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도시개발공사측은 계약서에 '분양받은 주택을 계약일 당시 상태대로 인수해야 한다'고 고지했다며 입장을 바꾼 게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취재가 진행되자 계약자 요구사항 중 일부 하자는 보수해 주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대구시 달성군에 사는 박 모(여)씨는 지난 2011년 대구도시개발공사가 분양한 '10년 공공임대' 아파트에 입주했고 올해 초 분양전환하며 공사 측이 하자보수를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박 씨는 입주 초기부터 벽에 금이 가고 심한 환풍기 소음으로 고통 받아 왔다. 같은 시기에 입주한 최 모(여)씨도 세탁실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고 드레스룸에 습기가 차 곰팡이가 스는 문제로 골치를 앓았다고.
이들은 입주 초기 대구도시개발공사에 하자보수를 요청했지만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부분 거주하는 데 큰 문제가 없는 하자라며 물이 새거나 변기가 깨지는 등 극히 일부만 수리해줬다는 주장이다.
이 아파트는 당초 지난해 분양전환이 계획돼 있었으나 감정평가 문제 때문에 올해로 미뤄졌다. 계약자들에 따르면 이때 대구도시개발공사는 약 40명의 계약 세대를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하자를 보수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계약서를 작성할 무렵에도 대구도시개발공사 1층에서 따로 하자접수를 받았고 대구도시개발공사 직원이 직접 세대를 방문해 시설관리업체와 함께 아파트를 점검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물이 새는 욕실 수전이나 금이 간 변기, 필터에 곰팡이가 슨 외부 공기순환기 등은 실제로 하자접수를 통해 교체가 이뤄졌다.
하지만 지난 2월27일 대구도시개발공사는 계약자들에게 '분양전환과 관련된 하자접수대상은 10년차 하자만 해당되고 그 외는 보수 대상이 아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건물의 주요 구조부나 기둥, 바닥처럼 구조안전상 위험을 초래하는 '내력구조부'의 하자담보 책임기간이 10년이다. 이를 '10년차 하자'라 한다. 대구도시공사는 10년차 하자만 접수 가능하고 그 외는 접수했더라도 보수해줄 수 없다고 공지한 거다.
박 씨는 "나뿐만 아니라 상당수 입주민들이 분양 계약 때 하자접수를 해주겠다는 안내를 받았고 일부는 AS 중 통보 하나로 보수가 중단됐다"며 "명색이 공기업인데 계약 전에는 하자보수를 해주겠다 하고 이제 와서 말을 바꾸니 화가 난다"고 원통해했다.
또 다른 계약자인 최 씨도 "10년 전 입주 때부터 하자접수를 거절하더니 분양전환 시점이 되자 대구도시개발공사에서 최선을 다해 모든 부분을 고쳐주겠다고 했다"며 "그런데 계약과 동시에 말을 바꾸니 이해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대구도시개발공사 측은 계약서상 하자보수를 해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계약서 제7조에는 '수분양자(분양을 받은 사람)는 표시주택을 계약일 현재의 상태로 인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대구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계약서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일부 입주민들의 요청이 빗발치자 '하자보수를 검토해보겠다'라고 말한 후 관련 법규와 계약서에 근거해 하자보수하지 않기로 결론낸 것"이라며 "다만 입주민 요구사항을 고려해 내부 회의 끝에 부분적으로 보수를 진행하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