초 엔픽플의 홀인원 회원권에 가입했다. 매달 2000원만 내면 홀인원 상금 200만 원을 무제한으로 보장해준다는 말에 가입을 결심했다고.
김 씨는 10월에 홀인원을 하고 같은 달 4일 상금 수령 신청과 함께 관련 서류를 모두 보냈다. 하지만 45일가량 걸린다던 상금 지급은 차일피일 미뤄져 70일이 지난 12월 중순이 되도록 받지 못했다.
기다리다 못한 김 씨는 홀인원 회원권 담당자와 통화했지만 "'계열사가 지급해 주는데 나도 모르겠다' '6~7월 신청자 이후로는 지급이 안 되고 있다’ ‘나도 아는 것이 없다’는 식으로 대응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후 연결된 고객센터 상담원도 "정확한 내부 사정을 모른다. 8월11일 이후 신청자의 지급 예정일은 전달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김 씨가 금융감독원에 문의해 봐도 ‘해당 회원권은 보험 상품이 아니며 엔픽플은 금감원 관리회사가 아니다’라는 답밖에 듣지 못했다.
김씨는 “상금을 받았다는 사람이 많아 가입했다. 월 2000원씩을 모아 돌려막기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강원도 인제군에 사는 조 모(남)씨도 엔픽플 홀인원 회원권에 가입한 뒤 8월19일 홀인원에 성공했으나 심사가 끝났다는 말이 무색하게 4개월째 상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경상남도 창원시에 사는 서 모(여)씨도 지난 9월6일 홀인원 상금을 신청했지만 12월 중순이 되도록 받지 못하고 있다. 서 씨도 “매달 2000원의 이용료를 납부하고 상금 200만 원을 타는 구조인 이 상품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엔픽플 측은 홀인원 상금 지급이 원활하지 않은 점과, 고객센터의 응대가 원활하지 않았던 점을 사과했다. 그러면서 “홀인원 회원권 상금은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엔픽플 관계자는 “최근 홀인원 회원권 신청과 심사가 폭주했으나 심사 직원이 적고 인력 수급에도 문제가 있어 문제가 발생했다”며 “빠른 서비스 정상화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 소통창구를 통합적으로 관리해 고객응대를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구독경제 서비스 관련 법령의 정비는 요원한 편이다. 지난해 10월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 개정안이 금융위원회에서 의결됐지만 이는 △유료 전환 7일 전에 사용자에 고지할 수 있게 하고 △영업시간 외에도 해지신청을 할 수 있게 하는 등 기초적인 소비자 보호 방안만을 세웠을 뿐이다.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원 등에도 자문을 구하려 했으나 모두 담당하지 않는다고 손을 저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