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측은 "지난해 하반기 단행한 대규모 충당금 적립 때문"이라며 "KB부코핀은행 전체 고정이하여신(NPL)보다 더 많은 충당금을 쌓았기 때문에 향후 충당금 적립에 따른 일회성 손실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KB부코핀은행의 지난해 순적자 규모는 8021억 원으로 직전년도(2725억 원)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했다. 현재 KB국민은행 지분율(67%)을 감안한 순적자 규모도 5374억 원에 달한다.
이번 대규모 적자는 지난해 대손충당금을 대거 적립하면서 예상됐던 결과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4분기 5700억 원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KB부코핀은행에 투입했다. 은행 지분율 반영시 3820억 원 수준이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지난 2018년 7월 부코핀은행 지분 22%를 취득하며 시장에 진출했고 두 차례 유상증자를 거쳐 현재는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확보했다. 인수금액과 유상증자 금액을 포함해 KB국민은행이 투자한 금액만 1조 원을 상회한다.
부코핀은행 자체가 애초에 부실자산이 많은 '배드뱅크'라는 점을 감안하고 시장에 진입했지만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여파로 인도네시아 경기가 악화되면서 KB부코핀은행의 체질 개선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달에 열렸던 KB금융 컨퍼런스콜에서도 이 문제는 집중 부각됐다. 당시 서영호 KB금융 재무총괄(CFO)은 "부코핀은행이 부실은행임을 당연히 인지하고 인수했고 턴어라운드를 위해 노력했지만 예상보다 장기화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인수 당시 예상한 탑라인 성장은 미뤄졌고 대출부실은 예상을 뛰어넘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은행 관계자는 "이번에 적립한 충당금은 보수적으로 산정하여 현재 부코핀은행의 전체 NPL 규모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향후 부코핀의 추가 부실 여신을 흡수하기에 충분한 금액"이라며 "KB국민은행은 모든 역량을 투입해 부코핀의 프로세스를 혁신할 것이고 2025년부터는 흑자전환을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KB부코핀은행의 영업적자가 장기화되고 있는 점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특히 지난 2008년 야심차게 지분을 매입했던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 은행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지분을 매각한 선례가 있어 더욱 조심스럽다.
노조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기주주총회에서 노조추천이사로 글로벌 전문가를 내세우면서 압박을 가하고 있는 점도 고민이다. 노조는 최근 글로벌전문가인 임경종 전 한국수출입은행 인도네시아 대표를 노조추천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한편 KB부코핀은행을 제외한 다른 법인들은 대체로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다. 효자법인인 캄보디아 '프라삭마이크로파이낸스'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13.9% 증가한 2339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 KB국민은행 캄보디아법인도 같은 기간 순이익이 16.1% 증가한 136억 원을 기록했다.
미얀마 법인 두 곳도 전년 대비 적자폭이 줄었지만 중국법인은 지난해 적자 전환됐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