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한정된 영업환경으로 인한 실적 부진, 그룹 내 시너지 부재, 낮은 유통주식 비율 등으로 매각설이 반복적으로 제기되면서 최대주주인 신한금융지주 역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속만 끓이고 있다.
제주은행은 IMF 외환위기 당시 부실채권 급증으로 경영개선조치가 이뤄졌고 이후 공적자금을 받은 뒤 2002년 5월 신한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후 20여 년간 신한금융그룹 지방은행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신한금융 입장에서는 제주은행이 애매한 존재다. 제주지역에서는 지방은행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제주지역에 국한된 영업환경으로 인해 수익성 확대나 금융그룹 차원의 시너지 창출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까지 제주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21.3% 하락한 170억 원에 그쳤다.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이익 증가로 은행들이 호실적을 거둔 것과는 반대 결과다. 인터넷전문은행 2위인 케이뱅크보다 순이익 규모다 작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1.7% 증가한 2조5925억 원을 기록했다. 신한금융지주는 표면상 신한은행과 제주은행 '투뱅크' 체제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원뱅크'라고 불리는 이유다.
지방은행이면서 수익성도 낮다보니 같은 계열사인 신한은행은 물론이고 그룹 내 다른 비은행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실상 제주지역 신한금융그룹의 영업망 역할 수준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통주식 비율이 전체 주식수의 20% 남짓에 불과한 지분구조 탓에 주가 변동성도 취약하다.
16일 종가기준 제주은행의 주가는 전일 대비 25% 상승한 1만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제주은행 주가는 지난 달 말부터 급등하기 시작했고 이달 초에는 한 때 1만235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최근 제주은행 주가는 모회사인 신한금융지주가 제주은행을 인터넷전문은행으로의 전환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불안정한 행보를 보였다. 여기에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의 모회사인 두나무가 지분 투자를 검토한다는 보도가 주가에 불을 붙였고 두나무 측은 즉각 부인하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이 제주은행을 매각하거나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당장 전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에 관심이 있는 일부 빅테크들이 1금융 라이선스를 보고 관심을 가질 수 있으나 인터넷전문은행업 자체가 성장 초기라는 점에서 추가 설립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제4인터넷전문은행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한 점도 이를 방증하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는 신규 은행 진입 필요성에 대해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을 지켜본 뒤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추가 은행 설립에 대해 신중한 평가를 내렸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최근 신규 진입이 이뤄져 성장을 지켜봐야한다는 취지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제주은행이 제주에서 역할을 하고 있는데 굳이 지금 시점에서 매각설이 나올 이유가 없다"면서 "제주은행은 지역 은행으로서의 강점이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