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서울 용산구에 사는 이 모(여)씨는 3월13일 트렌비에서 27만 원짜리 가방을 주문하고 5분여 뒤 취소 요청했으나 수수료를 물어야 했다. 그 사이 ‘주문 접수’에서 ‘상품 준비 중’ 상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취소 수수료는 제품가의 10%인 2만7000원이 나왔다. 상세 페이지에는 ‘주문 접수’를 제외한 이후 단계에서 취소 시 수수료가 부과된다고 안내돼 있었다. 이 씨는 “해외 배송 상품이 주문 후 5분 만에 상품 준비 중으로 바뀐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본다. 주문 취소를 막으려는 꼼수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례2=광주 남구에 사는 하 모(남)씨는 지난 2월 머스트잇에서 20만 원대의 아디다스 운동화를 주문한 지 2시간이 안 돼 취소했으나 거절됐다. 하 씨는 오후 1시30분경 주문하고 3시에 취소 요청했는데 한 시간 뒤 판매자로부터 '취소 불가'라는 답을 받았다. 하 씨는 "주문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주문 당일 오후 6시 내 취소하면 100% 환불이 된다고 써 있었다. 머스트잇에서는 입점 판매자와 협의해 일부 수수료를 물고 취소하는 방법을 안내하더라"며 억울해했다.

#사례3=광주 서구에 사는 박 모(여)씨는 지난해 12월 발란에서 50만 원 상당의 지갑을 구매한 후 30분도 안 돼 주문을 취소했으나 '상품(배송) 준비 중' 상태로 넘어가 제품가 10%인 약 5만 원의 수수료를 물었다. 박 씨는 “주문한 지 30분도 안 돼 취소했는데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며 분노했다. 업체 측은 “판매자와 고객 간 소통 오류가 있었다”며 전액 환불해줬다.

트렌비, 머스트잇, 발란 등 명품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자들이 주문 직후 '상품 준비중' 상태로 바꿔 구매 취소 시 수수료 부담 등 제약이 따른다는 소비자 불만이 계속되고 있다. 

이들 업체는 판매자가 상품이나 배송을 준비하기 이전인 '주문접수 단계'에서만 취소가 가능한 구조다. 이후 상품 준비중 단계에서 취소할 경우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데 플랫폼 특성상 취급 물품의 단가가 높다 보니 수수료 부담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하소연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주문 현황에서 확인 가능한 ‘상품 준비 중’인 상태에 대해 소비자는 제품 출고 전으로 여겨 취소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인식하지만 업체는 ‘제품 출고 후 배송정보를 입력하기 전’이라며 취소 수수료를 물려 분쟁이 빈번하다.

게다가 상품 주문 현황은 판매자가 직접 설정하는 구조라 구매 취소를 방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빠르게 '상품 준비 중' 상태로 전환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실제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주문 후 짧게는 5분도 안 돼 '상품 준비 중' 단계로 바뀌어 주문 취소를 체념했는데 실제 배송은 예정일을 훌쩍 넘겼다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트렌비, 머스트잇, 발란 등 명품 플랫폼은 일반적으로 해외 배송 상품 특성상 판매자가 배송을 준비하기 전인 '주문접수 단계'에서만 취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사이트에 주문 취소 시 일부 수수료가 발생한다는 내용을 상세히 고지하고 있어 소비자에게 충분히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머스트잇이 홈페이지에 고지한 내용을 살펴보면 '상품(발송) 준비 중'에 대해 ▲국내배송의 경우 상품 포장 후 택배 발송 예정 ▲해외배송은 해외로 상품 오더 진행 이후를 의미한다.

다만 소비자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명품 플랫폼들도 판매자가 주문 현황을 허위로 설정하지 못하도록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적발될 경우 패널티를 부과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 민원을 제기하면 판매자에게 이미 발송을 준비했거나 발송해 실제 취소 비용이 발생하는지 객관적인 자료를 요구해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설명이다.

◆ 오픈마켓 '상품 출고 전·후'로 구분해 취소 수수료 부과

쿠팡, G마켓, 옥션, 11번가, 티몬, 위메프 등 온라인몰은 주문 현황이 '상품 준비 중'인 것과 별개로 실제 상품 출고 전후로 나누어 반품비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출고 전에 주문 취소할 경우에는 별도의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지만 출고 후라면 반품비가 발생한다는 입장이다.

지마켓글로벌(G마켓, 옥션), 티몬 등 관계자는 “주문 현황이 상품 준비 중이라도 상품을 보낸 상황이 아니라면 반품비 없이 구매 취소가 가능하다”고 공통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상품 준비 중 단계여도 이미 발송된 경우라면 통상 상품 수령 후 반품 절차에 따라 환불이 가능하다.

위메프도 “당사 이용약관 제 11조(구매취소 등)에 따라 상품 배송 개시 전까지 구매취소가 가능하며 배송 이후에는 반품 절차에 준해 교환 및 환불 접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신사는 상품의 배송 상태가 ‘출고 처리 중(상품 준비 중)’일 때 이미 출고됐다면 반품비가 부과된다. W컨셉도 상품 준비 중 단계에서 주문 취소 시 상품 출고가 완료됐다면 반품비를 내야 한다. 

무신사 관계자는 “고객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1월31일부터 주문한 상품의 배송 상태가 ‘출고 처리 중’일 때에도 주문 취소가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개선했다”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상품 준비 중' 단계에서 주문 취소 시 수수료가 부과된다면 명확한 사유를 소비자에게 안내해야 한다고 봤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은서 기자]